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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6일 10시 11분 등록
딸이 아빠에게 권한 소설, <자유의 문>


“아빠! <자유의 문>이라는 소설 읽어보셨어요? 이 책 읽었는데, 아빠 생각 났어요!”

9시가 넘어 퇴근한 저에게 초등학교 6학년 큰 딸이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청준 선생님의<자유의 문> (이청준 지음, 휴이넘 펴냄) 이었습니다.

“와! 이런 소설을 수민이가 읽었다고? 놀라운데!”“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읽었는데, 끝까지 다 읽었어요. 철학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종교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그래요. 하느님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은 자기자신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이야기에요. 아빠가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학교 도서관에서 읽어볼 책을 찾던 큰 딸은 ‘자유의 문’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이 책을 뽑아 들었는데, 어찌나 흥미진진 하던지 끝까지 읽었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로만 생각해 왔는데 벌써 이렇게 커버렸구나 싶어서 내심 놀랐습니다. <자유의 문>이라는 철학적인 제목이 주는 느낌에 이끌렸다는 것도 놀라왔지만, 소설가 이청준 선생님의 작품세계가 만만치 않은 깊이가 있음을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기에, 공부하지 않으면 앞으로 딸과 대화도 어렵겠구나 싶어서 주말 동안 딸이 빌려온 소설책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역시나 이청준 선생님의 작품세계는 놀라왔습니다. 현실과 피나는 싸움을 벌일 때 소설은 삶의 본질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이청준 선생님의 머리말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소설 <자유의 문>은 신앙과 구원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실종사건을 쫓는 추리소설 형식으로 짜여서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됩니다.

지리산 깊은 산중에 홀로 살면서 석청을 따는 노인이 있습니다. 그 노인을 찾아 산을 오르는 소설가가 나옵니다. 두 주인공은 소설 초반부터 만나 자신의 신념을 걸고 논쟁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겨루기를 합니다. 저는 글을 읽으며 두 주인공의 신념과 열정이 맞부딪칠 때마다 마치 칼날이 부딪칠 때 나는 파열음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소설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이정도까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소설은 일관되게 신념의 힘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신념을 향한 열정이 지나쳐 인간에 대한 사랑이 희생될 때 빚어지는 파멸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반복되는 현실 속 삶의 투쟁은 우리의 영혼에게 이분법이라는 안경을 씌웁니다. 내 편과 내 편 아닌 것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분법은 가슴 속 분노의 에너지와 자기 인정의 욕망을 분출시킬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결국 파멸의 굴레도 함께 씌웁니다.

진정한 문학은 이분법의 안경을 깨트립니다. 딱딱하게 굳어가기 쉬운 우리네 영혼에게 변화의 계기를 주는 게 문학의 힘일 것입니다. 소설가 이청준 선생님은 이 작품의 결말부분에서 소설의 사회적 역할을 분명하게 제시하십니다.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늘 살아 숨쉬는 우리의 삶과 정신의 자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지난 삶을 뒤돌아 봅니다. 훌륭한 문학작품은 독자의 가슴에 균열을 일으킵니다. 세상에 지치고 자기자신에게 지쳐가는 영혼에게 다가와 이분법의 안경을 벗기고서 통찰의 시야를 보여줍니다. 탁 트인 하늘과 땅이 눈 앞에 있음을 알려줍니다. 가슴이 꽉 차오르는 에너지를 느껴보라고 말입니다.

소설은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반전으로 끝이 납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큰 딸을 불렀습니다.

“아빠가 방금 끝까지 다 읽었는데, 이거 결말이 참 놀랍다."

“그렇죠?저도 많이 놀랐어요. 그런데 이 소설 읽으면서 석청이 먹고 싶지 않았나요?”

“석청은 워낙 귀한 거라 아빠도 먹어본 적이 없어. 그나저나 우리 집에 양봉 꿀은 있을 텐데?”

“그렇잖아도 이 소설 읽고 집에 와서 꿀단지부터 찾았어요."

찬장 속에서 꿀단지를 찾아 따뜻한 꿀물을 탔습니다. 소설의 결말은 떨떠름했지만 딸과 함께 꿀물을 마시는 것으로 위로 삼았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참 바빴습니다.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면 어디가 마침표인지 어디에 쉼표를 찍어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덕분에 입술 옆이 부르터 진물 딱지가 앉았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좋은 문학작품을 읽을 수 있던 지난 주말이 휴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겨울을 맞이할 용기가 납니다.


2017년 11월 6일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11월20일 월요일에 아내 김정은의 편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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