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석
- 조회 수 3340
- 댓글 수 3
- 추천 수 0
나의 바다에서 가장 많은 놈이라 '최다'라고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삼시세끼>에서 에릭이 '보리멸'이라고 가르쳐주었다.
2. 찬탄- 사람들이 오지 않는 함덕의 서쪽해안을 독차지한 딸이, 맑은 날이면 천국을 방불케 하는 풍경을 내 것인 양 누리는 딸이 너무 좋아보였다.
3. 깨달음- 아! 이토록 풍요로운 자연이 공짜로구나. 자연은 누리는 만큼 가져가는 것이로구나.
4. 무대뽀- 아직 겁이 나니 갯바위를 붙잡고 머리만 물속으로 넣어 들여다보자.
5. 바다의 유혹- 내가 딛은 돌이 흔들리면 뭐가 튀어나오는지 밋밋한 물고기들이 요동을 쳤고, 노랗고 검은 줄무늬의 니모 같은 것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6. 사흘 째 되던 날 – 아직 물에서 발도 안 뗀 나에게 준 엄청난 선물, 작은 물고기떼가 모여 두툼한 띠를 만들고는 미동도 없이 흘러갔다. 5cm 정도의 유선형으로 틀에서 찍어낸 듯 똑같이 생겼다.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하고 환한 바다에 어울리는 놈들이었다. 놈들은 옆눈질 한번 않고, 한 몸인 듯 대열을 맞춰 움직였다. 그 판타스틱한 순간이 몇 번이나 호흡을 내쉬도록 계속 되었으니 수천 마리가 지나갔을 것이다.
7. 7일 째 되던 날 – 부력에 의해 자꾸 뜨려고 하는 몸을 안 뜨려고 힘을 주다보니 웃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슬그머니 맘을 놓자 몸이 떴다. 축하하듯 니모떼가 몰려와서 한참을 같이 놀았다. 놈들을 따라 나도 부드럽게 방향이 틀어져서 놀라다.
8. 내가 몸을 쓰다니! – 딸이 올라가고 혼자인데, 이미 9월말인데, 완벽한 날씨에 물에 들어가고 싶어 가슴이 쿵쾅댄다. 그래봤자 수심이 허리께인 곳에서 물장구 치는 일이야! 자기최면을 걸며 가서 혼자 놀았다. 돌에 얼굴 긁히겠네 싶은 곳까지 헤엄치며 나온다. 물속에서는 걷는 것보다 떠 있는 것이 훨씬 편하다.
9. 숨어있는 세상을 발견한 기쁨- 세상은 하나가 아니었어. 겹겹이 숨어서 내가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이 문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걸.
10. 자연친화력과 몸- 이 두 가지가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되어줄 것 같아. 더욱이 갱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늦게 배우는 재미도 나쁘지않네. 몇 배로 더 신기하거든.
** 제주에서 일년살기 중입니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