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차칸양
  • 조회 수 92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7년 9월 19일 06시 44분 등록

일요일 아침부터 꽤나 바쁩니다. 밥 하랴, 국 끓이랴 그리고 생전 두 번째로 도전해보는 계란찜 만드느라 말이죠. 왜 그리 바쁘냐고요? 오늘은 아내의 생일날입니다. 항상 그렇듯 1년에 한번은 아내의 생일상—고작 흰 쌀밥, 미역국 그리고 계란찜이 전부긴 하지만 —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일도 올해로 벌써 스무번 정도 하고 있네요. 시간 참 잘 갑니다. 하지만 마냥 잘 가는 시간이 요즘은 좀 서운하게 느껴지네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긴 하나 봅니다.


끓일 때마다 느끼지만 미역국은 참 신기한 음식입니다. 어떤 때는 거의 아무 것도 넣지 않아도 진한 국물맛이 느껴지다가도, 또 어떤 때는 끓여도 끓여도 본래의 제 맛이 안 나고 밍밍할 때가 있죠. 그럴 때는 살짝 조미료의 힘을 빌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단 한번도 조미료없이 국간장과 약간의 소금만을 활용해 어느 정도의 맛을 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간도 별로 안했음에도 구수하고 진한 미역국의 맛이 느껴지네요. 오~ 이런 횡재가~^^ 웬지 득템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무래도 이번에 사용한 미역의 품질이 좋았던 것 같네요. 참 다행입니다. 맛있는 미역국을 끓일 수 있어서 말이죠.

미역국을 끓이며 동시에 계란찜을 준비합니다. 먼저 계란을 풀기 시작합니다. 계란을 엉킴없이 잘 풀어야만 부드러운 계란찜이 만들어진다 하네요. 거품기로 잘 풀어 뚝배기에 부은 후 센불로 살살 저어가며 끓이기 시작합니다. 몇 분이 지나자 드디어 조금씩 계란이 몽글몽글 몽아리가 생기네요. 그렇게 조금 더 저어준 후 약불로 줄인 후 뚜껑을 덮습니다. 이제 잘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혹여나 바닥부분이 타지는 않을까, 제대로 부풀진 않을까, 자꾸 노심초사하게 되네요. 계속해 냄새도 맡아보고, 열면 안되는 뚜껑도 두 번이나 열어 본 후에야 마음을 놓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그런대로 모양새를 갖춘 계란찜이 완성되었습니다!

20170917_111102_HDR.jpg

희디 흰 쌀밥, 구수한 미역국 그리고 (제 눈에만) 탐스러워 보이는 계란찜으로 생일상을 차립니다. 다른 것보다 먼저 계란찜에 아내와 아들의 손이 가네요. 아들에게 맛이 어떠냐 물었더니, 계란맛이라 하네요. 칭찬이겠죠?^^ 맛있게 잘 먹어주는 식구들이 참 고맙습니다.

올해 아내의 생일 아침은 여유가 있어 참 좋습니다. 생일이 평일인 경우에는 먹고 출근하기 바빠 제대로 음미하며 나눌 시간이 부족했는데, 오늘은 천천히 오래 즐기며 함께할 수 있어 더 만족스럽네요. 그러다보니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데, 오늘은 다소 과식을 했습니다. 또 체하면 어떻게 하나 다소 걱정이 되긴 하지만, 뭐 맛있게 먹으면 체하지도 않는 법이라 하니 당근 괜찮겠죠?^^


오후에는 아내와 데이트를 나갔습니다. 아내는 가을 초입의 코스모스를 참 좋아합니다. 그런 아내를 위해 사실은 비장의 무기로 물색해 둔 곳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2주 전쯤 가려했는데 여차저차 타이밍을 놓쳤었죠. 오늘은 꼭 그곳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며 맑고 파아란 하늘, 따사한 햇살, 적당히 시원한 바람을 맞습니다. 아~ 가을이네요. 단지 가을이라 행복하고, 가을이란 이름만으로도 가슴 충만해지는 가을이네요. 

