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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8일 07시 15분 등록
그 시절의 영웅들

그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내가 고등학생 때였다. 그들은 내 주일학교 선생님이었다. 처음부터 주일학교 선생님인 것은 아니었고, 가끔 토요일에 우리 고등부가 모임을 가질 때 같이 어울리는 보조 교사쯤 되는 사람들이었다. 대학에 막 들어간 그들은 키가 이유로 방위로 군복무를 하게 되었고, 그래서 토요일에 우리와 어울릴 만한 시간이 있었다. 그들과 우리는 즐겁게 놀았다. 우리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았다면 교사로 왔었겠지만, 우리와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을 만큼 나이차이가 나는 이들이었다.

몇 년 후에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나는 92학번, 그들은 하늘과 같이 높은 88학번이었다. 예전에도 여전히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볼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전과 달라졌다면 더 자주 만나는 사람이 되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서 88학번에 또 한명이 합류를 했다. 막 군 제대를 한 사람이다. 그렇게 셋이 되었다.

셋은 너무나 개성이 강하고, 활동적이어서 교회 안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을 알았다. 나는 대부분 이들로부터 사회생활의 초반을 배웠다. 고등학교 생활에서까지는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이다. 단순하게는 가방 안에는 무엇을 넣어가지고 다녀야 하나에서 부터, 거부하는 것들은 어떻게 거부하고 받아들이나하는 문제인, 내게 금기시 되어왔던 술이란 것도 이들에게 배웠다.
교회 바로 뒤 막걸리집에서, 전주천 옆 한벽루라는 정자에서, 학교 구내 식당에서, 학교의 빈 강의실에서, 연극을 하면서, 집회에 나가냐 마느냐의 말싸움에서... 배웠다. 그만큼 붙어 다니는 시간도 많았고, 즐거움과 분노도 함께했다.

얼마가 지났을 때는 그들은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배우면서도 미워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알려주는 것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하늘같은 선배에서 단순한 복학생들,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여전히 학년이 그만그만해서 맞먹기 만만해 보이는 그런 선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가슴보다는 머리가 먼저 커버린 것일까?

늘 부딪치는 만큼 좋은 일도 많았지만, 서운한 일도 많고, 후배로서는 불만이 많았다. 그들의 셋의 독특한 개성은 장점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라 단점으로 다가왔다. 한 사람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후배 사이를 오가며 다리역할을 잘하는 사회적인, 내 눈으로 보면 여우같은 사람이었고, 한사람은 같이 마주 앉아 술 먹자고 술집에 가서는 술은 안 먹고 있다가 교회 종 소리에 예배를 드리고 와서는 술을 먹는 예배를 아주 중시하는 신앙심 깊은, 삐딱한 눈으로 봐서는 좀 이상한 사람이었고, 한 사람은 사람은 그가 하는 말은 옳고 적절한 데, 외모나 행동은 촌발을 날리는 좀 언바란스 한 사람이었다. 같이 불만을 말하던 우리들은 세 사람을 합해서 장점만을 가진 한 사람을 원했던 것 같다. 셋은 너무 많았다. 잔소리도 세 배. 혼나는 것도 세 배. 따뜻한 사람은 하나, 선배들과의 유대관계를 잘 유지하는 사람 하나,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센 사람 하나, 이런 식으로. 좋은 것은 하나씩이었다.

윌 듀런트를 부드러운 문명이야기를 듣다 보니, 과거 속의 내 선배들이 내 머리 속에서는 평가절하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당시에 세 사람의 합체 로봇을 원할 게 아니었을까. 각각의 개성을 인정했다면 조금 덜 싸우고, 덜 미워했을 텐데. 미워하는 것을 하느라 이해하고 사랑할 시간이 없었다. 매력에 빠져들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들 모두 숨은 영웅들이었다. 내 눈에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는 그 하나 하나가 그냥 하나일 뿐이고, 셋으로 들이닥치지 않을 만큼 되었다. 그때 88학번 선배들 모두 싸잡아서 쌍팔학번들이라고 욕했던 것들이 미안하다.

애증으로 얽혀버린 88학번 선배들이 여전히 그때의 모습, 내가 좋아했고 싫어했던 그 모습으로 산다고 해도, 혹은 변해서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고 해도, 그들은 자기 나름대로 지금의 상황에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살 사람들이다. 자신의 삶에 성실한 것이 영웅이 되는 조건이라면 그들은 지금 다른 어느 곳에서 영웅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막 대학을 입학한 초년생에게 매력을 맘껏 발산하던 그 선배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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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애
2007.05.28 15:32:53 *.92.200.65
즐거운 방학보내셨어요? 그분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요?
애증으로 함께 했던 사람들이 기억나는 것은 분명한것 같아요.

매일 삶을 살면서 아 잘살았구나 느낌을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을때
난 영웅이야! 그러면서 혼자 키킥 거리며 산답니다.

한연구원님이 92학번이시군요. 전 93입니다. 반갑습니다.
6월은 2권은 연구원 독서과제와 함께 가도록 할것입니다.
이제 6월 더욱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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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5.28 22:34:49 *.72.153.12
반갑습니다. 인애님. 더위가 막 다가 오네요.
인애님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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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07.05.30 19:10:05 *.114.56.245
그러한 지나날을 가진 정화씨가 더 좋은데요. 얼마나 인간적인가요?
전 아직도 가끔은 나 혼자'나와 타인' 과 싸우고 혼자 화해하고 그렇습니다. 이런 '나'를 그냥 좋아합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잠시 장미향을 느껴 보아요. 오월이 가고 있어요. 아름다운 5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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