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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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주 칼럼쓰기는 참 힘듭니다.
반 쯤 써 내려가다가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만 벌써 다섯 번 채인가 봅니다.
시간으로 계산해 보자면 10시간 이상은 족히 되겠네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섯 번 채니 여섯 번 채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까지 칼럼의 글감으로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 더 답답하다는 것이죠. 오늘 오후만 해도 그렇습니다. 교육실습생 예비교사의 눈치를 흘깃흘깃 보아가면서 ‘칼럼쓰기’를 시도했습니다. 35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 현철이에 대한 이야기 였지요. 처음얼마 동안은 꽤나 그럴듯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글자크기 10포인트 A4용지 한 장을 넘어섰습니다. 잘되나 싶었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쓴 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영 신통찮습니다.
새글 - 빈문서1을 저장할까요 아니요.
제 심정 이해 되지요?
지금시각이 17시5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안입니다. 대학원 수업이 18시 30분에 시작되니까 10분 정도는 지각이겠네요. 출발역은 인천계산역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부평역 환승-신도림역에서 또 환승. 참 복잡도 하네요.
손에 들고 있는 공책을 잠시 넘겨봅니다. 복잡한 것은 내가 지나온 지하철역 뿐만아닙니다. 지하철을 타고나서부터 쓰고 긋고 한 것이 공책 2장입니다. 그러나 뭐가 뭔지 내가 읽어도 감이 오지 않습니다. 물론 쓴 글에 두 줄을 그어버린 부분이 더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흔들거리는 지하철 속에서 선자세로 쓴 글이니 오죽하겠습니까?
. 지하철 봉천역을 지나고 있군요. 잠시 고개를 들고 차창밖을 쳐다봅니다. 아까부터 잘 차려입은 신사분이 저를 힐긋거리며 쳐다보는 시선이 조금 불편했던 거지요. 하기야 잠시 생각해보니 궁금하기도 하겠네요. 저가 지하철을 탈 때부터 한손에 공책을 들고 쉬지 않고 써 내려갔지요. 그러다 갑자기 줄을 직직 긋기도 하고 때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으니까요.
‘드르륵’
문자 메세지 소리입니다.
‘숙제 화요일까지 연기되었습니다. 옹박 6/10 5:54 PM
어제 확인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왜 ‘드르륵’하고 다시 신호가 왔을까요?
잠시 후 다른 문자 메세지를 확인합니다.
‘동창모임. 6/13 오후7시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만나요. 오늘도 행복하시길. 광길 6/11 6:26PM'
난 지금 전혀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광길씨.
손이 떨리고 가슴도 약간 떨리네요. 벌서 서초역이랍니다. 어떡하죠.
순간 몸이 기우뚱하더니 중심을 놓칩니다. 두 다리에 있는 힘을 다하고 서 있던 나의 몸이 보기좋게 앞쪽으로 쏠려버리네요. 순간, 빈곳 하나 없이 꽉찬 좌석이 눈에 들어옵니다.
맞습니다. 앉을 공간이 없어서 내가 서 있었군요. 그래서 휘청거리기 까지 했구요.
칼럼쓰기가 함들었던 연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새로운 칼럼의 글감이 앉을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닫은 것이지요.
‘난중일기’ 칼럼의 폴더에는 한치의 여유도 없습니다. 내가 이미 정해놓은 칼럼의 소재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어느 것 하나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1.〔336〕이날 밤, 달빛은 비단결 같고 바람한 점 없는데, 혼자 뱃전에 앉아 있으려니 심회를 달랠길 없다. 뒤척이다가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채 하늘을 우러러 탄식할 따름이다.
2. ‘내 유년시절의 놀이마당은 주로 밤에 펼쳐졌다.(중략) 달밤은 밤이면 놀이는 거칠줄을 모른다. 새벽녁이다 되어서야 각각 달을 하나씩 뒤에 달고 집으로 돌아간다.’
