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香仁 이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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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래도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충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던 이성과 꿈꿔왔던 사랑에 대한 열망이란 이름으로 섣불리 삶을 함께 하지 않았던 점이다.
사랑이 절대적으로 굳건한 것이라고 믿었다면 내게 왔던 그것은 가끔 아주 미세한 구멍이 났던 타이어 같았다. 처음엔 탄탄하게 잘 달려갔지만 어느 정도쯤에서 흐물흐물 하게 바람 빠진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곤 했다.
운전하는 이의 난폭한 성정도 있겠지만 금새 그 모습의 한계를 드러내던 상황은 저기 잠깐만요, 하며 브레이크를 걸게 했고 이윽고 그것은 금방 들통나는 무료함이나 지나치게 소설을 많이 읽은 데서 오는 미숙한 감성의 충족에 불과할 뿐, 나의 인내와는 반대되는 성질의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매사에 그래왔듯 삶의 현란함 뒤에 가리워져 있던 뻥 뚫린 먹먹함의 실체를 좀 늦게 서야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것 또한 살짝 구멍 난 타이어처럼 실은 그렇게 팡팡하지만은 않다는 거, 아니 어 이거 정말 아무것도 아니잖아 했던 느낌. 그 때부터 사실 난감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어깨를 으쓱하며 생각지 않던 웃음까지 튀어나오기 시작하자 오히려 나는 그 때부터 신이 났었다.
다행이다.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건 줄 알았는데..흠 이런 거였군…. 몇 가지 구체적인 그 느낌을 열거하자면 사랑이라는 늘 비이성적이었던 그것에 더 이상 휘말리지 않을 것 같다는 여유였을지도 모르고 또 앞으로 뭔가 더 살면서 이 이상 큰 사고를 치지 않아도 된다는 일말의 안도감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이란 물음에 주저 없이 대답하는 책은 바로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다. 을유 문화사에서 나온 상당한 분량의 책이었는데 중학교 때 그것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마치 만화를 몰래 읽듯 수업시간에 뒤에 앉아서 읽어댔다.
웬만한 사람은 그 부피에 질려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지만 난 그 때 그것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비비안 리와 크라클 케이블 주연의 영화를 봤다.
책만 읽었을 때는 애쉴리가 굉장히 멋있었는데 영화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아 좀 실망했지만 마 나름대로 좋았던 영화라고 기억한다. 레트를 먼저 거론하지 않는 이유는 그는 열외로 감히 그 누구와도 비교대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내게는…..
스칼렛 오하라에게는 아일랜드계의 피가 흘렀고, 내 기억이 맞다면 늘 얼굴이 동그랗고 붉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제럴드 오하라이며 (그러니까 아일랜드 출신이며 신대륙으로의 이민자이다), 남부 조지아주의 타라 농장에서 면화를 경작하는 부유한 남부의 지주였다.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을 경영하는 전형적인 남부인의 삶의 모습).
그녀의 콜셋을 졸라매던 엄마 같던 흑인하녀 매미와의 기억은 소설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가끔 서로 억세게 싸우기도 하고 가족 같은 존재들처럼 있었던 기억이 있다. (흑인 노예가 당연히 세습되고 존재하던 때이다. 이윽고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해 노예해방으로 이어진다)
자꾸 이런 배경이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다름아닌 요즘 읽는 책이 리오 휴버만의 “가자, 아메리카로” 라는 책으로 시대가 비슷하다 보니 내내 위의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남부의 농장주 딸 스칼렛 오하라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의 역사 또한 이 소설에서 내게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애쉴리의 군입대에서 북군 병사들의 이야기, 가끔 레트가 선물했던 귀한 봉봉 쵸코렛, 귀부인들의 패션이었던 최신모자. 전쟁 중 돈이 없어 커튼으로 만든 드레스등..거의 대 부분의 일반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이 소설을 기억하며 읽다 보니 머리 속에서 떠나지가 않고 오히려 더욱 새록새록하기까지 하다.
또 그 많은 기억들 속에는 내가 좋아했던 레트의 향기가 구석구석 묻어있다.
왜 그런가 하면, “레트 바틀러” 란 인물은 내게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적인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의 여성성을 완벽하게 만족시켜 주는 남자로서 오랫동안 내 속에서 살았다. 시오노 나나미가 그토록 우아하게 카이사르를 묘사하지만 않았더라도 지금까지 계속되었을 지 모른다.
