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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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인생’
시장에서 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것만이 자영업일까요? 늦은 밤 점포 문을 닫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자영업자, 맡겨진 업무를 위해 이른 새벽 덜 깬 잠을 쫓으며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맡기는 직장인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만약 판옵티콘에서 평범한 개인들의 삶을 내려다본다면 결국 모든 인생이 자영업이라는 생각입니다. 한때 인기 몰이를 했던 TV드라마 ‘미생’에 등장하는 장그래는 바둑의 기술이 직장의 생존 기술과 다르지 않음을 서서히 터득해가고 있고, 그의 동료 안영이는 좋은 발표 자료를 만들어 회의 시간에 성공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마쳐 흐뭇합니다. 장사꾼이 더 많은 손님에게 더 잘 팔아야 하듯, 직장인도 맡은 자기의 업무를 상사와 동료에게, 거래처에 잘 팔아야만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직장인도 결국 자영업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킨집 사장님이 치킨을 많이 팔아야 하는 것처럼 어디서든지 우리는 자기 기술이 더 잘 팔리기를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흔하게 듣는 자영업(自營業)을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자영업(自營業) 이란? (각자의 인생에게 주어진 그것을) “스스로”
“경영하는(짓는)”
“일”입니다. 업(보)인 것이지요.
그러니 살아가는 일이 곧 자영업인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 기술을 팔면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소적 측면에서 직장이야 옮기면 그만이지만 직업은 다른 직장 다른 환경에서도 변함없이 이어가야 합니다. 한 번 배운 기술은 어디 가지 않으니 말입니다.
골프를 하는 인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고도의 집중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살고, 공을 차는 흥민은 어느 팀에 있더라도 빠르게 달려 7.32미터의 골대 안에 많은 공을 차 넣는 기술을 보여주며 삽니다. 떡볶이집 사장님은 매콤 달달한 고추장 소스를 끓여내는 기술로 먹고 살고, 저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늘 새롭고 흥미로운 단어를 찾아내어 연결하고 다듬는 기술로 먹고 살지요. 필자의 처제 오 박사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불임을 연구하는 직장인으로서 월급을 받고 살지만, 불임 부부의 간절함을 이해하고 높은 임신율을 기술로 보여주면 그의 기술은 더 많이 팔릴 것입니다. 모기업 영업부에 근무하는 2년차 후배는 회사 상품을 더 많이 파는 기술로 먹고 살고, 이를 위해 자신을 편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의 또 다른 후배는 더 간결하고 분명한 실적보고서를 만들어 매일 상사와 거래처에 제공하는 기술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늘 빠름과 간결함이라는 것을 팔기위해 고민합니다. 이렇듯 직장인도 자기 업무에 대해 인정을 받을수록 업계에서도 더 잘 팔릴 것입니다. 그들은 주어진 업무만 하면 되는 월급쟁이며 스스로 ‘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중에 야망이 있는 어떤 ‘을’들은 더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고민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더 잘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누군가는 더 좋은 결과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각자는 늘 자기 기술을 연마하며 삽니다. 상대에게 인정을 받을수록 자신의 기술이 더 잘 팔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직장인들을 ‘고용된 자’라고 말하지만, 자기 기술을 팔며 사는 우리는 스스로를 고용한 고용주이며 자신에 대하여 ‘갑’입니다. 산다는 것은 뭔가를 스스로 만들고 팔면서 살아가는 일입니다. 결국 모든 인생은 자영업입니다.
업무가 바뀌기 전 그러니까 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저는 전화 상담이나 대면 상담을 통해 하루에 10명 이상의 예비창업자를 만났습니다. 또 월 2~3회의 소상공인 교육을 통해 그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예비창업자에게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창업준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이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은 업종에 대한, 아이템에 대한, 상품구성에 대한, 점포 인테리어와 상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저는 다 듣고 난 후 방식과 관련한 질문을 한 번 더 하지요. ‘그럼, 장사 방식은요? 장사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라고 물으면 그것에 대한 대답은 시원하게 듣지 못합니다. 이 질문은 소점포가 아닌 일반 기업에서 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묻는 것입니다. 장사를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은 전략과 노하우에 대한 질문이자 옆 가게와 다른 나만의 방식을 듣고 싶은 질문입니다.
“남다른 방식”, 이것이 이 책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제가 말하는 “컨셉 Concept" 이야기입니다.
▶ 출간을 준비중인 책의 서문 일부입니다. 출판사와 저는 이 책의 제목을 고민중입니다.
제목으로 하기에 좋은 의견있으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