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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8일 00시 15분 등록

사기열전

 

사마천지음/ 김원중옮김 / 민음사

 

마음을 무찔러 온 글귀

 

평원군 우경 열전

P400 – 이에 평원군은 곧 절름발이를 비웃은 애첩의 목을 베고, 직접 문 앞까지 가서 절름발이에게 그 목을 내 주면서 사과했다. 그 뒤 문하에 다시 조금씩(선비들이) 오기 시작했다.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비웃음을 당했다지만 다른 사람의 목숨을 요구하는 사람이나 이를 위해서 애첩의 목을 베는 사람이나, 그러나 그것이 그 시대적 상황이자 법도였다면 그 시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척도인 것 같다. 그 만큼 거칠고 생존의 시대였던 것 같다.

 

P404 – 나는 다시는 감히 선비를 고르지 않겠다. 내가 지금까지 선비를 고른 수는 많다면 1000명이 되겠고 적어도 100여 명은 될 것이다. 나는 스스로 천하의 선비를 잃은 적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 모 선생의 경우에는 실수하였다. 모 선생은 한 번 초나라에 가서 조나라를 구정이나 대려보다도 무겁게 만들었다. 모 선생의 세 치 혀는 군사 100만명 보다도 강했다. 나는 다시는 감히 선비를 고르지 않겠다.

 

P412 – 옛말에 강한 자는 공격을 잘하고 약한 자는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앉아서 진나라의 요구를 들어주면 진나라 군대는 애쓰지 않고 땅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는 진나라를 강하게 하고 조나라를 약하게 만듭니다. 더욱 더 강해지는 진나라가 더욱더 약해지는 조나라 땅을 떼어 받는 일이니 진나라의 요구는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약한 나라의 딜레마이다. 이쪽 말을 들으면 이 말이 맞고 저쪽 말을 들으면 저 말이 맞다. 나라의 힘이 없기 때문에 답이 없는 것이다. 결국 진나라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어찌 보면 이런 상황을 시간이 지나도 어느 때든 닫치는 문제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P407 – 우경이 사태를 헤아리고 상황을 추측하여 조나라를 위해 꾀한 계책들은 얼마나 주도면밀했던가! 그러나 위제의 불행을 차마 볼 수 없어 결국 대량에서 고통을 받았다. 평범한 사람도 그것이 옳지 않음을 아는데 하물며 어진 우경이 몰랐으랴! 그러나 우경에게 고통과 근심이 없었다면 책을 지어 후세에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다.

 

위공자 열전

 

P421 – 위나라 공자 무기는 위나라 소왕의 막내아들로 위나라 안희왕의 배다른 동생이다. 소왕이 죽고 안회왕이 즉위하면서 공자를 선릉군에 봉했다.

 

P422 – “조나라 왕은 사냥을 할 뿐 침략한 것이 아닙니다.”

위나라왕은 매우 놀라 물었다.

공자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소?”

공자는 대답했다.

신의 객 중에 조나라 왕의 은밀한 일까지 정탐할 수 있는 이가 있습니다. 그는 조나라 왕이 하는 일마다 하나하나 신에게 알려줍니다. 그래서 신은 이번 일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왕은 공자가 어질고 능력 있음을 꺼려 그에게 나랏일을 맡기려 하지 않았다.

능력은 질투를 받게 되고 특히 일인자의 의심을 받게 되면 오히려 능력이 없는 것만 못하다. 이러한 시대에 범인들은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가?

 

P427 – 그러니 여희는 공자의 은혜를 갚는 일이라면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자께서 한 번 입을 열어 부탁하면 여희는 반드시 받아들일 것입니다.

공자가 후영의 계책대로 여희에게 부탁하자 여희는 정말 진비의 병부를 훔쳐 내 공자에게 건네 주었다.

혼란의 시대에도 여자를 통한 방법은 계책 중에서도 가장 주요한 계책이었다.

 

P434 – 제후의 빈객들이 공자에게 병법을 올리자 공자가 그것에 모두 이름을 붙였는데, 세상에서는 이것을 [위공자병법]이라 불렀다.

 

18.춘신군 열전

P439 – 천하에 진나라와 초나라보다 더 강한 나라는 없습니다. 지금 들리는 말로는 대왕께서 초나라를 치려고 한다는데 이것은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면 힘이 약한 개가 그 지친 것을 틈타 이익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초나라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 더 낫습니다. 신이 그 까닭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신은 사물이 한쪽 끝까지 가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겨울과 여름은 서로 바뀌게 마련이다. 쌓인 것이 극에 이르면 위태롭다. 바둑돌을 쌓아 올리면 무너지게 마련이다.”

험한 세상을 헤쳐가기 위한 지혜이자 세상의 이치와 삶의 진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P441 – []에서는 여우가 물을 건너가려면 그 꼬리를 적시게 마련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시작은 쉽지만 끝맺음은 어렵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떻게 이치를 알 수 있겠습니까?

 

P447 – 춘신군이 재상이 되어 초나라에 있을 때 제나라에는 맹상군이 있고, 조나라에는 평원군이 있으며, 위나라에는 신릉군이 있었다. [이들은] 선비들을 겸허하게 맞이하고 빈객을 불러 모으는 일에 서로 힘껏 다투었다. [이들은 선비들의 힘을 빌려] 나라를 돕고 권력을 유지하려고 했다.

사기를 읽기 전에도 이곳 저곳에서 많이 들어봤던 4군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시대에 손님을 3천명씩이나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부 역시 당시 백성들의 피와 땀이 아니었을까 싶다.

 

P452 – “세상에는 생각지도 않던 복이 찾아올 수도 있고, 또 생각지도 않은 재앙이 찾아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생각지도 못한 행복과 재앙이 찾아오는 세상에 살고 있고, 기대를 걸 수 없는 군주를 섬기고 계십니다. 어찌 재앙을 막아 낼 수 있는 인사를 구해 두지 않으십니까?

 

P454 – 처음에 춘신군이 진나라 소왕을 설득하고 몸을 던져 초나라 태자를 돌아오게 한 것은 얼마나 밝은 지혜였던가! [그런데] 마지막에 이원에게 당한 일은 늙어서 사리 판단에 어두워진 탓이리라. 세인의 말에 마땅히 결단해야 할 것을 결단하지 못하면 도리어 혼란을 겪게 된다.’라고 하였다. [이는] 춘신군이 주영의 말을 받아들일지 않은 것을 두고 한 말일까?

