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옹박
  • 조회 수 77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7년 11월 24일 17시 01분 등록

내일부터 해외에 나게가 되어 미리 게재합니다. 메일은 27(월) 발송됩니다.

--------------------------------------------------------


<장자>의 외물(外物)편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날 혜자가 장자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자네의 가르침은 하나도 쓸모 있는 것이 없네.”

그러자 장자가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쓸모 없는 것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쓸모 있는 것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네. 예를 들어, 땅은 넓고 광활하다네. 그러나 사람은 그가 그 시간에 우연히 서 있는 발 밑의 땅만을 사용하지. 그렇다고 그의 발 아래의 땅만큼만 남기고 나머지 땅을 황천에 이르기까지 깊이 파 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과연 얼마나 오래 그가 사용하고 있는 땅을 더 사용할 수 있겠는가?

 

독서의 계절탓일까요. 서점에 양복 입은 사람들이 제법 늘었습니다. 둘러보니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 코너에서 시간을 보내는 듯합니다. 당장 성공을 보장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들이 눈에 띕니다. 소위 실용서라 불리는 이런 책들은 우리가 더 효과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명쾌한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지!

 

반면, 반대편 인문학 코너의 책들은 답을 직접 알려주지 않습니다. 되려 질문을 던지지요. 자기계발서가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습관'에 대해 답을 제시할 때 인문학은 왜 사람은 습관에 지배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뿐입니다. 인문학 공부가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은 이런 존재다.’ 라고 알려주긴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에는 무심합니다. 답을 알려주지 않으니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언제 또 시간을 내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아마도 인문학은 세상에서 가장 비실용적인 학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어렵고 모호한 인문서 보다는 빠르고 효과가 확실한 실용서를 고릅니다. 그러나 장자가 말했듯, 실용의 이면에는 편협함이라는 함정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과연 성공하기 위한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을까요? 행복에 이르는 길은 어떤지요? 실용서는 이러한 주제에 구체적인 답안을 제시하지만, 자칫 그 답만이 유일한 정답인 양 맹목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때론 그 책의 작가조차 다 지키지 못하는 그럴듯한 완벽한방법론을 말입니다.

 

인문학은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은 관점에 대해 넌지시 질문을 던집니다. 예컨대 게으름이라는 주제를 보지요. 자기계발서는 게으름을 우리를 망치는 적으로 간주하고 무찌르는 방법을 가르칠 때 인문학은 인간이 가장 창의적인 순간은 게으를 때이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당장 쓸모는 없더라도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어 우리가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생각에 이르도록 돕는 것입니다. 무용의 용(無用之用), 쓸모 없음이 쓸모 있음을 빛낸다는 장자의 지혜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용서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나치게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는 실용주의와 인본주의가 만나 새롭고 거대한 물결이 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지금껏 실용서에 열심히 밑줄을 쳤다면 이제는 인문학에 푹 빠져 볼 시기입니다. 안상헌의 <인문학 공부법>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구체적인 방법론과 더불어 대표적인 문학, 역사, 철학 도서를 소개해 줌으로써 인문과 실용의 경계를 부드럽게 연결해줍니다. 인문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알림1]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 <철학, 역사를 만나다>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안광복 작가의 철학 강의가 열립니다. 인류 문명을 이끄는 철학의 역할을 고찰함과 동시에, 철학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 역사를 돌아보면 어떨지요?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33720

 

[알림2] 변화경영연구소의 송년회가 12/9() 4호선 삼각지역 근처에서 열립니다. 흘러가는 2017년 의 끝자락을 여러분들의 이야기로 채우고 싶습니다. 많은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이야기 나누시려면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notice&document_srl=833212

 

IP *.73.123.208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16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마음의 문을 여는 빵 1 [1] 알로하 2019.06.02 798
4015 [화요편지]필살기, 가장 잘 할 수 있는 차별적인 전문성 아난다 2020.03.10 798
4014 [변화경영연구소]#따로또같이 월요편지 114_이번 역은 쉼표 역입니다 [1] 습관의 완성 2022.07.03 798
4013 [수요편지] 가을, 그리고 마흔, 나를 사랑할 적기 [1] 불씨 2022.09.06 798
4012 '갈등'은 꼭 필요하다 제산 2017.10.23 799
4011 [금욜편지 74- 고민하는 힘- 생각과 잡념사이] [2] 수희향 2019.02.01 799
4010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16. 묵자 1 [2] 제산 2019.03.04 799
4009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30. 독서는 모든 것의 기본이다 2 제산 2019.07.15 799
4008 목요편지 - 빼앗긴 봄 [1] 운제 2020.03.06 799
4007 [수요편지] 가장 나다운 것 [1] 불씨 2022.04.19 799
4006 꽃멍 때리기 [1] 불씨 2022.05.17 799
4005 [목요편지] 달콤한 휴식을 위해 꼭 필요한 것 [1] 어니언 2022.07.07 799
4004 [금욜편지 23- 첫 책 출간] file [2] 수희향 2018.02.02 800
4003 [금욜편지 30- 1인회사 연구원 (여성편-기혼여성)] 수희향 2018.03.30 800
4002 [수요편지] 조르바의 탁월함 [1] 불씨 2022.08.02 801
4001 [일상에 스민 문학] 우리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 [3] 정재엽 2018.06.13 802
4000 “노을치맥” 한번 해보실래요? file [2] 차칸양 2018.07.03 802
3999 목요편지 - 사막과 오아시스의 대화 [1] 운제 2019.04.18 802
3998 [라이프충전소] 스위트 스팟을 아시나요? [4] 김글리 2022.02.25 802
3997 [수요편지] 당신이 지금 보는 색깔은 어떤 색인가요? [1] 불씨 2022.07.12 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