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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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 살기 좋은 도시에서 늘 1-2위를 놓치지 않는 곳으로 실리콘밸리의 첨단 산업, 그리고 연중 따듯한 날씨, 낭만적인 케이블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다리라는 칭송을 받는 금문교 등으로 유명하다. 미국 내에서도 연중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 중 하나라고 한다. 지난 11월 우연한 기회에 샌프란시스코를 가게 된 나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이런 명성으로 인해 가기 전부터 무척 기대가 되었다. 내 평생 샌프란시스코를 가보게 되다니~! 와우~!! 어디를 가봐야 할까? 아주 짧은 기간 체류하기에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결국 우선 순위를 매겨보니 금문교-> 케이블카-> 구불구불 언덕 -> 샌프란시스코 해변가 정도였다. 역시나 우리가 흔히 봐왔던 곳을 확인하기에도 턱 없이 부족한 하루 반나절 시간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나름 다른 의미 있는 곳도 많았지만 즐길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하거니와 시간 대비해서 그래도 많이 알려진 곳을 가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아주 조금 주어진 자유시간에 맨 처음으로 금문교를 가게 되었다. 역시나 그 동안 보아왔고, 내 머리 속에서 상상하고 기대했던 그 모습 그대로 웅장하게 금문교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생각보다도 매우 큰 규모였고 사진을 한 장에 담기에도 기다란 다리였다. 그런데 금문교를 방문한 현장에서 매우 재미있는 아니 어쩌면 아주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금문교는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자살 시도가 많은 명소라고 한다. 지금까지 거의 1500명이 투신 자살을 했으며, 어느 순간부터 시 당국에서는 자살하는 사람 숫자를 카운트하거나 공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1,000번째, 1,100째라는 상징적인 번호를 차지하기 위해서 그 무렵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2004년에는 세계적인 자살명소(?) 중 하나인 이곳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공개 되기 까지 했다는 것이다 에릭 스틸이라는 독립영화 감독은 금문교 위에 카메라 두 대를 설치하고 1년여 동안 매일 촬영을 해 투신자살한 사람들과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람들을 영상에 기록했다고 한다. 물론 그의 노력에 의해서 지금은 자살방지벽이 생기고 연일 순찰을 도는 등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도 나왔던 세인트 프랜시스 메모리얼 병원의 정신과 디렉터 멜 블라우스타인은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해 도시의 마천루와 바다의 장관을 조망할 수 있는 이 다리가 "아름답고 투신도 손쉬워"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라며 "자살하려는 이들에겐 마치 장전된 총을 옆에 둔 격"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아름다움이 자살을 충동하게 만든 다니 이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아름다운 금문교의 유혹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금문교는 한 쪽 방향은 태평양을 향해 있고 한 쪽은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향해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향한 교각에서 뛰어 내리려는 사람은 그래도 삶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로 자살 시도 저지 후 상당수가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교각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은 대 다수가 삶의 미련조차 없어서 자살 시도를 저지해도 언젠가는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높다는 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자살을 시도하는 그 미묘한 순간에도 조그마한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같이 바라보는 데 왜 어떤 사람은 삶의 찬란함을 보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 속에 자신의 삶을 마감하려 하는 것일까? 세계적인 명소, 그리고 자연 경관이 아름 다운 곳에서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움 속에 자신의 삶을 마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니 인간은 참 알 수 없는 것 같다.
“죽음의 수용소”를 쓴 빅터 프랭클은 처참한 수용소 생활에서도 어느 날인가 서쪽에 빛나고 있는 구름과, 짙은 청색에서 핏빛으로 끊임없이 색과 모양이 변하는 구름으로 살아 숨쉬는 하늘을 바라 보면서 모두 감동을 받으면서 누군가 그 순간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자신을 불합리한 폭력 속에서 죽음으로 몰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인간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는 것 이다. 놀랍기만 하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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