혼돈이 시대에 어떤 것이 올바른 판단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오직 결과만이 이를 증명해 줄 뿐이다. 덕을 쌓아도 죽임을 당하고 어질어도 시기와 질투로 변을 당하는 시대에 과연 범인들은 어떤 사회적인 삶의 지표를 가지고 살아갔을까? 그래서 아마도 이 시기에 제가백가가 등장했던 시대가 아닌가 싶다.

 

19.범저 채택 열전

 

P455 – 사마천은 범저와 채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들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들의 뜻을 잃지 않았고 공을 이룬 뒤에는 물러나 어진 사람을 따랐기 때문에 특별히 이들에 관한 열전을 만든 것이다. 아울러 진나라가 제후들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을 설명하고 있다.

 

P457 – 그는 제후들에게 유세하여 위나라 왕을 섬기려고 했다. 그러나 가난하여 스스로는 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 우선 위나라 중대부 수고를 섬겼다.

유세를 하려해도 돈이 있어야 한다. 그 시대에도 역시 돈이 중요한 시대였다.

 

P467 – 진나라 왕은 무릎을 끓은 채 말했다.

선생은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진나라는 멀리 구석진 곳에 있으며, 과인은 어리석고 어질지 못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선생께서 이곳으로 욕되게 오셨습니다. 이는 하늘이 과인에게 선생의 힘을 입어 선왕의 종묘를 보존하도록 한 것입니다.

왕이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것 처럼 하지만 결국 쓰임새가 다하면 왕에게 버림을받는다. 이를 알면서도 또 인재들은 왕에게 선택 받기 위해서 몰려든다.

 

P471 – 대체로 나랏일을 마음대로 처리하는 자를 왕이라 하고, 사람에게 이익과 해를 줄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를 왕이라 하며,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위력을 가진 자를 왕이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태후는 나랏일을 마음대로 처리하고 왕을 돌아보지 않으며, 양후는 다른 나라로 사신을 보내면서도 왕께 보고하지 않으며, 화양군과 경양군은 멋대로 사람을 죽이고도 [왕을] 꺼리지 않고, 고릉군은 사람을 마음대로 나아가고 물러나게 하면서도 [왕의 허락을] 청하지도 않습니다.

나무 열매가 너무 많으면 그 가지를 부러뜨리고, 그 가지를 부러뜨리면 나무 기둥을 해친다.’라고 했습니다.

 

P487 – 만약 죽은 뒤에야 충성스럽다는 이름을 얻는다면 미자는 어진 사람이라 할 수 없고, 공자는 성인이라 할 수 없으며, 관중은 위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체로 사람이 공을 세울 때 어찌 완전하기를 기대하지 않겠습니까? 몸과 이름이 모두 온전한 것이 가장 훌륭하며, 이름은 남의 모범이 될 만하지만 자신은 죽는 것이 그 다음이고, 이름은 욕되어도 몸만이 온전한 것이 가장 아래입니다.

과연 몸을 헤치면서 까지 어지고 충성스런 사람이란 이름을 얻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늘 고민이 되는 문제였다.

 

P489 – “지금 당신의 군주가 충신을 가까이하고 옛 친구를 잊지 않는 점에서는 효공, 도왕, 구천만 못하고 당신의 공적과 군주의 총애나 신임을 받는 정도도 상군과 오기와 대부 문종만 못합니다. 그런데 당신의 봉록은 많고 지위는 높으며 가진 재산은 이 세 사람보다 많습니다. 만일 당신이 물러나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당신에게 닥칠 근심은 세 사람보다 클 것입니다. 저는 당신을 위하여 이 점이 위태롭다고 생각합니다. 옛말에 해가 중천에 오르면 [서쪽으로] 기울고, 달이 차면 이지러진다.’라고 했습니다. 만물이 왕성해지면 쇠약해지는 것이 천지의 영원한 이치입니다.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 굽히고 펴는 것이 때에 따라 변하는 것이 성인의 영원한 도리입니다.

사람은 나가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욕심에 가려 그때를 보지 못한다. 그러나 옆에서는 다 보인다. 자기 자신만 볼 수가 없다. 그렇게 욕심은 무섭고 끝이 없다.  

 

P491 – 이는 모두 지극한 성함에 이르렀을 때 [본연의] 도리로 돌아오지 않고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지 않으며 절제할 줄 모른 데서 생긴 재앙입니다.

 

P493 – 이 네 사람은 공을 이루고 물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재앙을 입었습니다. 이른바 펼 줄만 알고 굽힐 줄 모르며, 앞으로 갈 줄만 알고 돌아올 줄 모르는 사람이지요. 범려는 이러한 이치를 알아 초연하게 세상을 떠나 도 주공이 되었습니다.

제가 듣건대 물을 거울로 삼는 자는 얼굴을 볼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 자는 길흉을 알 수 있다.’라고 합니다. 또 옛글에 성공했으면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말라.’라고 했습니다.

 

P496 – 그러나 선비에게는 역시 우연히 때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 두 사람 못지않은 재능을 가지고도 그 뜻을 이룰지 못한 사람을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두사람도 어려운 때가 없었다면 어찌 [명성을] 떨칠 수 있었겠는가?

수천년을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진리가 아닐까? 또한 사마천 본인의 처지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20. 악의 열전

 

P497 – 악의는 그 유명한 [보연왕서]를 적어 자신이 연나라 소왕과 나누었던 군주와 신하로서의 의를 서술하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사마천은 이 글의 전문을 이 편에 실었다. 촉나라 제갈량의 [출사표]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은 것을 보면 이것이 [출사표]의 기초가 된 듯하다.

 

P504 – 신이 듣기에 어질고 성스러운 군주는 개인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봉록을 주지 않고 공로가 많은 자에게 상을 주며, 능력 있는 사람에게 그에 맞는 일을 맡긴다.”라고 합니다.

 

P506 – 신이 듣건대 옛 군자는 사람과 교제를 끊더라도 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충신은 그 나라를 떠나더라도 자기 결백을 밝히려고 군주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21. 염파 인상여 열전

 

P511 – 인상여가 폐기만만하게 화씨벽을 들고 진나라를 방문하여 진나라 왕과 신하들을 꾸짖는 장면과 자기 군주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진나라 왕을 위협하는 모습은 모두 죽음을 각오한 용기에서 나온 것으로 이 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P517 – 인상여는 화씨벽을 가지고 기둥을 노려보며 그것을 기둥에 치려고 했다. 진나라 왕은 화씨벽이 깨질까 봐 잘못을 사과하고 노여움을 풀도록 했다. 그리고 관리를 불러 지도를 펼치게 한 다음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키며 여기서부터 저쪽까지 성 열다섯 개를 조나라에 주라고 했다.

