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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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에제(Eze)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프랑스인들에게는
꿈의 휴양도시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니스(Nice)와
모나코(Monaco) 사이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한쪽은 지중해이고 다른 한 쪽은 언덕 또는 산처럼 높이
솟은 특이하고 아름다운 지형과 풍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나는 드디어 지난 10년간 꿈이었던 샤토 에자 (Chateau Eza) 호텔에서 한 달간 머물며 매일 아침 레스토랑의 조식을 즐길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2014년에 에제(Eze)를 여행할 때 묵었던 에어비앤비 하우스의 호스트인 미리암(Miriam)이 에제에 오면 꼭 본인의 집에서 지내야 한다고 난리였다. 샤토 에자 호텔보다 더 높은 곳에 새로 지은 집에서 훨씬 좋은 지중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내게 이 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 그래서 결국 미리암의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대신에
샤토 에자 호텔은 매일 브런치를 먹으러 가야겠다. 사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영화에서처럼 니스에서 모나코까지의 절벽 해안을 페라리로 드라이브 한 후 몬테카를로 호텔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거다. 10년 전 나의
버킷 리스트에는 피어스 브로스넌과 함께 본드 걸처럼 모나코까지 해안 도로를 드라이브 하는 것이
있었지만, 제임스 본드는 며칠 전 칸느에서 본 걸로 만족해야겠다. 브런치를 먹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어느덧 니스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서둘러야겠다. 요트에서 내리는 친구는 구리빛으로 선탠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누가 저
여인을 50대로 볼까? 그녀는 나를 보자
마자 요트에서 아들 뻘 되는 멋진 청년이 등에 선크림 바르는 걸 도와줬다며 즐거워 한다. 참 쉰이 넘도록 변치 않는 모습이다. 미리 예약한 페라리를 픽업하고 해안 도로에 들어서니 저절로 본드 걸과 그레이스 켈리가 된 기분이었다. 비싼 차라 조심해서 몰아야 한다고 이것 저것 주의사항을 들었지만 하나도 생각이 안 났다. 그저 오른쪽으로 보이는 지중해가 눈 부시게 아름다울 뿐이었다. 몬테카를로에서는 저녁을 먹기 전에 잠깐 룰렛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 쪽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피어스 브로스넌 같다. 어떻게 말을 걸어볼까
기웃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환호성이 들렸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베팅한 번호가 5,000 유로를 땄다고 했다. 기대했던
잭팟은 아니지만 오늘 저녁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금액이다. 먼저 제임스 본드에게 마티니 한 잔을
보낸 후 나머지는 유니세프로 보내야겠다. 그렇게 마음 먹고 마티니를 홀짝이는데 이번에는 어디선가 신나는 음악이 들려온다. 자주
들어본 듯 익숙한 음악이다. “어서 일어나~, 지각 할거야~~” 아 꿈이었구나.
지금은 비록 꿈이지만 10년 내에 꼭 이루고 싶은 나의 미래의 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