적당한 곳에 차를 대고 교정으로 들어섭니다. 도착한 곳은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에 위치한 한국외국어대학교입니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 곳 넓디 넓은 공터에 통째로 코스모스 밭을 조성했다고 들었거든요. 아내와 손을 잡고 정문을 지나 학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리고 좀 걸었다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눈 앞에, 우와~ 엄청난 수의 코스모스가 우리를 반깁니다. 뭐랄까요, 마치 용인시의 코스모스들이 모두 모여 가을축제를 여는 듯 합니다. 햇살에 반짝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다채로운 색의 코스모스들이 저희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네요. 같이 사진찍을까? 그럼요, 찍어야죠. 핸드폰의 메모리가 동나는 한이 있더라도 찍어야죠. 셀카봉을 가져가길 참 잘했습니다. 숏팔이의 설움이라는 셀카의 한계까지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 말이죠. 덕분에 아내와의 커플사진도 꽤 많이 찍었네요. 간만에 아내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기쁘기 그지 없었습니다.

20170917_172959_HDR.jpg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을 픽업하여 외식을 배부르게 한 후, 딸아이가 사온 고구마케익으로 하루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자리에 누웠습니다. 옆에 누운 아내에게 팔베개를 합니다. 그리고 평상시 자주 그리고 아주 많이 해야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여전히 쑥쓰러운 말한마디를 건넵니다. “사랑해.” 아내가 웃으며 답을 해 줍니다. “나두.” 같이 쳐다보며 웃습니다.


오늘은 순간순간이 행복한 날이었네요. 5년 후, 10년 후 아내의 생일 때도 이렇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매일매일이, 행복한 순간으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이 욕심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욕심이라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부려보고 싶네요. 돈도, 명예도, 성공도 아닌, 그저 삶의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조금 더 기쁘고 즐거울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니 말이죠.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안내] 차칸양's <직장인을 위한 경제 강의> 공유합니다!
변화경영연구소 4기 차칸양연구원이 에코독서방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을 위한 경제 강의> 파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강의는 ‘경제 기초가 전혀 없지만, 이제 경제 공부를 시작하고 싶으신 분’, ‘자신 만의 경제관이 필요하신 분’,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최경자)를 꿈꾸시는 분’, ‘금융상품(펀드, ETF) 투자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다운받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2. [공지] 2017 3rd <변경연 출간기념회> 개최 안내
변화경영연구소에서 개최하는 2017년 3번째 출간기념회가 오는 9월 23일(토) 오후 4시부터 삼각지역 인근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엄마의 글쓰기』의 김정은 작가, 『습관홈트』의 이범용 작가,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수업』의 박승오 작가, 이렇게 3명의 작가를 초대해 그들의 짧은 강연과 함께 조촐한 행사를 개최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IP *.122.139.25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36 NG의 변신 이야기 [1] 차칸양 2018.07.17 946
3435 [용기충전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때 [2] 김글리 2020.09.25 946
3434 [금욜편지 29 – 발목 재수술] [12] 수희향 2018.03.23 947
3433 [수요편지] 학교 가기 대소동 장재용 2019.08.21 947
3432 [수요편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1] 불씨 2022.10.12 948
3431 일흔여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덜어내기 재키제동 2016.10.28 949
3430 자기분야에 경계를 세우지 마라 이철민 2017.09.21 949
3429 [금욜편지 67- 기질별 인생전환 로드맵- 2번 교만한 애정실천가] file [2] 수희향 2018.12.14 950
3428 주인공의 조건 [3] 어니언 2023.04.06 950
3427 [내 삶의 단어장] with, 함께 할 수 없다면 에움길~ 2023.07.10 950
3426 [수요편지 6- 죽음편지 2] [4] 수희향 2017.05.24 951
3425 꽃이 진다고해서 봄이 지나 書元 2017.07.15 951
3424 [수요편지] 감사의 기도 [2] 불씨 2022.01.18 951
3423 '시'로 말해요 - 첫번째 이야기 [2] 제산 2017.04.10 952
3422 여성 리포트 - 비교는 경쟁력이다 書元 2017.04.01 953
3421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_시인과 와인의 나라 file 알로하 2020.01.05 953
3420 [라이프충전소] 결국 누가 글을 잘 쓰게 되는가 [1] 김글리 2022.12.08 953
3419 목요편지- 아! 가을인가 운제 2020.09.24 954
3418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성실의 아이콘 또는 짜증 대마왕?? file 알로하 2020.08.23 955
3417 [수요편지] 고민이 고민인 사람들에게 [1] 불씨 2022.11.02 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