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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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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2일 07시 15분 등록


지난 금요일, 마지막 출근을 마쳤습니다. 이로써 22년 9개월간 이어온 이 회사와의 인연도 끊어졌네요. 딱 한가지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여러 감정들이 교차합니다.


약 23년의 시간... 문득 비슷한 시간을 함께했던 절친, 담배(!)가 떠오릅니다. 담배 또한 20년을 넘는 기간 동안 동거동락했었지요. 지금은 저의 변심(?)으로 절교한 지 4년 정도가 되어가지만, 당시에는 담배만큼 가까웠던 친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그것도 하루에 열 댓번씩은 질긴 만남을 가졌었으니까요. 그랬던 담배가 제 기억에서 잊혀진(물론 아직도 아주 가끔은 떠오르긴 합니다만..) 것처럼, 이제 회사 또한 서서히 잊혀져 가겠지요.


퇴직이 결정된 후, 그리고 마음편지에 그 내용을 올린 후 주변에서 많은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재밌었던 점은 조금씩 반응이 달랐다는 겁니다. 같은 회사의 선후배들은 대부분 아쉽다, 안타깝다는 반응이었고, ‘차칸양’으로서의 저를 아시는 분들은 잘됐다, 축하한다, 그리고 응원한다는 말씀을 많이 건네주셨습니다. 저에게 참으로 힘이 되는 말씀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딱 한가지 조금은 걸리는 문장이 있더군요.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그리고 지켜보겠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물론 압니다. 제가 앞으로 잘 되는 것을 응원의 마음으로 바라보겠다는 내용이라는 것, 하지만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똑바로 해라, 너를 주시하고 있는 눈이 많으니 농땡이(?)부릴 생각 일절 하지마라’는 그런.^^ 실제로 한 후배는 제가 자신의 롤모델이 될 수 있으니 멋지게 성공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까지 하더군요. 꼭 그 후배를 위해서는 아니겠지만,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시간들을 제대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또 저보다 앞선 길을 가고 계시는 인생 선배님들, 그리고 이미 독립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여러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해주신 말은 ‘절대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급해 서둘러 무언가를 하려다 일을 그르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네요. 그러니 무조건 일정기간 쉬는 것이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하기를, 일단 3개월은 아무런 퍼포먼스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딱 한가지만 할 생각인데, 그동안 이래저래 미루고 있었던 책쓰기 작업에만 전념할까 합니다. 어떤 분은 그것마저도 하지 말라 하는데, 그건 쫌...^^

또한 더 이상 직장인으로 살지 않으려 한다면, 온전히 직장인의 때(!)를 벗길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직장인의 때라... 20년이 넘는 직장인으로 살아온 제게 때를 벗긴다는 의미가 잘 다가오진 않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인에게는 직장에서의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고, 그 나머지 시간, 예를 들자면 점심시간, 퇴근 이후 그리고 출근하지 않는 주말시간에는 어떻게든 자신의 온전한 시간으로 즐기며 살고자 하는 것이 직장인의 삶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삶의 이분화(二分化)라 볼 수 있으며, 이것을 직장인만의 고유한 삶의 프레임(다른 말로는 매뉴얼)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직장인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면 프레임 자체를 스스로 다시 만들어야만 할 겁니다. 만약 작은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면 사업가로써의 프레임을, 장사를 할 예정이라면 장사꾼으로써의 프레임을, 1인 기업가로 살고자 한다면 1인 기업가에 맞는 삶의 프레임을 설계해야 하겠죠. 이런 식으로 직장인의 프레임이 아닌 다른 프레임으로 살게 되었을 때, 혹은 그런 마인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이것을 ‘직장인의 때를 벗었다’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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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화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머리 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정해진 것은 딱 하나,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앞으로 3개월 동안은 책 초고작업에만 열중하려 합니다. 글쓰기 작업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그동안 못 만난 사람들도 만나고, 책도 실컷 읽고자 합니다. 휴식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충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임을 바꾸어 가기 위한 단절의 시간도 필요하고요.

지금까지 제 마음편지가 직장인으로써의 경험과 생각에서 나온 글이었다면, 앞으로는 인생 2막으로 가는 과도기,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며 겪게 되는 악전고투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착륙이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경착륙이라 할지라도 어쩌겠습니까, 그냥 정면통과해야지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마음편지에 작은 성공에 대한 이야기도 담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실패와 그로 인한 감정의 혼란, 아픔, 쓰라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고자 합니다. 

이번 마음편지를 마무리하며, 이번에는 앞의 문장을 인용하게 되네요. 제가 마음편지 독자분들에게 드리는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축하하고,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지켜봐 주십시오.’



* 덧붙이는 글

지난 2주 동안 메일, SNS, 브런치뿐 아니라 직접 말로써 위로와 격려, 응원의 말씀을 전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다시한번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꾸~벅~^^



차칸양(bang_1999@naver.com) 올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안내]  ‘경제/인문 프로그램’ <에코라이후> 6기 모집합니다~!
변화경영연구소 4기 차칸양 연구원이 경제와 더불어 경영 그리고 인문까지 함께 공부함으로써, 경제/경영/인문의 밸런싱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인 <에코라이후> 6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제적 문제, 자기경영 그리고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을 깊이있게 탐구함으로써 진정 자기다운 삶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절실함이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지원 바랍니다.

2. [출간소식] 『어쨌거나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박경숙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6기 박경숙 연구원의 신작 『어쨌거나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인 『문제는 무기력이다』를 통해 살아가며 경험하게 되는 무기력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회사에서 경험하게 되는 업무 무기력에 대해, 그리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마음 훈련법에 대해 알려준다고 합니다. 현재 회사에서 업무 무기력에 빠져있는 분이라면 꼭 일독하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IP *.117.5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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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08:33:15 *.120.64.130

차칸양님이 띄우시는 마음편지의 애독자로서 응원의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퇴직을 축하드리고, 지금부터 보여주실 아주 멋질 퍼포먼스에 대해 미리 응원해드리고, 그리고 애.정.어.린. 눈길로 지켜봐드리겠습니다.  최경자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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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15:34:31 *.210.160.38

ㅋㅋㅋ 최경자 만세~


낙지자님의 댓글에 웃음이 터지네요.


얼마전 한 후배가 제게 해 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 친구가 지난주 회사를 옮겼는데, 그 회사에 가보니 진짜 '최경자'란 이름을 가진 분이 있더랍니다.

반갑기도 하고, 애매하기도 하고... ㅋ


축하와 응원, 그리고 애.정.어.린. 눈길 잘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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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09:29:05 *.223.21.132

평일 거의 아침 출발을 이곳 '마음나누는편지'와 함께 시작합니다.

차칸양 선생님의 앞으로의 새로운 인생,,,응원합니다.

좋은글에 늘 고맙다는 인사도 함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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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3 10:27:08 *.117.54.213

와우~ 아침 출발을 마음을 나누는 편지와 함께 하신다니, 엄청 대단한 애독자시네요~

마음편지를 쓰는 입장에서 굿민님 같은 분의 이런 이야길 들으면 정말 힘이 불끈불끈 솟습니다~^^


제 새로운 인생에 대한 응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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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8 13:01:33 *.131.225.124

늘 지지하고 응원해요! 

형뉨! 밥 먹어요!!! 

최경자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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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07:59:53 *.117.54.213

뉴욕은 무사히 잘 다녀왔니? 영상편지 잘 봤어~^^

우리 얼굴 못 본지도 꽤 되었네. 조만간 밥 먹자~ 밥 먹으면서 수다떨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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