인상여의 용기와 기백이 참으로 부럽다. 머리로는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어떻게 실제로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지 그 담력이 놀랍다.

 

P522 – “만일 지금 호랑이 두 마리가 어울려서 싸우면 결국은 둘 다 살지 못할 것이오. 내가 염파를 피하는 까닭은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망을 뒤로하기 때문이오. “

염파가 이 말을 듣고는 웃옷을 벗고 가시 채찍을 등에 짊어지고 빈객으로서 인상여의 문 앞에 이르러 사죄하며 말했다.

비천한 저는 상경께서 이토록 너그러우신 줄 몰랐습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화해하고 죽음을 같이하기로 약속한 벗이 되었다.

 

P529 – 조나라가 이 싸움을 전후로 잃은 군사는 45만명이나 되었다. 이듬해에 진나라 군대는 드디어 한단을 포위하였고, 한단은 1년 남짓 포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조나라는 초나라와 위나라 제후들의 도움으로 겨우 한단의 포위망을 뚫었다. 조나라 왕은 조괄의 어머니가 앞서 한 말 때문에 결국 그녀를 죽이지는 않았다.

 

P530 – 그러나 다시 등용되어 장군이 되자 빈객이 또 다시 모여드니 염파가 말했다.

객들은 물러가시오.”

그러자 한 빈객이 말했다.

! 당신은 어쩌면 그렇게도 판단이 더딥니까? 대체로 천하 사람들은 시장에서 이익을 좇는 것처럼 사귑니다. 당신에게 권세가 있으면 따르고 권세가 없어지면 떠나갑니다. 이것은 진실로 당연한 이치인데 무엇을 원망하십니까?”

아주 단순하면서도 일반적인 범인들의 이치이다. 그러나 이것이 또 냉혹한 현실의 원리이다. 하지만 군자의 논리로 보자면 아주 얄팍한 이익을 쫓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사마천은 이를 유교적 논리로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이 현실의 논리라고 에둘러 이야기하고 있다.

 

P534 – 죽음을 알면 반드시 용기가 생기게 된다. 죽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상여가 화씨벽을 돌려받고 기둥을 노려볼 때라든지 진나라 왕 주위에 있던 신하들을 꾸짖을 때 그 형세는 기껏해야 죽음뿐이었다. 선비 중에 어떤 이는 겁을 집어먹고 감히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인상여가 한 번 용기를 내자 그 위세가 상대편 나라까지 떨쳤고, 물러나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염파에게 겸손히 양보하니 이름은 태산처럼 무거워졌다. 인상여는 지혜와 용기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상여 편은 나에게도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런 담력을 가지고 기백 있게 행동할 수 있을까? 정말 잃을 것은 목숨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범인들은 그 목숨 하나가 전부 아닌가?

 

22.전단 열전

 

P543 – “충성스런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정조 있는 여자는 두 남편을 바꿔 섬기지 않소. 제나라 왕이 내 간언을 듣지 않아서 벼슬을 그만두고 들에서 밭이나 일구고 있는데 나라는 이미 깨어져 망하였고 나는 [나라를] 보존시킬 수 없소.

 

23.노중련 추양 열전

 

P561 – 속담에 젊을 때부터 흰머리가 되도록 사귀었으면서도 새로 사귄 듯한 이가 있는가 하면, 길에서 우연히 만나 잠깐 이야기하고도 옛날부터 사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상대방의] 마음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입니다.

 

P562 – 그러므로 여자는 예쁘든 못 생겼든 궁중으로 들어가면 질투를 받고, 선비는 어질든 어리석든 조정으로 들어가면 시샘을 받게 마련입니다.

 

P568 – “노중련은 지향하는 뜻이 대의에 맞지는 않았지만벼슬도 지위도 없는 처지에서 자신의 뜻을 거림낌없이 말하고 실천하며 제후들에게 굽히는 일이 없었으며, 당대에 담론과 유세를 펼치며 공경과 재상들의 권력을 꺾었다. 추양은 말하는 태도가 공손하지는 않았지만 사물을 비유해 가며 그 실례를 하나하나 든 점에서 비장함이 있었고, 또 절개를 굽히지 않고 강직했기 때문에 나는 그를 이 열전에 덧붙였다.

 

24. 굴원 가생 열전

 

P572 – 굴원은 왕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데 밝지 못하고 헐뜯고 아첨하는 말이 군주의 밝음을 가로막으며, 흉악하고 비뚤어진 말이 공정함을 해치고 단아하고 올곧은 사람이 등용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근심하며 깊이 사색에 잠겨 [이소]를 지었다.

이소란 걱정스러운 일을 만나다.라는 뜻이다.

 

P573 – 진흙 속에서 뒹굴다 더러워지자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씻어 내고, 먼지 쌓인 속세 밖으로 헤쳐 나와서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다. 그는 [연꽃처럼] 깨끗하여 진흙 속에 있으면서도 더러워지지 않은 사람이다. 이러한 그의 지조는 해와 달과 그 빛을 다툴 만하다.

 

P575 – 굴원은 진작부터 이 일을 통분히 여겼으며, 비록 내쫓긴 신세지만 초나라를 그리워하고 회왕을 생각하며 언제나 다시 조정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또한 군주가 자기 잘못을 깨닫고 속세의 나쁜 풍습이 고쳐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군주를 생각하고 나라를 일으켜 약한 나라를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이소한 편 속에 세번씩이나 그 뜻을 노래했다.

 

P577 – 굴원이 대답했다.

온 세상이 혼탁한테 나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소.” 어부가 물었다.

대체로 성인이란 물질에 구애 받지 않고 속세의 변화를 따를 수 없다고 합니다. 온 세상이 혼탁하다면 왜 그 흐름을 따라 그 물결을 타지 않으십니까? 모든 사람이 취해 있다면 왜 그 지게미를 먹거나 그 밑술을 마셔 함께 취하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아름다운 옥처럼 고결한 뜻을 가졌으면서 스스로 내쫓기는 일을 하셨습니까?”

굴원이 대답했다.

내가 듣건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관의 먼지를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사람은 반드시 옷의 티끌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사람이라면 또 그 누가 자신의 깨끗한 몸에 더러운 때를 묻히려 하겠소?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 배 속에서 장사를 지내는 게 낫지, 또 어찌 희디흰 깨끗한 몸으로 속세의 더러운 티끌을 뒤집어 쓰겠소!”

