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알로하
  • 조회 수 94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7년 11월 21일 09시 12분 등록

 

두번째 책수업이다. 나는 지난달 첫번째 책수업 때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한 가이드라는 거창한 제목을 붙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잘 살아갈 새로운 삶의 유형을 제시하는 책을 쓰겠다고 당당하게 얘기했었다. 먼저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을 번역한 후에 생각을 좀 더 정리, 구체화한 후에 나만의 목소리가 담긴 책을 쓰겠다는 그럴듯한 로드맵까지 그려가면서몇몇 동기들은 평소의 나의 삶이 반영되고 트렌드를 따르는 멋진 책이 나오겠다는 응원도 해 주었다. 당장이라도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갖고, 이번 달 과제인 핵심메시지와 목차를 정리하다가 정신이 들었다. ‘, 아직 내가 이런 책을 쓸 준비가 안 되었구나’.

그렇다. 욕심이 너무 과했다. 첫 책을 내가 쓰고 싶은”,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생각에 아직 씨도 뿌리지 않은 열매를 수확하려고 했다. 먼저 씨부터 뿌리자. 그리고 잘 키워서 수확을 거둔 후에 나 혼자 먹고 말 것인지, 남들과 나눌 것인지 판단하자.

 

이번 달 과제를 준비하면서 지난달에 교육팀 선배들이 왜 그렇게 첫 책은 쓸 수 있는책을 써야 된다고 강조했는지 깨달았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많이 팔릴 것 같아서, 트렌드를 선도하고 싶어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서, 그냥 쓰고 싶어서왜 그런 주제를 선택했는지, 이유는 동기숫자만큼 다양하고 모두가 좋아 보이지만 책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내가 쓸 수 있는 주제다. 그래서 책의 주제를 바꿨다. 이번에는 이미 좋은 열매를 거두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도 맛있게 나눠 먹고 있는 것 중에서 찾기로 했다. ‘영어 글쓰기는 지금 재미있게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잘해야 하는 분야다. 이 쪽에 나의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여행하고 있는 친구에게 나의 생각을 얘기했고, 오랜 시간 친구와 얘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점점 구체화되었다. 영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의 고민이자 숙제다.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에서 삶의 답을 찾으려고 한다. 두 가지를 결합하면 어떨까? 글쓰기는 자신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에 하나다. 어차피 해야 할 영어공부고, 글쓰기가 그렇게 좋은 치유의 도구라면 영어로 인문학을 공부하고 글을 써서, 자신을 찾고 치유하는 건 어떨까?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을 것 같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다보니 금방 또 책 한 권쯤은 써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결국 제주도에서도 해가 뜨는 걸 보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친구와 나눈 얘기를 정리하고, 과제를 준비하면서 성인이 아닌 고등학생, 그것도 미국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 책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른 라이팅 책과의 차별화는 실제로 한국 학생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포함된 글을 고쳐서 완성도 높은 글로 바꾸는, 즉 첨삭지도를 한 예문을 한 파트로 넣기로 했다. 먼저 일반적인, 내가 수업 교재로 쓸 수 있는 책을 쓰고 영어로 인문학 공부하는 책은 그 이후에 써도 될 것 같다.

오프 수업 때 나의 과제에 대한 반응은 긍정과 부정이 모두 있었다. 좋은 글쓰기 교재가 될 것 같다거나, 동기들 중 가장 빨리 쓸 것 같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기존의 영어 라이팅 책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목차만 보고도 내용이 예상 가능하다는 의견은, 정리가 잘 됐다는 말도 되지만, 너무 뻔하다는 말도 된다.

후배들에게 경험자로서 조언을 해주기 위해 토요일 하루를 모두 공헌한 선배들, 8개월간의 여정을 함께 한, 교육팀 선배와 동기들. 한사람 한사람의 의견이 모두 고맙고 소중하다. 모두들 내가 좋은 책을 쓰길 바라는 애정어린 마음에서 나온 의견이라 그렇겠지. 그렇다고 해도 모든 의견을 다 반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의견은 의견일 뿐이라는 말이 맞을 듯하다. 받아들여서 적용해야 할 것도 있지만, 그냥 애정어린 마음만 받아야할 의견도 있다. 정말 중심을 잘 잡지 않으면 다음달에는 또 다른 주제를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창선배의 말로는 매달 주제를 바꾸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렇게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IP *.222.255.2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72 전략적 인적자원관리 1 [1] 박노진 2005.10.11 12781
5171 전략적 인적자원관리 2 박노진 2005.10.16 10264
5170 인적자원관리 부문의 향후 과제 박노진 2005.10.27 6365
5169 한국인과 숫자 3 [1] 오세나 2005.10.27 8593
5168 직장의 미래 모습 박노진 2005.10.28 5879
5167 직장인의 미래 모습 [1] 박노진 2005.10.28 6929
5166 디지털 시대의 인재상 박노진 2005.10.28 6232
5165 핵심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론 박노진 2005.10.28 6040
5164 최강 노동자가 만든 도요타 박노진 2005.11.30 7013
5163 노동과 경영 1 박노진 2006.02.16 4854
5162 노동과 경영 2 박노진 2006.02.16 4643
5161 노동과 경영 연재 3회 -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난 시장의 현실(3) 박노진 2006.02.17 5301
5160 노동과 경영 연재 4회 - 노동절약기술의 발전과 노동운동의 아이러니한 동거 박노진 2006.02.17 5330
5159 노동과 경영 연재 5회 - 자동화에 대한 미국노동운동의 대응과 결과 [1] 박노진 2006.02.19 4959
5158 노동과 경영 연재 6회 - 포스트포디즘 [1] 박노진 2006.02.19 6552
5157 노동과 경영 연재7회 - 블루칼라의 종말 박노진 2006.02.20 5821
5156 노동과 경영 연재 8회 - 서비스부문의 현실 박노진 2006.02.20 5211
5155 노동과 경영 연재 9회 - 첨단 기술의 승자와 패자 박노진 2006.02.21 5221
5154 노동과 경영 연재 10회 - 린 생산방식에 대한 상반된 평가 박노진 2006.02.21 7673
5153 노동과 경영 11회 - 노동시간의 리엔지니어링(1) 박노진 2006.02.22 5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