3. 마음에 슬픔이 있는 사람은 모름지기 정신없이 취하도록 마셔야 한다. 봄에는 집뜰에서 마시고, 여름철에는 교외에서, 가을철에는 배위에서, 겨울철에는 집안에서 마실 것이며 밤술은 달을 벗삼아 마셔야 한다. - 임어당-
4.‘초등학교 동창 현철이를 만났다. 35년만의 만남인데 그를 보자말자 왜 ’달밤‘이 먼저 떠 오를까?
5. ‘술상을 사이에 두고 이순신과 임어당이 마주 앉았다. 상현달이 담겨있는 술잔을 임어당이 단번에 들이킨다. 이번에는 이순신 차례다. 두잔을 연달아 목안으로 털어넣듯이 한다. 원균으로부터 받은 심정 고통도 함께 삼켜버리고 달도 벌써 몇 개째다. . 내일 아침쯤이면 한결 나아지리라.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고통과 울분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흐르던 눈물. .
.다시 이순신의 잔은 넘치고 임어당도 덩달이 취한다.
꽉차있다. 새 칼럼이 어디에 자리를 잡겠는가? 1번 옆에 기웃거려도 일어설 생각이 없다. 2번도,3번도 마찬가지다. 뒤로 갈수록 더 하다. 좌석이 5석인데 그 어디다가 컬럼을 앉힐 수 있단말인가. 한 녀석이라도 일어서지 않으면 마지막엔 모두 일으켜 세워야 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초대하지 않은 것들이 수시로 찾아든다. 모두가 귀해 보이고 어딘가 쓰일것만 같다. 그래서 그들 모두에게 잠시 기다려보라는 신호를 보내고 나는 분주해 지기 시작한다. 모두에게 적당한 역할을 주자니 ‘난감’이라는 것이 찾아와 훼방을 놓는다. 머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내 다리는 휘청거린다.
‘멀리서 찾아왔다고 해서 온정으로 다 맞아 들이지 말라. 명심할진대 처음 초대하기로 한 것들만 맞아들이라.’
그러나 난 아직도 매정하게 다 뿌리칠 자신은 없다. 멀리서 찾아온 것들을 어찌 물리친단말인가!
- 칼럼쓰기를 시작하면 머릿속에 찾아드는 ‘꺼리’들이 웬 그리도 많은지요?-
IP *.86.55.32
반 쯤 써 내려가다가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만 벌써 다섯 번 채인가 봅니다.
시간으로 계산해 보자면 10시간 이상은 족히 되겠네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섯 번 채니 여섯 번 채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까지 칼럼의 글감으로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 더 답답하다는 것이죠. 오늘 오후만 해도 그렇습니다. 교육실습생 예비교사의 눈치를 흘깃흘깃 보아가면서 ‘칼럼쓰기’를 시도했습니다. 35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 현철이에 대한 이야기 였지요. 처음얼마 동안은 꽤나 그럴듯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글자크기 10포인트 A4용지 한 장을 넘어섰습니다. 잘되나 싶었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쓴 글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영 신통찮습니다.
새글 - 빈문서1을 저장할까요 아니요.
제 심정 이해 되지요?
지금시각이 17시5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안입니다. 대학원 수업이 18시 30분에 시작되니까 10분 정도는 지각이겠네요. 출발역은 인천계산역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부평역 환승-신도림역에서 또 환승. 참 복잡도 하네요.
손에 들고 있는 공책을 잠시 넘겨봅니다. 복잡한 것은 내가 지나온 지하철역 뿐만아닙니다. 지하철을 타고나서부터 쓰고 긋고 한 것이 공책 2장입니다. 그러나 뭐가 뭔지 내가 읽어도 감이 오지 않습니다. 물론 쓴 글에 두 줄을 그어버린 부분이 더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흔들거리는 지하철 속에서 선자세로 쓴 글이니 오죽하겠습니까?
. 지하철 봉천역을 지나고 있군요. 잠시 고개를 들고 차창밖을 쳐다봅니다. 아까부터 잘 차려입은 신사분이 저를 힐긋거리며 쳐다보는 시선이 조금 불편했던 거지요. 하기야 잠시 생각해보니 궁금하기도 하겠네요. 저가 지하철을 탈 때부터 한손에 공책을 들고 쉬지 않고 써 내려갔지요. 그러다 갑자기 줄을 직직 긋기도 하고 때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으니까요.