무엇이 더 고결하고 성인다운 일인가? 더러운 티끌을 뒤집어 쓸지언정 세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본인의 명성과 양심을 지키는 일보다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어부조차 이렇게 조언하는데 무엇 때문에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 물러 나서 억울한 마음만 토로하고 있는 것인가?

 

P594 – 굴원이 그만한 재능을 가지고 다른 제후에게 유세하였더라면 어느 나라인들 받아들이지 않았으랴마는 그 스스로 이렇게 생을 마쳤구나. 그러나 [복조부]를 읽으니 그는 삶과 죽음을 한가지로 보고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을 가볍게 여겼으니, 나는 [마음에 깨달은 바 있어] 상쾌해지며 스스로 잘못 살았다고 되었다.”

개인에게 있어 벼슬이 중요하지 않고 명성과 재물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시대를이끌어 가는 성인이라고 한다면 시대적 정신과 세상을 위해서 본인을 조금 더 희생하면서 이뤄나가고 변화시켜 나갈 대 명분이 있지 않을까?

 

25. 여불위 열전

 

P597 – 자초는 진나라의 많은 서얼 중 한 사람으로서 제후 나라의 볼모이므로 수레와 말과 재물이 넉넉하지 않고 생활이 어려워 실의에 빠져 있었다. 여불위가 한단에서 장사하다가 그를 보고 불쌍하게 여겨 말했다.

이 진귀한 재물은 사 둘만하다.”

그리고 자초를 찾아가 설득했다.

나는 당신의 가문을 크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자초는 웃으면서 말했다.

먼저 당신 가문을 크게 만든 뒤에 내 가문을 크게 만들어 주시오.”

여불위가 말했다.

당신이 모르는 모양인데, 제 가문은 당신 가문에 기대어 커질 것입니다.”

어떤 근거로 자초를 보면서 이런 결정을 했을까? 그 인물을 보는 기준이 궁금하다. 그런데 어떤 곳에도 여불위가 자초를 보면서 어떤 면 때문에 이런 결정을 했는지가 상세히 나온 것이 없는 것 같다.

 

P601 – 이 무렵 위나라에는 신릉군, 초나라에는 춘신군, 조나라에는 평원군, 제나라에는 맹상군이 있었는데 이들은 한결 같이 선비를 존중하여 빈객을 모시는 일을 두고 다투었다. 여불위는 진나라가 강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선비들을 불러 정성껏 대하자 식객이 3000명에 이르렀다. 이때 제후들의 나라에는 변사가 많았는데, 순경 같은 무리는 글을 지어 천하에 자신의 학설을 퍼뜨렸다. 이에 여불위는 자기 식객들에게 각각 보고 들은 것을 쓰게 하여 [팔람], [육론], [십이기] 20여만 언으로 모아 이것이야말로 천지, 만물, 고금의 일을 다 갖추고 있다고 여겨 [여씨춘추]라고 불렀다.

여불위는 정말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웬만한 왕도 못한 일을 해냈다.

 

26. 자객 열전

 

P612 – 작은 이익을 탐하는 것으로 스스로 만족하신다면 제후들의 신뢰를 잃고 천하의 지지를 잃게 됩니다. 그러니 약속대로 땅을 돌려주시는 편이 낫습니다.

 

P614 – 전제에게 배 속에 비수를 감춘 구운 생선을 내오도록 하였다. [전제는] 왕 앞에 이르자 생선의 배를 찢고 비수를 잡아 요왕을 찔러 그 자리에서 죽였다. 그러자 왕의 양 옆에 있던 사람들이 전제를 죽였다. 이렇게 하여 왕을 모시고 온 신하들이 크게 소란을 피우자, 공자 광은 숨겨 두었던 병사들을 내 보내 요왕의 무리를 쳐서 모두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그가 바로 합려이다.

영화와 같은 이야기이다. 정말 현실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오히려 영화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갈 만 하다. 그런데 이렇게 왕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하늘의 천명을 따른 것이요 백성들을 위한 길이었나?

 

P615 –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얼굴을 꾸민다고 했다.

 

P620 – 엄중자는 100금을 주며 어머니의 장수를 축원해 주었다. 내 비록 [그돈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한 것은 나를 특별히 깊이 알아주었기 때문이다. 어진 사람이 격분하여 원수를 쏘아보면서 나처럼 궁핍하게 사는 사람을 가까이하고 믿어 주었으니, 내 어찌 말없이 가만히 있을쏘냐!

정말 그를 알아주고 아낀 것인가?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환심이 사기 위한 것이 아니였나? 정확하게 보자면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어찌 선비간의 의라고 할 수 있을까? 어리석다.

 

P634 – 장인을 시켜 [칼날에] 독약을 묻혀 사람을 찔러보니 피 한 방울만 흘려도 그 자리에서 죽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래서 행장을 꾸려 [형가를 진나라로] 보내기로 했다.

이를 사람에게 직접 실험해 본다고? 사형수인가? 아무리 그래도 이럴 수 있나?

 

P641 – 조말부터 형가에 이르기까지 다섯 사람은 이처럼 의기가 이뤄어지기도 하고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펼친 뜻이 분명하고 자신들의 뜻을 속이지도 않았으니, 이름이 후세에 전해지는 것이 어찌 허망한 일이겠는가!

 

27.이사 열전

 

P643 – 이사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는 진나라에 큰 공을 세웠을지언정 자신은 오형을 받아 죽었고, 집안사람들까지 목숨을 보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의 모습은 동정을 받을 수 없다. 그의 개인적인 비극보다 역사적 비극이 더 참혹했기 때문이다.

이사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만 하다. 그가 했던 일들이 미친 영향이 가혹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그 역시 진시황의 신하일 뿐이 않았던가

 

P217 – 이사는 초나라 상채 사람이다. 그는 젊을 때 군에서 지위가 낮은 관리로 있었는데, 관청 변소의 쥐들이 더러운 것을 먹다가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가면 자주 놀라서 무서워하는 꼴을 보았다. 그러나 이사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거기에 있는 쥐들은 쌓아 놓은 곡식을 먹으며 큰 집에 살아서 사람이나 개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이사는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이 어질다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이런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달렸을 뿐이구나.”