“주로 박력 있고 남성적인 남자들을 좋아하시나 봐요”……..오우 노우이다. 그들이 좋았던 이유는 그렇게 멋있고 스마트하고 잘났음에도 불구하고의, 바로 요 “**에도 불구하고” 라는 부분에 있다. 글쎄 그것을 생생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허나 여자들끼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안다.
약함에도 불구하고 강하고, 강함에도 불구하고 약하다고나 할까. 문제는 말로 이렇게 쓰게 되면 그 의미가 잘 전달이 안되고 또 스스로 오해하시는 善男들이 계실까 걱정되기도 한다. (혹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절대 그대일 것 같지는 않으니 염려 붙들어 매시길..)
오랜만에 콧물감기 증상에 머리가 띵한 게 영락없이 개도 안 걸린다는 오뉴월의 감기인 듯 하다. 한 이틀 누워 내리 잤는데도 개운하지가 않아 늘 다니는 식당에서 점심 저녁을 다 먹고 있다. 누워서 꼼짝하기 싫다만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으니 밥을 먹으러 다녀 오는데 친하게 지내는 후배를 만났다.
마찬가지로 그녀도 감기증상인 듯 둘 다 코맹맹이 소리를 하다가 그래도 너는 니네 신랑이 밥은 챙겨주고 그러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런 소리 말라며 팔을 휘젓는다. 없으면 기대지나 않을 텐데 아픈 거 뻔히 알면서 늦게 들어오니 더 열 받고 오히려 거꾸로 신랑 밥을 챙겨야 한단다… “차라리 그럴 땐 언니처럼 없는 게 편해..” 그러니까 기대만큼 못해준다는 푸념인가 보다.
한 때는 싱글이라면 뜨아한 눈으로 보곤 했는데 요즘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부럽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두 남녀의 헤어짐 때문에 계속 가슴이 아팠었는데 요즘은 그것보다는 스칼렛이 타라 농장의 마당에서 캐낸 붉은 흙 당근을 양 손에 쥐고 노을을 향해 외치던 생명력 넘치던 엔딩 장면이 떠오른다. 멋지다는 생각도 든다.확실히 내가 정말 뭘 알아차린 것 같기도 하다.
타이어가 가끔 구멍도 나고 바람도 넣어 주어야 한다는 그런 것들 말이다.하하.....
그러고 보니 자동차 타이어 압력 점검시기가 벌써 지났다. 내일쯤 한 번 가봐야겠다.
IP *.48.43.83
사랑이 절대적으로 굳건한 것이라고 믿었다면 내게 왔던 그것은 가끔 아주 미세한 구멍이 났던 타이어 같았다. 처음엔 탄탄하게 잘 달려갔지만 어느 정도쯤에서 흐물흐물 하게 바람 빠진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곤 했다.
운전하는 이의 난폭한 성정도 있겠지만 금새 그 모습의 한계를 드러내던 상황은 저기 잠깐만요, 하며 브레이크를 걸게 했고 이윽고 그것은 금방 들통나는 무료함이나 지나치게 소설을 많이 읽은 데서 오는 미숙한 감성의 충족에 불과할 뿐, 나의 인내와는 반대되는 성질의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매사에 그래왔듯 삶의 현란함 뒤에 가리워져 있던 뻥 뚫린 먹먹함의 실체를 좀 늦게 서야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것 또한 살짝 구멍 난 타이어처럼 실은 그렇게 팡팡하지만은 않다는 거, 아니 어 이거 정말 아무것도 아니잖아 했던 느낌. 그 때부터 사실 난감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어깨를 으쓱하며 생각지 않던 웃음까지 튀어나오기 시작하자 오히려 나는 그 때부터 신이 났었다.
다행이다.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건 줄 알았는데..흠 이런 거였군…. 몇 가지 구체적인 그 느낌을 열거하자면 사랑이라는 늘 비이성적이었던 그것에 더 이상 휘말리지 않을 것 같다는 여유였을지도 모르고 또 앞으로 뭔가 더 살면서 이 이상 큰 사고를 치지 않아도 된다는 일말의 안도감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이란 물음에 주저 없이 대답하는 책은 바로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다. 을유 문화사에서 나온 상당한 분량의 책이었는데 중학교 때 그것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마치 만화를 몰래 읽듯 수업시간에 뒤에 앉아서 읽어댔다.
웬만한 사람은 그 부피에 질려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지만 난 그 때 그것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비비안 리와 크라클 케이블 주연의 영화를 봤다.
