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gum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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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오프수업 후기
6번째 만남.
깊어가는 가을 내 마음과 생각도 깊어지고 있는 계절이다. 지난 2주가 참 고비였다. 어떤 명확한 연유에서 이 답답한 마음이 시작되었는지 알았다면 좋으련만 그 까닭을 알 수 없었기에 많은 생각에 빠졌다. 그동안 ‘가을을 탄다’라는 말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 옷이었다. 그러나 그 옷을 입고 나는. 가을 남자가 되어 있었다. 책 읽기가 싫어졌다. 싫어진거라기 보다는 시간에 쫓기듯이 읽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달리기나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살아야 하나 그런 마음이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누가 그렇게 살라는 것도 아니고 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오느냐를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 과제를 만났다. 정말 하기도 싫었고 내게 어려운 과제였다. ‘과제를 과제로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떠올렸지만 과제이니까 과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과제가 나에게는 참 시의적절했다. 과제를 하면서 나의 알 수 없는 이 감정들에 대한 생각을 했고, 수업을 하면서 기분이 한결 나아졌고, 변경연 출간 기념회를 통해 다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살아났다.
이번 주 수업은 지금까지 읽은 책들 속에서 만나고 싶은 4인을 소환하는 것이었다. . 나는 당연히 이 과정을 입문하게 해준 구본형 선생님을 1순위로 뽑았고, 그 다음으로 조셉 캠벨, 노자, 박지원을 꼽았다. 노자는 그 알 수 없는 깊이와 선문답 같은 말들이 묘하게 나에게 와닿았다고 위안이 되었다. 박지원은 정민 저자를 통해 만났고 지금 한창 <열하일기>를 읽고 있는데 내공이 장난이 아닌 사람이다. <마흔세살에 다시 시작하다>, <신화와 인생>, <도덕경> 등의 북리뷰를 다시 리뷰하면서 지금 내 상황에 대한 질문 다섯 개에 대한 답을 구했다. 다섯 개의 질문은 이 가을에 빠지면서 물어보고 싶은 나의 솔직한 감정들이었다. 4명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고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찾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잃어버린 감정들과 열정과 의지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슬럼프라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슬럼프를 빠져 나오기 위한 방법을 물어보았고 거기에 연암은 적절한 대답을 해주었다. 우울증에 대한 민옹의 처방이 기가 막혔고 나의 답답한 마음을 뚫어주었다. 그 기분과 분위기에 빠져들지 말고 그러한 감정들이 주는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가을을 타는 나는 과거보다 한층 더 성장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이 가을이 끝날 때까지 이 감정들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들이 뽑은 인물들을 정리해 보았다. 결과는….. 1위는 4표를 받은 구본형, 괴테 2위는 3표를 받은 캠벨, 박지원, 신영복, 사마천 4명, 3위는 하라리였고 각 1표를 받은 정민, 일연, 노자, 니체, 진애드먼, 스피노자였다. 구본형 선생님은 부동의 1위를 예상했지만 괴테는 놀라웠다. 캠벨 역시 많은 표를 받았다. 현재 살아있는 사람은 하라리, 정민, 진 애드먼이었다. 그런데 니체, 진애드먼, 스피노자를 빼면 공통점이 우리가 읽은 책의 저자였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다들 책을 써야 한다는 목표 내지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들의 질문이 곧 나의 질문이었다. 그 질문들을 통해서 숨겨져 있던 내 욕망과 대면했고 그 욕망의 실현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고싶었다. 이제 5번의 만남 밖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
수업이 끝나고 변경연 선배들의 출간 기념회에 참석하였다. 연구원 선배인 김정은, 박승오 작가와 꿈벗 출신인 이범용 작가가 그 주인공이었다. 책쓰기 수업이 코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 참 적절한 행사였던 것 같다. 김정은 선배의 <엄마의 글쓰기>는 한창 딸과 함께하는 육아를 하고 있는 내게 좋은 길잡이를 해 줄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범용 작가의 <습관홈트>는 누구나 알고 있는 습관을 홈트레이닝을 통해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미 습관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왔지만 이렇게 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고는 아이템을 어떻게 구성하고 쓰느냐에 따라 충분히 출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박승오 선배의 <시골수업>은 굉장히 몰입도가 있는 강연이었다. 누구나 귀촌을 꿈꾸지만 선뜻 나서지는 못하는 사람들에게 비교적 성공적인 정착을 한 귀농인 8분에 관한 이야기였다. 도시적 기준으로 보면 절대 부족해 보이는 그들이지만 그들에게서 전혀 부족함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가졌는데 아직도 채울려고만 하고 있었다.
이어진 저녁자리에서 선배들과 나누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이야기속에서 변경연에 대한 애정과 자부
심이 충만해졌다.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자체에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우리 동기들 모두 내년에 이 자리에 모
여 함께 출간 기념회를 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