이사가 결국 진나라로 가게 된 원인이라고 한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환경, 시대적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디에서 어떤 군주를 만나느냐에 따라 신하는 뜻을 펼칠 수 있느냐 초야에 묻히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P648 – 이것은 만 년에 한 번 있는 기회입니다. 지금 게으름을 피우고 서둘러 이루지 않으면 제후들이 다시 강대해져서 서로 모여 합종하기로 약속할 테고, 그렇게 되면 황제 같은 현명한 왕이 있을지라도 천하를 손에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P649– 때 마침 한나라의 정국이라는 사람이 와서 진나라를 교란시키기 위해 논밭에 물을 대는 운하를 만들려고 했다.

웬지 익숙한 장면이다. 우리도 누군가 운하를 만들어서 나라를 도탄해 빠뜨리고 지금까지 나라에 큰 악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은가?

 

P656 – 시황제는 그 제안을 옳다고 여겨 [], [], 제자백가의 책을 몰수하고 모든 백성을 어리석게 만들어 천하에 그 누구도 옛것을 끌어들여 지금 세상을 비판하지 못하게 했다.법률과 제도를 밝히고 율령을 만드는 일은 모두 시황제때에 처음 생겼다. 문자를 통일하고 천하의 이곳저곳에 이궁과 별장을 두루 지었다. 그 이듬해에는 세상을 돌아보고 사방의 오랑캐족을 나라 밖으로 쫓아냈는데, 이 모든 일은 이사의 힘으로 가능했다.

 

P657 – “아아! 나는 순자가 사물이 지나치게 강성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한 말을 들었다. 나는 상채에서 태어난 평민이며 시골 마을의 백성일 뿐인데, 주상께서는 내가 아둔하고 재능이 없는 줄도 모르고 뽑아서 오늘날 이 지위까지 오르게 하셨다. 지금 다른 사람의 신하된 자로서 나보다 윗자리에 있는 이가 없고 부귀도 극에 달했다고 할 만하다. 만물은 극에 이르면 쇠하거늘 내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구나.”

알면서도 왜 물러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할까? 그것이 욕심일 것이다. 사마천은 이사의 독백을 통해서 우리에게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P664 – 이사는 하늘을 우러러 한탄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 나 홀로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 죽을 수도 없으니 어디에 내 목숨을 맡기랴?”

한탄만 한들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수많은 계책을 내놓고 나라를 운영하면서도 어찌 자기 자신은 나서고 물러설 때를 몰라서 화를 당하게 되는 것일까?

 

P679 – “! 슬프구나! 도리를 모르는 군주를 위하여 무슨 계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 옛날 걸왕은 관용봉을 죽이고, 주왕은 왕자 비간을 죽이고, 오나라 왕 부차는 오자서를 죽였다. 이 세신하가 어찌 충성하지 않았을까마는 죽음을 면치 못한 것은 충성을 다한 군주가 도리를 몰랐기 때문이다.

 

P685 – 조고의 간사한 의견을 따라 적자를 폐하고 첩의 자식을 제위에 오르게 했다. 제후들이 이미 모반하고 나서야 비로소 군주에게 충언하려 했으니 때가 너무 늦었구나! 세상 사람은 모두 이사가 충성을 다했는데도 오형을 받고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근본을 살펴보면 세속의 논의와는 다르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사의 공은 주공이나 소공과 어깨를 겨룰만 하였을 것이다.”

 

28. 몽염 열전

 

P697 – “나는 북쪽 변방 지역에 갔다가 직도로부터 돌아왔다. 길을 가면서 몽염이 진나라를 위해 쌓은 장성의 요새를 보았는데, 산악을 깍고 계속을 메워 직도를 통하게 했으니 진실로 백성의 힘을 가벼이 여긴 것이다. 진나라가 처음 제후를 멸망시켰을 때 천하의 민심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전쟁의 상처도 채 가라앉지 않았으나, 몽염은 이름 있는 장수로서 이러한 때에 곤궁한 백성을 구제하고 늙은이를 모시고 고아를 돌보며 모든 백성을 안정되고 평화롭게 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강력히 간언하지 않고 도리어 [시황제] 뜻에 영합하여 공적을 세웠으니 이들 형제가 죽음을 당한 것도 마땅하지 않겠는가! 어찌 죄를 지맥을 끊은 탓으로 돌리랴.”

사마천의 이야기도 일면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 과연 시황제에게 누가 간언을 할 수 있었을까? 시황제는 천하통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만심으로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밀어 부쳤다. 만약 시황제가 통일 후 백성들을 안정시키고 다독거리는 정책을 썼더라면 진나라왕조는 백여년 이상을 지속 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시황제와 이사는 통일에 대한 자만심으로 본인들만의 정책만을 강력하게 펼쳐 나갔다. 그 과정에서 몽염은 크게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았을까?

 

29. 장이 진여 열전

 

P702 – “처음에 나와 그대가 약속한 것이 무엇이오? 지금 하찮은 치욕 때문에 일개 벼슬아치의 손에 죽으려고 하시오?”

 

P704 – 적이 많으면 힘은 흩어지고, 편이 많으면 군대는 강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들에는 싸우는 병사가 사라지고, [공격을 받는] 현은 성을 지킬 자가 없어질 테니 포악한 진나라를 멸하고 함양을 차지하여 제후들을 호령할 수 있습니다. [여섯나라의] 제후들은 멸망하였다가 다시 왕이 되었으니 덕으로 그들을 복종시키면 제왕의 대업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금 홀로 진 땅에서 왕이 되신다면 천하가 흩어질까 걱정됩니다.

그러나 진섭은 이 말을 듣지 않고 마침내 왕이 되었다.

대의명분보다는 사람이 욕심이 먼저인 것 같다. 좋은 조언을 해도 욕심에 가려 다른 결정을 하게 된다.

 

P708 – 무신은 이 말을 듣고 마침내 임금 자리에 올라 조왕이 되었다. 그는 진여를 대장군으로 삼고, 장이를 우승상으로 삼았으며, 소소를 좌승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 진왕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진왕은 매우 화를 내면서 무신 등의 집안사람을 모두 죽이고 군대를 일으켜 조나라를 치려고 했다. 그대 진왕의 상국 방군이 간언했다.

진왕은 사자를 보내어 무신이 조나라 왕이 된 것을 축하하고, 군대를 일으켜 서쪽으로 함곡관에 들어가도록 재촉했다.

 

P713 – 장이는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진여에게 앞으로 나오기를 요구하였으나, 진여는 병력이 적어서 진나라 군대에 맞설 수 없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나자 장이는 몹시 노하여 진여를 원망하게 되었고, 장염과 진택을 진여에게 보내어 꾸짖었다.

