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제산
  • 조회 수 76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7년 11월 20일 12시 38분 등록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을 출간하고서 시작한 전국 강연이 지난 달 10월에 40회를 채웠습니다.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40번 이상 한 셈인데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는 일이 처음엔 떨리기만 했다면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또 다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자각할 즈음, 색다른 강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달 11월에는 강연장을 나와 지역의 커뮤니티로, 동아리로, 개별 가족으로, 엄마들에게로 다가가게 된 겁니다.

 

포항 지진이 발생했던 11월 15일 수요일에 저는 대구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교장 선생님과 ‘인문학’ 담당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어요. 대구에서는 초, 중, 고등학교가 연계해 학생 한 명당 ‘100권을 책을 읽고 100번 토론하고 1권의 책을 쓴다’는 취지를 담은 ‘100:100:1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셨어요. 현재 100권 책 목록을 만들고 있는데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이 지침서 역할을 한다고 하셨어요. 이 학교에서는 내년부터 매학기 ‘한 학기 한 책 천천히 읽기’를 진행할 텐데요. 독서 수준이 천차만별인 아이들이 한 데 모인 교실에서 인문학 관련 책 한 권을 선정해서 읽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의 목차를 따라 읽는 방법을 생각하고 계시다고 하셨어요. 가족, 우정, 배움, 국가 등 10개의 테마를 선정해 초등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 두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책을 읽는 에피소드에 착안해 한 학기에 한 가지 테마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그림책, 청소년 문고, 문학, 인문고전을 묶어서 엮어 읽기를 해 볼 계획이라고요. 실제로 지난 달 10월에 학교에 19가족을 초대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을 중심으로 ‘인문학의 밤’ 행사를 치렀는데, 학부모와 자녀, 선생님 모두 좋아하셨다고요. 우리집 두 아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좋은 책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요.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이 학교와 만나, 교실에서 수업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다가간다고 생각하니 뿌듯했습니다.

 

11월 17일 금요일에는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요. 이 학교의 사서 선생님은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을 먼저 읽으시고 ‘온 가족 함께 책 읽기’를 함께 할 ‘리딩패밀리’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하셨어요. 동아리 회원들은 온 가족이 집에서 책을 읽고, 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로, 학교 도서관 지원단으로 활동을 확장해 나가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기록으로 교내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다른 가족에게 전달돼 가족이 변화하고 학교에 봉사하는 계기가 된다니 저도 무척 기뻤습니다.

 

또한, 11월에는 색다른 만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파주시 건강가정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를 통해 개별 가족을 만나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2주간에 걸쳐 매주 토요일마다 네 가족 씩 총 여덟 가족을 만났습니다. 각기 다른 환경에, 각기 다른 사정이 있는, 개별 가족을 만나는 일은 강연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일이기에, 좀 더 공부를 하고 나서 좀 더 경험을 쌓고 나서 책도 두어 권 더 내고 나서 하자며 나중으로 미루었어요. 하지만 담당자분께서 좋은 일이니까 꼭 한번 해보라고 당부하셔서 큰 용기를 내어 일단 한 번 부딪혀 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가족이 책 읽기를 통해 소통하는 것을 돕는 일이었어요. 저도 해외에서 체류할 때 외국어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공감할 수 있었어요. 남편과 함께 개별 가족을 만나서 가족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책을 통해 부부 관계와 부모자녀가 관계가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이야기를 해드렸어요. 어린 아이를 안고 한 마디 한 마디 마음을 다해 듣고, 한 글자 한 글자 받아쓰는 모습을 보며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다문화 가족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을 만나 ‘관계’와 ‘언어’ 두 가지 모두 개선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개별 가족을 만나면서 누군가 도움이 절실한 이에게 내 작은 도움이 전달되는 순간, 오히려 제가 더 기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젠 미루지 않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하리라 다짐합니다.

 

보잘 것 없는 한 사람의 기록이 그 사람을 변화시키고, 책으로 엮여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오늘도 기록하고 또 용기 내어 누군가에게 다가가 보렵니다.

IP *.202.114.13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56 [수요편지 - 7일 정진중] 수희향 2017.11.22 779
» 다가가고 있습니다 제산 2017.11.20 760
2854 Business Tip - 삶의 겨울나기 書元 2017.11.18 751
2853 백스물다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실수 재키제동 2017.11.17 819
2852 모든 인생이 자영업입니다 [5] 이철민 2017.11.16 1062
2851 임원이 되면 얻는 것 그리고 놓치는 것들(후편) [4] 차칸양 2017.11.14 1340
2850 백스물네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딸의 편지 재키제동 2017.11.10 809
2849 내 점포 입지를 견고하게 하는 법 이철민 2017.11.09 1010
2848 [수요편지 17- 심연통과 : 무인컴 날들] [2] 수희향 2017.11.08 880
2847 임원이 되면 얻는 것 그리고 놓치는 것들(전편) [2] 차칸양 2017.11.07 1056
2846 딸이 아빠에게 권한 소설, <자유의 문> 제산 2017.11.06 1095
2845 Business Tip - 당신의 자리. 문제없나요 [3] 書元 2017.11.04 796
2844 백스물세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열혈 엄마 모드 재키제동 2017.11.03 892
2843 알아두면 쓸데있는 근거없는 계산법 3 이철민 2017.11.02 936
2842 여기 김광석을 통해 꿈을 노래하는 청년이 있습니다 file 차칸양 2017.11.01 860
2841 백스물두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휴먼북 재키제동 2017.10.27 761
2840 알아두면 쓸데있는 근거없는 계산법 2 [2] 이철민 2017.10.26 856
2839 [수요편지 16- 스승님과의 공저] [4] 수희향 2017.10.25 875
2838 이제 막 인생2막에 발을 디디려는 너에게 [2] 차칸양 2017.10.24 833
2837 '갈등'은 꼭 필요하다 제산 2017.10.23 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