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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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이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을 보고, 우리의 삶이 그 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성찰한다면, 비록 객관적으로 좋지 못한 여건이라 해도 자신의 미래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영태 <정해진 미래> 13p
얼마전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가 쓴 <정해진 미래: 인구학이 말하는 10년 후 한국 그리고 생존전략>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 조영태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을 가르치는, 국내에 얼마 안 되는 ‘인구학자’이다. 그는 인구학을 공부하면서 사회 변화와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수단이 ‘인구 변동’이란 것을 깨닫고 이를 읽어내는 해석력을 가져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인구학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미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며, 설명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것을 아는가 모르는가가 개인과 사회의 운명에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에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미래를 예측하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와 관련된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래에 대한 대비는 아이들을 위해서 뿐 아니라 앞으로 40~50년을 더 살아갈 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의 인구변화를 생각할 때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국가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 인구가 줄어들어 성장이 둔화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개인적으로는 20년 이상을 경제 활동을 못 하고, 게다가 건강하지못한 몸으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오늘도 네이버 경제 페이지의 메인 기사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군 8가지’ 이다. 그렇다면 10년 또는 20년 후에 유망할 직업을 인구학적 관점에서 잘 찾아내서 그 일을 선택하고 열심히 한다면 실업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지금 예측하는 10년 뒤 유망 직업은 진짜로 희소성과 안정성을 갖춘, 경제적 부와 사회적 성공을 가져다 주는 직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30 여년 전에는 운전 기사가 유망 직업으로 예상되었다고 한다. 유망 직업은 그야말로 유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확률적 예측일 뿐이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유망 직업을 찾아 주고 이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진로 교육은 아닐 것이다. 인구 변동은 그나마 가장 정확한 미래 예측 툴이기는 하지만 기술 발전과 다른 나라의 영향 등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발생함을 고려할 때 이를 기반으로 미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버전의 잘못된 진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 보다는 삶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춰야 할지를 가르치고, 변화하는 세상과 다른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는,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아마도 40대 이상에게는 이런 변화에 대한 적응 없이도 그럭저럭 잘 살다가 삶을 마무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20대에게 미래는 지금과 같은 교육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공간이 될 것 같다.
결국 우리들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건 직업 교육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 -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인사이트를 갖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