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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6일 07시 11분 등록

십이월. 도시 불빛을 뒤로한 길을 나섭니다. 피정(避靜). 한해가 저물 기전 행하는 나만의 리츄얼(ritual). 금번은 혼자만의 시간이 아닌 단체가 참여하는 과정을 하였습니다. 여행으로 치면 자유 배낭에서 패키지 투어로 바뀌었다고 할까요.

오리엔테이션, 만남, 사색, 찬미. 매서운 찬바람 어둑해진 밤. 사람들과 걷고 있습니다. 순례자처럼 기도를 올리며. 여러 생각이 일어납니다.

‘추운데 실내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장갑을 가지고 올걸 그랬나.’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고 옷깃을 추스르매 낯선 이가 주섬 무언가를 건넵니다. 뭐지. 핫팩. 왜 나에게? 마주한 눈동자. 누구세요라고 묻기 이전 추워 보여요 라는 묵시적 답변이 돌아옵니다.

혼자에서 순간 함께 라는 공간으로 변하는 장. 온기가 움켜쥔 손을 넘어 가슴까지 차올라옵니다. 먹먹한 감정. 나의 그늘짐에 봄볕이 스며드나요. 신기합니다. 건네는 손길에 온정의 김이 모락 피어날 줄은.

메말랐던 모양입니다. 외로웠던 모양입니다. 작은 돌 하나 호수에 던져져 잔잔한 물결이 퍼져나갑니다. 옆 사람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던 나도 그의 시선을 쫓아갑니다.


까르르 웃음. 차가운 공기를 날립니다. 무엇이 그렇게나 즐거울까요.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젊은 시절 서울 창신동 봉제공장 재봉틀을 힘들게 돌렸었고 남편과 최근 사별. 현재는 고향에서 몸이 불편한 오빠와 단둘이 살고 있답니다.

웃음은 괴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원천도 될 수 있나봅니다. 자신에게만 함몰된 나를 돌아보게 하였던 귀한 시간. 고마움에 작은 선물 하나를 하였습니다. 나눔. 관계를 꽃피게 합니다. 속물로 변해가는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였습니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는 연구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1기를 맞은 올해. 선발된 이들은 일 년의 기간 동안 인문학의 향연과 빠듯한 과제물들을 소화해냅니다. 수업의 막바지. 자신의 책 콘셉트와 목차, 꼭지 글들의 발표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쓰고 싶은지, 왜 써야하는지, 차별성은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을 함께 나누고 피드백들을 공유합니다.

개인의 색깔들이 있습니다. 논리적인, 자유로운 혹은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정답은 없어 보입니다. 기질, 가치관, 살아온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이 무엇을 써야할지 아직 찾지 못한 이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빠른 이가 있으면 느리게 가는 이도 있습니다.

교육 팀은 선험자로서 그들과 동행합니다. 동지, 선배 혹은 냉정한 쓴 소리로서. 누군가의 성장에 함께 참여한다는 것은 보람이자 축복입니다. 한 뼘씩 키가 자라나는 아름다움의 자리들입니다.


구세군 냄비의 종이 딸랑이며 캐럴 송이 흘러나오는 시기. 시간의 저묾을 곱씹고 있습니다. 아쉬움의 한숨도 나오네요. 인생의 모습 같습니다.

다시 찾아온 크리스마스. 기쁨과 희망의 선물을 나누노라면 우리들의 마음에 하얀 눈이 내리겠지요. 행복한 겨울 되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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