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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6일 02시 52분 등록

[6차 오프 모임 후기]

 

2017-09-23

티올(윤정욱)

 

 

와장창, 깨졌다. 지금까지 있었던 오프모임들을 통틀어 이번 모임에서 가장 아픈 조언들을 받았다. 예상치 못했던 탓에 더 아팠던 것 같다. 잘하고 있다고 머리를 쓰다듬는 격려조차 아프게 들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조언들을 정신 없이 받아 적으면서 많이 속상했다.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내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노력한 것 이상으로 칭찬받고 싶어 하는 나를 보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스스로가 그에 걸 맞는 노력을 하지 않았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진작부터 불안했었다. 일주일에 여섯 날을 고민 없이 보내다 마지막 하루를 짜내듯 고심하며 구렁이 담 넘어 가듯 과제를 마무리 한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지난 한 주도 그리고 이번 오프 모임도 또 그렇게 한 주를 넘기고 싶었던 것 같다. 이번 오프 모임은 더 많은 칭찬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속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아프고 또 부끄러웠다.

 

동기들과 선배들이 해 준 조언을 읽어 보았다. 많은 조언들이 있었다.

 

가벼운 주제를 고르는 것이 좋겠다”, “글을 읽기 쉽게 쓰는 것을 연습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생활 속에 묻어 나는 글이 좋다. 관념적인 글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 “내가 딛고 서 있는 땅과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좋다

 

들을 때는 얼굴이 화끈거려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중에 돌아와서 사람들의 조언을 차례로 읽어보니 희한하게도 다들 한결같았다. 이 정도로 의견 일치를 보자면 사실 당사자를 빼고 다 함께 모여 회의라도 한 번은 해야 나올 것 같은 정도의 퀄리티(?)였다.

 

문득 뚝심 있다는 것과 고집이 세다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 둘은 사실 한 끗 차이다. 그 한 끗은 무엇일까? 바로 반성, 즉 돌이켜 생각해 보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단순히 고집이 센 사람이고, 조심스레 나아가되 돌이켜 생각해 보며 행동하는 사람은 그가 설사 전과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나는 그를 뚝심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고집이 센 사람이 아닌 뚝심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과제물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다 문득 전에는 보지 못했던 두 가지를 보았다. 첫 번째는 질문들이 하나 같이 뻔하디 뻔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평소에 치열하게 하던 고민들이 아니라 과제를 위해 짜낸 고민처럼 보였다. 두 번째는 나의 질문과 저자의 답변 가운데 어디에도 내가 없다는 점이었다. 질문 속에 나의 고민이 없으니 저자의 답변 속에도 성찰의 힌트가 있을 리 만무했다.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 옛날 고승들은 단 한 줄의 선문답 만으로도 몇 년치의 수행을 뛰어넘는 성찰을 얻기도 했다. 단 한 줄의 질문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삭힌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성숙한 고민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조언을 듣더라도 성찰이나 배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내가 딛고 서 있는 땅과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오미경 선배님의 조언이 와 닿는다. 내 글이 길었던 것도 내가 딛고 서 있는 땅과의 간극이 멀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원래 잘 모르는 사람들이 중언부언 말이 많아지는 법이다. 직접 경험해보고 체험한 사람들만이 간결하게 핵심을 꿰뚫는다. 직접 경험한 것을 간결하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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