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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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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8일 06시 50분 등록

<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새해가 될 무렵 어렴풋이 이런 글을 적곤 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며 다짐을 하고 소망을 적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매번 글을 쓸 때 마다, 나에게 묻는다. 네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그 한 마디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으로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분명한 목표와 이야기를 가지고 글을 쓰려고 하지만, 도저히 그 한 마디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냥 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몰라도 그냥 쓴다. 부끄러움은 글을 다 쓰고 났을 때의 나의 몫으로 남겨 두고 그냥 쓴다. 머리를 쥐어짜다 짜다 안 되면 그렇게 머리 대신에 손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그 사이 머리는 좀 쉬게 내버려 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나의 하루의 에너지를 어느 곳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갈팡질팡하던 버릇은 덜해졌을까. 올 해를 시작하면서 다짐 했던 일들은 얼마만큼 이루어 냈을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두려운 것은 막연히 죽음에 다가가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두려움이 더욱 큰 것이다. 나는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이루었을까. 나는 멈춰있는 것일까. 아니면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가고 있을까. 아니 제대로 가고는 있을까. 수 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마음이 너무 답답하다.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나무와 숲으로 우거진 그 길을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어렸을 적엔 그 길을 함께 걷던 친구도 있었다. 그것도 꽤 많았다. 하지만 갈림길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 모두는 함께 할 수 없었다. 몇몇은 가팔라 보이는 왼쪽 길로, 또 몇몇은 완만해 보이는 오른쪽 길로 걸었다. 처음 갈림길을 마주했을 때, 나는 왼쪽 길을 선택했는지 아니면 오른쪽 길을 선택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이후로도 많은 갈림길이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어느 방향으로든 계속 걸었다. 길은 갈수록 좁아졌고, 같이 걷는 친구들의 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마음이 다급했다. 함께 길을 걸었던 친구들 보다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많았다. 그럴수록 바닥만 보고 걸음을 재촉했다. 걷고 걷다 보니, 어느덧 나는 혼자가 되었다. 문득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낯선 서른 두 살이 되었다.

 

흰쌀 밥처럼 익숙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낯선 섬에서 문득 잠에서 깬 사람처럼 나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이 낯설 때가 있다. 낯선 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만큼 무서운 경험은 없다. 내 속에 감춰진 내면의 아이가 화들짝 놀랜다. 간신히 울음을 참는다. 특히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이 곳이 제일 낯설다. 갑갑하다. 흰쌀 밥처럼 익숙한 이 곳에서 나는 길을 어쩌면 길을 잃어 버린 듯 하다.

IP *.39.140.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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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16:02:10 *.100.195.104

결혼때문에... 정신이 없겠군요.

암튼 책에 대해서 헤매시는 것 같은데...

결혼이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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