책만 읽었을 때는 애쉴리가 굉장히 멋있었는데 영화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아 좀 실망했지만 마 나름대로 좋았던 영화라고 기억한다. 레트를 먼저 거론하지 않는 이유는 그는 열외로 감히 그 누구와도 비교대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내게는…..
스칼렛 오하라에게는 아일랜드계의 피가 흘렀고, 내 기억이 맞다면 늘 얼굴이 동그랗고 붉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제럴드 오하라이며 (그러니까 아일랜드 출신이며 신대륙으로의 이민자이다), 남부 조지아주의 타라 농장에서 면화를 경작하는 부유한 남부의 지주였다.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을 경영하는 전형적인 남부인의 삶의 모습).
그녀의 콜셋을 졸라매던 엄마 같던 흑인하녀 매미와의 기억은 소설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가끔 서로 억세게 싸우기도 하고 가족 같은 존재들처럼 있었던 기억이 있다. (흑인 노예가 당연히 세습되고 존재하던 때이다. 이윽고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해 노예해방으로 이어진다)
자꾸 이런 배경이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다름아닌 요즘 읽는 책이 리오 휴버만의 “가자, 아메리카로” 라는 책으로 시대가 비슷하다 보니 내내 위의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남부의 농장주 딸 스칼렛 오하라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의 역사 또한 이 소설에서 내게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애쉴리의 군입대에서 북군 병사들의 이야기, 가끔 레트가 선물했던 귀한 봉봉 쵸코렛, 귀부인들의 패션이었던 최신모자. 전쟁 중 돈이 없어 커튼으로 만든 드레스등..거의 대 부분의 일반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이 소설을 기억하며 읽다 보니 머리 속에서 떠나지가 않고 오히려 더욱 새록새록하기까지 하다.
또 그 많은 기억들 속에는 내가 좋아했던 레트의 향기가 구석구석 묻어있다.
왜 그런가 하면, “레트 바틀러” 란 인물은 내게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적인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의 여성성을 완벽하게 만족시켜 주는 남자로서 오랫동안 내 속에서 살았다. 시오노 나나미가 그토록 우아하게 카이사르를 묘사하지만 않았더라도 지금까지 계속되었을 지 모른다.
“주로 박력 있고 남성적인 남자들을 좋아하시나 봐요”……..오우 노우이다. 그들이 좋았던 이유는 그렇게 멋있고 스마트하고 잘났음에도 불구하고의, 바로 요 “**에도 불구하고” 라는 부분에 있다. 글쎄 그것을 생생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허나 여자들끼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안다.
약함에도 불구하고 강하고, 강함에도 불구하고 약하다고나 할까. 문제는 말로 이렇게 쓰게 되면 그 의미가 잘 전달이 안되고 또 스스로 오해하시는 善男들이 계실까 걱정되기도 한다. (혹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절대 그대일 것 같지는 않으니 염려 붙들어 매시길..)
오랜만에 콧물감기 증상에 머리가 띵한 게 영락없이 개도 안 걸린다는 오뉴월의 감기인 듯 하다. 한 이틀 누워 내리 잤는데도 개운하지가 않아 늘 다니는 식당에서 점심 저녁을 다 먹고 있다. 누워서 꼼짝하기 싫다만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으니 밥을 먹으러 다녀 오는데 친하게 지내는 후배를 만났다.
마찬가지로 그녀도 감기증상인 듯 둘 다 코맹맹이 소리를 하다가 그래도 너는 니네 신랑이 밥은 챙겨주고 그러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런 소리 말라며 팔을 휘젓는다. 없으면 기대지나 않을 텐데 아픈 거 뻔히 알면서 늦게 들어오니 더 열 받고 오히려 거꾸로 신랑 밥을 챙겨야 한단다… “차라리 그럴 땐 언니처럼 없는 게 편해..” 그러니까 기대만큼 못해준다는 푸념인가 보다.
한 때는 싱글이라면 뜨아한 눈으로 보곤 했는데 요즘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부럽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두 남녀의 헤어짐 때문에 계속 가슴이 아팠었는데 요즘은 그것보다는 스칼렛이 타라 농장의 마당에서 캐낸 붉은 흙 당근을 양 손에 쥐고 노을을 향해 외치던 생명력 넘치던 엔딩 장면이 떠오른다. 멋지다는 생각도 든다.확실히 내가 정말 뭘 알아차린 것 같기도 하다.
타이어가 가끔 구멍도 나고 바람도 넣어 주어야 한다는 그런 것들 말이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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