장염과 진택이 말했다.

일이 이미 급박한데 함께 죽어 신의를 세워야지 어찌 뒷일만 생각하십니까?”

진여가 말했다.

내가 죽는다고 무슨 보탬이 되겠소? 하지만 당신 말에 따르겠소.”

그리고 군사 5000명에게 장염과 진택을 따라 먼저 진나라 군대에 맞서게 하였으나 붙어 싸우자마자 모두 몰살당했다.

 

P724 – 예전에는 서로 양모하고 신뢰함에 성의를 다하더니 나중에는 서로 배반하고 사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였으니 이것은 어찌 된 일인가? 그들이 권세와 이익만 쫓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비록 명예가 높고 빈객이 많았다 해도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나라를 양보한] 태백이나 연릉의 계자와는 상황이 서로 다르다고 하겠다.

 

30. 위표 팽월 열전

 

P728 – “인생은 흰 망아지가 [작은문] 틈새로 달려 지나가는 것처럼 매우 짧소. 지금 한왕은 오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제후와 신하들을 노예처럼 꾸짖고 욕하며 위아래의 예절이 조금도 없소. 나는 그러한 꼴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소.”

독특한 표현이다. 그런데 작은문 틈새로 흰망아지가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처럼 짧다는 뜻이 아닌가?

 

P729 – 그러자 팽월이 말했다.

지금은 용 두마리가 한참 싸우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봅시다.”

 

P734 – “위표와 팽월은 본디 신분이 낮은 사람이었지만 1000리 땅을 차지하고 왕 노릇을 하며 고라 했다. 이들은 피를 밟고 승기를 타서 나날이 그 이름이 높아졌다. 그러나 반역할 마음을 품었다가 실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하고 붙들려서 형벌을 받았으니,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중간 정도 되는 재능을 가진자도 이러한 행위를 부끄럽게 여기거늘, 하물며 왕 노릇을 하던 자야 어떠하랴! 여기에는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략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자들이지만 오직 자기 몸을 보존하지 못하는 것만 걱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이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뱀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때를 만나 자신들의 뜻을 펼쳐 보려고 했기 때문에 갇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31. 경포 열전

 

P737 – 장년이 되어 법에 연루되어 [얼굴에 먹물을 들이는] 경형을 받게 되자, 경포는 너무 기뻐 웃으면서 말했다.

어떤 사람이 내 관상을 보고 형벌을 받고 나서야 왕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을 말한 거겠지.” 이말을 들은 사람은 모두 경포를 놀리며 비웃었다.

비웃을 만 하다. 신화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 것 같다.

 

P740 – “너희 같은 자들과는 천하의 일을 도모할 수 없구나.”

알자 수하가 나아가 말했다.

폐하께서 말씀하시는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한왕이 말했다.

누가 나를 위해 회남에 사신으로 가서 영포가 군대를 일으켜 초나라에 반기를 들게 할 수 있겠는가? 황왕을 제나라에 몇 달만 붙들어 놓을 수 있다면 내가 천하를 차지하는 데 백의 하나도 어긋남이 없을 터인데

이런 사례를 볼 때마다 한 고조가 항우를 이긴 것이 의아할 때가 많다. 정말 하늘이 정해 준 것인가? 백성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것도 많은 사례를 보면 나중에 만들어지고 미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후세가 남긴 역사서가 이럴진대 실제는 보다 더 포악하고 오만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 본다.

 

P743 – 초나라가 한나라를 이긴다면 제후들은 스스로 위험을 느끼고 두려워하여 서로 한나라를 구하려 할 것입니다. 초나라가 강대해지면 도리어 천하의 적을 불러들이게 될 뿐입니다.

대왕께서 병사를 일으켜 초나라에 반기를 들면 황왕은 반드시 제나라에 머무르게 될 테니, 몇 달만 머무르게 한다면 그 시간에 한나라가 천하를 차지하는 데는 만의 하나도 어긋남이 없을 것입니다. 청컨대 신이 대왕을 모시고 칼을 차고 한나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왜 이런 말들에 설득이 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시대적 상황 때문일거라는 추측은 된다. 어느쪽 하나 이기는 것을 장담할 수 없고 승패에 본인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니 신중해지고 또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우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심사숙고한 사람들의 말로는 역시나 좋지 않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결국 본인의 욕심만을 따라서 였을까?

 

P746 – [한나라] 11년에 고후가 회음후 [한신]의 목을 베었다. 이 일로 인해 영포는 속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여름에 한나라는 양나라 왕 팽월을 삶아 죽여 소금에 절이고, 소금에 절인 살덩이를 그릇에 담아 제후들에게 두루 내려 주었다. 그것이 회남에 도착했을 때 회남왕은 사냥하는 중이었는데, 소금에 절인 살덩이를 보고 몹시 두려워 남몰래 사람을 시켜 병사를 모아 이웃 군의 동정을 살피고 위급한 사태에 대비하도록 했다.

이 얼마나 잔인한가. 영화 대부가 혹시 이를 후에 벤치마킹한 것은 아닐까? 결국 서로의 의심이 계속된 모반을 만들었고 한 고조 외엔 많은 이들이 죽음을 당했다. 이런 한 고조가 당시 백성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말인가?

 

P747 – 희첩이 왕을 모시면서 무슨 말끝에 비혁이 덕망 있고 관대한 인물이라고 칭찬하니, 왕이 화가 나서 말했다.

너는 그를 어디서 알게 되었느냐?”

희첩이 사정을 자세히 말하자 왕은 그와 정을 통하지나 않았나 의심하였다. 비혁은 겁이 나서 병을 핑계로 나오지 않았다. 왕이 더욱더 화가 나서 비혁을 체포하려 하니, 그는 영포가 반란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밀고하려고 역마를 타고 장안으로 떠났다.

불운하다고 해야 하나? 결국 질투심 하나가 불씨가 되어 의심받게 되고 가뜩이나 어떤 건수를 찾고 있던 한 고조에 걸린 것은 아닌가 싶다. 아마도 영포는 비혁이 아니었어도 곧 죽게될 운명이었는지 모르겠다.

 

P753 – 영포는 늘 가장 포악한 일을 하는 자의 우두머리였고 공적은 제후들 가운데 으뜸이었다. 그래서 왕이 될 수는 있었지만 자신도 세상의 큰 치욕을 피하지는 못했다. 재앙은 사랑했던 여자에게서 싹 텄고, 질투가 우환을 낳아 마침내 나라를 멸망하게 만들었구나!

