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옹박
  • 조회 수 75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7년 10월 16일 17시 32분 등록

만약에 페인트에 화약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큰 화학 기업의 엔지니어가 회의 중에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다소 놀라고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엔지니어는 계속 말을 이어 갔습니다.

페인트를 칠하고 5년이나 6년쯤 지나면 페인트가 부스러지고 갈라지는데 그걸 없애기는 참 어렵잖아. 만약 화약을 페인트에 섞는다면, 제거할 때 거기에 불을 붙이기만 하면 되지 않나.”

몇몇 사람들이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화재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팀장은 그 생각이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재미있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팀장은 그 질문을 조금 바꾸어 새로운 관점으로 팀원들에게 다시 질문했습니다.

화학 반응을 이용하여 오래된 페인트를 제거하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이 생각은 훌륭한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정체되어 있던 회의는 이 질문 하나에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지요. 마침내 한 사람이 그럴듯한 제안을 했습니다. 페인트에 특정 용액에만 쉽게 녹는 한 물질을 첨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물질은 용액을 칠하기 전에는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지만 그 용액을 칠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페인트가 즉시 벗겨지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결국 이 제품을 생산하여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하나의 엉뚱한 생각, 때로는 이런 생각들이 문제해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주목할 것은 사실 누구도 그 의견을 낸 엔지니어를 비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면서 그 생각을 디딤돌삼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창의성의 중요한 전제입니다. 비판 대신 그 의견을 징검다리로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디딤돌 생각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들은 제안하기보다는 비판합니다. 비판이 더 쉽고, 리스크가 적고, ‘똑똑해 보이기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비판의 수준이 곧 자신의 지적 수준을 드러낸다고까지 생각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비판도 일종의 제안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비판과 제안은 엄밀히 다릅니다. 비판은 종속적이며 수동적입니다. 상대의 제안이 없으면 홀로 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독립적인 의견을 내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개들은 모르는 것을 보면 짖는다며 꼬집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창의성 전문가 로저 본 외흐는 저서인 <꽉 막힌 한쪽 머리를 후려쳐라>에서 현대인들의 이러한 비판적 경향성이 사지선다형 교육을 받고 자란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사지선다형 문제에서는 정답을 먼저 찾기보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오답을 먼저 찾아 지워가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기존의 창의성에 관한 두꺼운 이론서와는 달리 우리의 창의성을 방해하는 요소뿐만 아니라 잠재된 창의성을 회복하는 여러 실용적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상상력을 활용하는 양은 상상력을 이용했을 때 받게 되는 비판의 양에 반비례합니다. 한 사회가 제안보다는 비판이 더 많을 때 그 사회는 점점 침묵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가 증명하듯, 침묵하는 사람들이 다수가 될 때 그 사회는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책: <꽉 막힌 한쪽 머리를 후려쳐라>, 로저 본 외흐, 엘도라도

 

 

[알림] 11/9()부터 <퇴근길 인문학 교실>에서는 미술과 미학에 대한 강의가 열립니다. 미학에 관한 숨은 고수 박제 작가의 강좌를 통해 깊어가는 한 해, 예술에 비춰 자신을 돌아보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31997&page=1

 

IP *.73.123.208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36 [금욜편지 70- 1인 지식기업가 11년차 새해목표] [8] 수희향 2019.01.04 767
4235 일상 관찰하기 어니언 2022.02.17 767
4234 아침에 새소리를 듣고 [1] 운제 2018.11.22 768
4233 목요편지 - 꿈벗 소풍 운제 2019.05.16 768
4232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25. 결국, 성한 사과가 이긴다! [1] 제산 2019.05.27 768
4231 [수요편지] 레이블링 게임과 기생충 [2] 불씨 2022.03.29 768
4230 누군가의 창업은...... [2] 이철민 2018.01.25 769
4229 꺼지지 않는 불꽃 어니언 2023.04.13 769
4228 [내 삶의 단어장] 엄마! 뜨거운 여름날의 수제비 에움길~ 2023.11.13 769
4227 사유의 확장을 위한 <열한 계단> (마지막 편) [2] 차칸양 2018.04.10 770
4226 목요편지 - 나의 취미 빙상 [2] 운제 2018.05.10 770
4225 [일상에 스민 문학] - 한 청년과의 만남 [4] 정재엽 2018.10.03 770
4224 목요편지 - 이럴 땐 어떻게? [1] 운제 2018.11.15 770
4223 어린이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제산 2019.05.06 770
4222 [수요편지] 니체가 월급쟁이에게 장재용 2020.03.04 770
4221 새로운 관점, 새로운 창조 어니언 2022.02.10 770
4220 질문의 힘 [1] 어니언 2022.09.01 770
4219 목요편지 - 아내의 눈물 [2] 운제 2018.10.18 771
4218 [수요편지] 월급쟁이, 구멍난 양말 같은 장재용 2019.07.03 771
4217 [수요편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1] 불씨 2023.12.27 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