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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3일 10시 44분 등록

깊어가는 가을, 잘 보내고 계시지요? 10월의 마지막 밤도 지나고 이제11월이네요. 저는 요즘 큰 아이 고등학교 학교설명회에 다니느라 바쁩니다.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저녁도 거른채 판교 인근의 고등학교를 방문해 열심히 듣고 필기를 합니다. 내년에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가 지망할 학교를 곧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불량엄마였는데 갑자기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열혈엄마로 모드를 전환하려니 어찌나 힘든지요. 제가 대학에 진학했던 90년대 초반에는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대학 진학 방법이 크게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으로 나뉘고 수시 전형이 확대되고 논술전형은 축소되고 어쩌구 저쩌구. 어찌나 복잡하던지! 아이의 적성을 잘 파악하고 지원하는 전공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그것을 학생부에 알차게 기술해야 대학에 갈 수 있다네요. 이런 사실을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이제야 알았으니 저 불량엄마 맞지요?


저는 학원에서 주최하는 입시설명회라는 것에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쉴틈없이 아이를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사람이나 아이 교육을 위해서 8학군으로 이사하겠다는 사람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내가 공기업 채용면접관으로 활동하는데 블라인드 채용을 해서 입사지원서에 학교 이름이 없어요. 앞으로 우리 사회도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능력 위주의 사회로 변모할 겁니다. 그러니 아이를 너무 잡지 말아요. 명문대 갔다고 취직 잘 하고 출세하는 시대는 이제 갔습니다." 돌아보니 정말 철딱서니 없는 잘난척 대마왕다운 말이네요. 내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 갈 준비를 하게 되니 이런 교육 철학과 소신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무관심과 게으름을 통렬히 후회하고 있습니다. 역시 현실과 이상의 갭은 무시할 수 없네요. 


제가 열혈엄마로 모드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아이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이었지요.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가 딱 중간 정도의 성적이에요. 이렇게 공부하다간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이 쉽지 않을겁니다." 저는 큰 아이에게 '대학가면 집 떠나 독립하라'고 말하곤 했는데 막상 아이를 타지역으로 보낼 생각을 하니 아찔했습니다. 그래도 서울경기권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었는데 그것이 욕심이었다니! 선생님은 또한 이렇게 당부하셨습니다. "아이가 머리도 좋고 발표도 잘하고 똑똑한데 학교에서 항상 기운이 없어해요. 책상에 엎드려 있는 경우도 많구요.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는것 같아요. 고등학교 가기 전에 생활습관을 완전히 뜯어 고치고 공부습관을 새로 들여야 합니다."


저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네가 필요한 것은 지원해주려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네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어찌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네 선택에 달렸다." 아이가 제 말의 깊은 뜻을 이해했을까요? 저는 약속을 지킬겁니다. 아이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입시전략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할겁니다. 제가 어떤 일이든 꽂히면 회사일하듯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벌써 입시잡지도 2권이나 구매했다는!) 열 아홉살의 저는 아버지 품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방법이 대학 진학이라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 꿈을 이루었고 지금의 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도 저처럼 대학진학을 통해 꿈을 이루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코칭과 리더십을 공부했고 심리학도 기웃거린 저는 어떤 일을 제대로 하려면 '내적동기'가 유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를 알고 지금부터 계단을 하나씩 오르길 바라고 있지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생각이 많습니다. 가고 싶은 대학에 캠퍼스 투어를 시켜줄까? 가고 싶은 학과에 다니는 학생에게 멘토링을 받아보라고 할까? 아이는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네요. 그럴 때 마다 저를 다시 돌아봅니다. 그리고 아이가 결정을 할 때까지 기다려줘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자꾸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아이는 2021년에 대학생이 됩니다. 그러니 2020년에 대학입시 전형을 치뤄내야 하는 겁니다. 저는 2020년에 박사논문을 발표하고 책을 출간하는 202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2020년이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힘들고 가장 짜릿한 한 해가 되겠네요. 하지만 아직 2018년과 2019년이 오고 있잖아요. 저도 아이도 서두르지않고 차근차근 준비해보겠습니다. 잘 할 수 있겠지요?  

    


[알림1] 장재용 연구원의 첫 책 <딴짓해도 괜찮아>가 출간되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의 기막한 딴짓인지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은 다음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www.bhgoo.com/2011/832057#12

 

[알림2] 한명석 연구원이 운영하는 글쓰기 카페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에서 책쓰기 과정 12기를 모집합니다. 내 이름 박힌 책 한 권이 소원이신 분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32265


[알림3] 정예서 연구원이 운영하는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에서 '신사와 숙녀의 품격 1기'를 모집합니다. 신사와 숙녀의 품격으로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분들의 관심을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3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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