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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3일 00시 28분 등록

‘다시 마음을 추스르며’를 보내고 답장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 2월에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보내기 시작해 늘 답장을 받았습니다만, 한꺼번에 많이 받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답장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마음을 추스르며’에서 저는 친정엄마와의 갈등을 고백하고 엄마와의 거리두기를 선언했었는데요. 제 편지가 누군가에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편지가 된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금기를 다루어 읽기 불편한 편지가 된 것 같습니다.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답장이 가장 많긴 했지만, ‘엄마를 오해하지 말라’거나 ‘엄마와 갈등이 있다면, 그건 네 잘못이다’라는 내용의 답장도 적지 않았습니다.

   

엄마와 갈등이 생기면 안 되는 걸까요? 갈등이 생기더라도 드러내지 않고 묻어야 하는 걸까요?


정신분석학자이자 심리학자이며 세 아이의 엄마인 박경순은 '엄마와의 갈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녀 앞에서 누구도 완벽한 부모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완벽한 부모인 것처럼 행동하고 싶어 하고, 때로 부족한 부모로 비추어지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우리는 미성숙한 채로 부모가 된다. 자녀를 키우는 것이 곧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이고 이것이 성숙의 과정이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 성숙해간다. 그리고 그 성숙의 거름이 되는 것이 갈등이다. 갈등으로 인해 아이와 나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생기고, 그 갈등이 해결되면 한 번 더 깊이 성숙하게 된다. 그래서 자녀와 갈등을 잘 수용하고 이 갈등이 어디서 오는지를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현명한 해결의 출발이 아닌가 싶다.’ (엄마 교과서, 23쪽)


서로 결이 다른 여러 통의 답장을 받고서 더 생각해봤습니다. 누군가에겐 엄마가 ‘신을 대신해 그 자리에 계신 분’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엄마가 ‘나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저에게 엄마의 존재는 ‘신을 대신해 그 자리에 계신 분’이면서 동시에 ‘나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정체성의 혼란에 기인한 ‘갈등’이 불가피했는지 모릅니다.


엄마가 원하는 딸이 되고 싶어서, 엄마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여태 갈등을 드러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드러낸 ‘착한 딸의 도발’이 엄마와 저 사이에 상처만 남긴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엄마가 저를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저도 영원히 못 버릴 것만 같았던 ‘착한 아이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엄마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던 모녀관계가 엄마와의 갈등을 드러내고 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균형 잡힌 관계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더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여태 소중한 사람과의 ‘갈등’을 묻어두기만 하셨다면 한번 드러내보세요. 갈등은 성숙의 거름, 성숙으로 가는 긴 여정의 시작입니다. 당신의 ‘갈등’을 응원하겠습니다.


* 11월 6일 남편 유형선의 편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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