‘드르륵’
문자 메세지 소리입니다.
‘숙제 화요일까지 연기되었습니다. 옹박 6/10 5:54 PM
어제 확인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왜 ‘드르륵’하고 다시 신호가 왔을까요?
잠시 후 다른 문자 메세지를 확인합니다.
‘동창모임. 6/13 오후7시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만나요. 오늘도 행복하시길. 광길 6/11 6:26PM'
난 지금 전혀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광길씨.
손이 떨리고 가슴도 약간 떨리네요. 벌서 서초역이랍니다. 어떡하죠.
순간 몸이 기우뚱하더니 중심을 놓칩니다. 두 다리에 있는 힘을 다하고 서 있던 나의 몸이 보기좋게 앞쪽으로 쏠려버리네요. 순간, 빈곳 하나 없이 꽉찬 좌석이 눈에 들어옵니다.
맞습니다. 앉을 공간이 없어서 내가 서 있었군요. 그래서 휘청거리기 까지 했구요.
칼럼쓰기가 함들었던 연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새로운 칼럼의 글감이 앉을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닫은 것이지요.
‘난중일기’ 칼럼의 폴더에는 한치의 여유도 없습니다. 내가 이미 정해놓은 칼럼의 소재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어느 것 하나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1.〔336〕이날 밤, 달빛은 비단결 같고 바람한 점 없는데, 혼자 뱃전에 앉아 있으려니 심회를 달랠길 없다. 뒤척이다가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채 하늘을 우러러 탄식할 따름이다.
2. ‘내 유년시절의 놀이마당은 주로 밤에 펼쳐졌다.(중략) 달밤은 밤이면 놀이는 거칠줄을 모른다. 새벽녁이다 되어서야 각각 달을 하나씩 뒤에 달고 집으로 돌아간다.’
3. 마음에 슬픔이 있는 사람은 모름지기 정신없이 취하도록 마셔야 한다. 봄에는 집뜰에서 마시고, 여름철에는 교외에서, 가을철에는 배위에서, 겨울철에는 집안에서 마실 것이며 밤술은 달을 벗삼아 마셔야 한다. - 임어당-
4.‘초등학교 동창 현철이를 만났다. 35년만의 만남인데 그를 보자말자 왜 ’달밤‘이 먼저 떠 오를까?
5. ‘술상을 사이에 두고 이순신과 임어당이 마주 앉았다. 상현달이 담겨있는 술잔을 임어당이 단번에 들이킨다. 이번에는 이순신 차례다. 두잔을 연달아 목안으로 털어넣듯이 한다. 원균으로부터 받은 심정 고통도 함께 삼켜버리고 달도 벌써 몇 개째다. . 내일 아침쯤이면 한결 나아지리라.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고통과 울분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흐르던 눈물. .
.다시 이순신의 잔은 넘치고 임어당도 덩달이 취한다.
꽉차있다. 새 칼럼이 어디에 자리를 잡겠는가? 1번 옆에 기웃거려도 일어설 생각이 없다. 2번도,3번도 마찬가지다. 뒤로 갈수록 더 하다. 좌석이 5석인데 그 어디다가 컬럼을 앉힐 수 있단말인가. 한 녀석이라도 일어서지 않으면 마지막엔 모두 일으켜 세워야 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초대하지 않은 것들이 수시로 찾아든다. 모두가 귀해 보이고 어딘가 쓰일것만 같다. 그래서 그들 모두에게 잠시 기다려보라는 신호를 보내고 나는 분주해 지기 시작한다. 모두에게 적당한 역할을 주자니 ‘난감’이라는 것이 찾아와 훼방을 놓는다. 머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내 다리는 휘청거린다.
‘멀리서 찾아왔다고 해서 온정으로 다 맞아 들이지 말라. 명심할진대 처음 초대하기로 한 것들만 맞아들이라.’
그러나 난 아직도 매정하게 다 뿌리칠 자신은 없다. 멀리서 찾아온 것들을 어찌 물리친단말인가!
- 칼럼쓰기를 시작하면 머릿속에 찾아드는 ‘꺼리’들이 웬 그리도 많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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