사마천은 영포의 사례를 통해서 인과응보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정의가 땅에 떨어지고 덕을 행한자, 악을 행한자 상관없이 오직 힘과 돈이 있는자, 영악한 자, 간악한 자가 살아남는 시대에 대한 우회적 비판은 아니었나 싶다. 과연 그 시대에 포악한 일을 했다고 해서 벌을 받고 비극적 일을 맞이한 자가 얼마나 있었겠는가?

32. 회음후 열전

 

P755 – 한신의 공이 지나치게 높아 군주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자 유방은 그를 꺼리게 되었다. 그러나 한신은 시대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유방에게 자신을 제나라 왕으로 책봉해 달라고 요구하며 화를 부른다. 항우가 죽은 뒤 한신은 초나라 왕으로 옮겨 갔다가 죄를 지어 회음후으로 강등되고, 결국 반역하려다 멸족의 화를 당하였다.

 

P759 – 회음후 한신은 회음 사람이다. 처음 평민일 때에는 가난한 데다 방종했으므로 추천을 받아 관리도 될 수 없고, 또 장사를 해서 살아갈 능력도 없어 늘 남을 따라다니며 먹고 살아 사람들이 대부분 그를 싫어했다.

 

P760 – 그러고는 사람들 앞에서 한신을 모욕하며 말했다.

네 놈이 죽일 수 있으면 나를 찌르고, 죽일 수 없으면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 나가라.”

이때 한신은 그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구부려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갔다. [이일로 해서] 시장 사람들이 모두 한신을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P772 – 광무군이 사양하며 말했다.

제가 듣건대 싸움에서 진 장수는 무용을 말할 수 없고, 멸망한 나라의 대부는 나라를 존속시키는 일을 말 할수 없다.’라고 합니다.

그러자 한신이 말했다.

[군주가] 그를 등용했는지 등용하지 않았는지 또 그의 말을 받아들였는지 받아들이지 않았는지에 달렸을 뿐입니다.

 

P778 – “나는 여기서 곤경에 빠져 하루빨리 와 주기를 바라는데 자기는 스스로 왕이 될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장량과 진평은 일부러 한왕의 발을 밟고는 사과하는 척하며 왕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한나라는 지금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한신이 왕 노릇을 하는 걸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한신을 세워서 왕으로 삼고 잘 대우하여 제나라를 지키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변이 일어날 것입니다.”

한왕도 이를 깨닫고 다시 꾸짖어 말했다.

대장부가 제후를 평정했으면 진짜 왕이 될 일이지 가짜 왕 노릇을 한단 말이냐!”

이미 이때부터 한고조와 한신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P779 – 지금 당신께서는 한왕과 두텁게 사귀고 있다고 생각하고 한왕을 위하여 힘을 다해 군대를 지휘하고 있지만 결국 그에게 사로잡히고 말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항왕이 아직 살아 있는 덕택입니다.

 

P781 – 괴통이 말했다.

주군의 관상을 보니 제후로 봉해지는 데 지나지 않으며, 게다가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그러나 장군의 등을 보니 귀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한신이 물었다.

그것이 무슨 말이오?”

괴통이 대답했다.

천하가 어지러워졌을 때, 영웅호걸들이 왕이라고 일컬으며 한번 외치자 천하의 인사들이 구름이나 안개처럼 모여들어 물고기 비늘처럼 겹치고 불똥이나 바람같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왕과 항왕의 운명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당신께서 한나라를 위하면 한나라가 이기고 초나라 편을 들면 초나라가 이길 것입니다.

진실로 계책을 써 주신다면 한나라와 초나라 양쪽을 모두 이롭게 하고, 두 분을 존속시켜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솥의 발처럼 서 있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형세로 보아 어느 누구도 감히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삼국지의 근원은 아마도 여기서 부터인 것 같다. 괴통이 제갈량에 앞서 삼국시대를 내다본 것이 아닌가 싶다.

 

P783 – 괴통이 말했다.

당신께서는 스스로 한왕과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업적을 세우려고 하십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잘못된 것입니다. 상산왕과 성안군은 평민일 때 서로 목을 내놓을 만큼 막역한 사이였지만 나중에 장염과 진택의 사건으로 다투어 서로 원망하게 되었습니다.

 

P784 – 옛날 대부 문종과 범려는 멸망해가는 월나라를 존속시키고 월나라 왕 구천을 제후들의 우두머리로 만들어 공을 세우고 이름을 떨쳤지만 자신은 죽었습니다. 들짐승이 다 없어지면 사냥개는 삶아 먹히게 마련입니다. [당신과 한왕의 관계는] 교분으로 보면 장이가 성안군이 친한 것에 미치지 못하며, 충성과 믿음으로 보면 대부 문종과 범려가 구천에게 한 것보다 못합니다.

 

P785 – 당신께서는 이러한 위력과 공로를 가지고 어디로 돌아가려 하십니까? 무릇 형세가 신하 자리에 있으면서 군주를 떨게 하는 위세를 지니고 명성을 천하에 떨치고 있으니 제 생각에는 당신께서 위태롭습니다.

신하 된 자의 어려움이다. 충성을 다하되 임금의 이름을 넘어서서는 안된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또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일이 없는가? 글쎄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아주 흔히 있는 일인 것 같다.

 

P788 – 한신이 말했다.

정말 사람들의 말에 날랜 토끼가 죽으면 훌륭한 사냥개를 삶아 죽이고, 높이 나는 새가 모두 없어지면 좋은 활은 치워 버린다. 적을 깨뜨리고 나면 지모 있는 신하는 죽게 된다.’라고 하더니,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으니 내가 삶겨 죽는 것은 당연하구나!”

 

P793 – 만약 한신이 도리를 배워 겸양한 태도로 자기 공로를 뽐내지 않고 자기 능력을 자랑하지 않았다면 한나라에 대한 공훈은 주공, 소공, 태공망 등에 비할 수 있고 후세에 사당에서 제사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고 힘쓰지 않고 천하가 이미 안정된 뒤에 반역을 꾀했으니 온 집안이 멸망한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사마천의 평가는 박하기만 하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한신만의 문제였을까?

 

33. 한신 노관 열전

 

P808 – 주창은 고조를 뵙자 이것을 자세하게 말했다.

진희의 빈객은 지나칠 만큼 많습니다. 밖에서 여러 해 동안 군대를 마음대로 휘둘렀으니 무슨 반란이라도 있을까 두렵습니다.”

 

P811 – “한신과 노관은 본래 덕을 쌓고 착한 일로 처세한 것이 아니라 한 순간의 권모술수와 임기웅변으로 벼슬을 얻고 간사함으로 공을 이루었다.” 한나라가 천하를 막 평정했을 때 만났으므로 땅을 갈라 받고 왕 노릇하며 고라고 일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진희는 그 재앙이 자신에게 미칠까봐 두려웠는데 간사한 자가 진언하자, 마침내 무도한 짓에 빠져들었다. , 슬프도다! 대체로 계책의 설익음과 무르익음이 사람에게 성공과 실패로 끼치는 영향은 또한 깊구나!

34. 전담 열전

 

P815 – “제후들은 모두 진나라에 반기를 들고 스스로 일어서고 있다. 제나라는 옛날에 세워진 나라로서, 내가 그 전씨의 후예이니 마땅히 왕이 되어야 한다.”

그러고는 마침내 스스로 제나라의 왕이 되어 군사를 일으켜 주불을 쳤다.

예나 지금이나 우선 대의적인 일에는 명분이 가장 중요하다. 우스운 것 같지만 사람들 머리속에 단순하게 인식되기 위해선 우선 명분이 있어야 한다.

 

P823 – 심하구나! 괴통의 계책은 제나라의 전횡을 혼란스럽게 하고 회음후를 교만에 빠지게 하여이 두사람을 망쳤구나!

전횡의 절개는 고상하여 빈객들마저 그 의리를 사모하여 따라 죽었으니 어찌 이보다 더한 현명함이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그의 사적을 열전 속에 넣었다. 제나라에 계책을 잘 세우는 사람이 없지 않았을 텐데 전횡을 보좌하여 나라를 지키지 못했으니 이것은 어찌된 일인가?

사마천이 주목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리라! 덕이 있는 사람이 어찌 이리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 것일까? 사마천은 그것이 못해 아쉬웠던 모양이다.

 

P332 – 이들은 행실이 성실한 군자는 아니지만 전국 시대의 책사였다. 바야흐로 진나라가 강성해졌을때 천하는 더욱 권모와 술수로 치달으려 했던 것이다.

그 시대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과 능력이 있다. 그때는 책사들의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군자의 덕과 예가 필요한 때는 아니었던 것 같다.

 

35. 번역등관열전

 

P827 – 무양후 번쾌는 패현 사람이다. 그는 개 잡는 일을 생업으로 하면서 고조와 함께 숨어 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이미지를 만든 배경이다. 밑 바닥에서 일어나 한 나라를 일으킨 야기는 흥미와 재미를 주는 것 같다.

 

P830 – “더 마실 수 있겠소?”

번쾌가 말했다.

신은 죽음도 사양하지 않은데 어찌 술 한잔을 사양하겠습니까? 패공께서는 먼저 관중으로 들어와 함양을 평정한 뒤 패상에서 병사들을 노숙시키며 대왕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오늘에 이르러 소인배의 말만 듣고 패공과 틈을 만드셨습니다.

 

P833 – 번쾌는 여후의 동생 여수를 아내로 맞이하여 아들 항을 낳았기 때문에 다른 장수들에 비하여 고조와 가장 가까웠다.

 

P834 – 고조는 이 말을 듣고 몹시 화가 나서 곧장 진평을 시켜 강후에게 수레를 타고 가서 번쾌 대신 군대를 지휘하게 하고, 군대 안에서 번쾌의 목을 베라고 명령하였다.  

처음부터 생사고락을 같이한 번쾌마저 한 고조는 믿지 못하고 결국 마지막에 죽일 것을 명령하였다. 얼마나 인생무상한 일인가?

 

P849 – 내가 풍현과 패현으로 가서 진나라때부터 살아온 그곳 노인들을 찾아 소하, 조참, 번쾌, 등공의 옛집과 그들의 평소 사람됨을 물어보았는데 세상에 전해지는 것과는 달랐다. 그들이 칼을 휘두르고 개를 잡고 비단을 팔 때, 어찌 파리가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1000리를 가듯이 한나라 고조를 만나 한나라 조정에 이름을 날리고 자손들에게까지 은덕을 내리게 될 줄 알았겠는가?

결국 상황이 사람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물며 한 고조 또한 과연 누가 나라를 만들 줄 알았을까? 사마천은 은근히 그들을 비꼬는 듯 하다.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해서

목차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순서대로 하고 있다. 사마천 사기의 목차는 목차 자체가 사마천이 하고자 하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백이열전을 첫 편으로 하고 있는 것부터 사마천은 이 책을 통해서 정의롭고 의로우나 시대를 잘 못 타고나 시련을 겪은 인물들에 대해서 주목 있다. 그 사람들을 통해서 사마천 자신의 억울함과 비애를 투명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2. 보완이 필요한 점

사마천의 사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나 사기열전 맨 마지막에 수록된 춘추전국시대의 지도는 너무나 알아보기가 힘들다. 사실 그 시대의 지도를 머리 속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 나라마다의 관계와 지형을 이야기할 때면 답답할 때가 많았다. 특히 합종연횡을 이야기할 때 각 나라마다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면 책을 덮어 놓고 우선 지도를 찾아서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되는 때가 많았다. 번역서라면 중간 중간이라도 당시의 지역 지도를 같이 보여준다면 휠씬 더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까 싶다.

 

3. 이 책의 장점

사마천은 내가 이 책의 장점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만큼 세계적인 보물이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서 권력지배층의 이야기와 함께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과도 같이 생동감있게 서술함으로써 당시의 시대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특히 이러한 서술 방식은 후대의 역사서를 기술함에 있어서 하나의 모범적인 전형이 되었다.

 

4. 내가 저자라면

앞서 말한 보완점과 비슷한데 저자라면이라기 보다는 역자의 입장에서 아니 출판사의 편집자의 입장에서 말한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중간에 지도도록을 참고자료로 같이 수록한다면 사기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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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00:43:56 *.18.218.234

진짜 마음 편해지셨나봐요. ^^ 사기열전 재밌게 읽으신 거 같은데요. 단상 잘 읽었어요. 난세, 영웅호걸의 시대 도대체 '범인'은 어떻게 살아야 했을지 저도 고민하며 읽었던 부분. 그래서 사마천도 하늘에 도가 있냐고 초반에 부르짖었나 봅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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