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정재엽
  • 조회 수 85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7년 12월 20일 11시 55분 등록

[일상에 스민 문학]  - A4 4장짜리 인생

 


안녕하셨지요? 지난 마음편지에서 이미 말씀드린 대로 뉴욕 출장이 겹쳐 지난번 편지는 전달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뉴욕 후속 편 이야기들을 기다리신 분들께서도 꽤 있으신 듯했습니다. 출장은 잘 다녀왔냐며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주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빠듯한 일정 가운데서도 따스하게 전달해주신 정성어린 이메일로 더욱더 일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8년 만에 다시 밟아 보는 뉴욕’이라는 로맨틱한 상상을 기대했던 저는 사실 준비 기간이랄 것도 없이 빠듯한 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주어진 일에 충실해야했습니다.


자- 그럼 출장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해외여행을 가실 때 무엇이 가장 가슴을 설레게 하시는지요? 외국인과의 소통? 아님, 면세점? 쇼핑? 새로운 장소에서 맞이하는 아침? 아니면.. 음식? 여러분들의 경험과 취미에 따라 다르겠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비행기 안에서 읽는 책들이랍니다. 기내식을 우아(?)하게 마치고 실내조명이 꺼지면 많은 분들께서는 영화를 보시지요. 저는 주위가 어두워지는 그 분위기가 조성이 되면, 마치 제가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답니다. 무대 위의 혼자 등장하는 연극배우처럼 말이죠. 환한 핀 조명을 받으며 제가 마치 독자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것 같은 동화 속 주인공이 된답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 잘 읽지 못하는 난해한 책들을 특히 많이 챙겨가곤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지겨워하시는 블라디미르 나브코프의 <롤리타>도 H. 멜빌의 <모비 딕>과 조셉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 그리고 <로드 짐>도 전부다 비행기 안에서 읽었답니다. 참, 구본형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셨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도 유럽 비행기 안에서 기를 쓰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기에 비행기 안에서 읽을 책을 선택하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 참 중요한 선택입니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가독성이 있는 책을 선택 할 것이냐, 아니면 평소에 잘 읽지 못하는 책을 고르느냐가 저에게는 여행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자- 그런데, 이번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는 아쉽게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책을 골라서 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즐기러 간 여행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출장'이었고, 대규모 투자자를 상대로 진행되는 영어 스피치가 예정되어있어서 이 내용을 달달달달 외워야했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본인의 제품을 설명할 때 했던 그 정도의 자연스러움이 배어나도록 완전히 저의 것으로 만들어야했습니다. 출장을 떠나가 바로 하루 전에서야 비로소 내용을 간신히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장기간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을 마무리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러운 어법과 최신 용어들을 정리하고, 미국 현지에 있는 네이티브 스피커의 도움을 받아 지속적으로 내용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입과 몸에 맞는 내용이어야 했기에 저에게 조금 더 친숙한 단어들로 바꾸는데 전 시간을 다 써야했습니다. 비행기 안의 조명이 꺼지자 저는 눈을 감고 상상했습니다.


‘자- 이제 나는 무대 위의 진짜 주인공이다. 이 인생의 대본를 들고 200여명의 투자자들 앞에 서게 될 진짜 내 삶의 주인공이다.’


저는 단 한 권의 책을 들고 갔지만, 그것마저도 짐칸으로 보내 버리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실제로 진행하게 될 회사 소개문 달랑 A4 4장짜리 원고만 들고 탑승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중얼중얼, 커피를 마실 때도 중얼중얼, 문득 잠결에도 중얼중얼.. 투자자들 앞에서 한마디도 못하고 쩔쩔매는 꿈을 꾸었다가 헐레벌떡 일어나서는 또 중얼중얼..


옆에 앉았던 여성분은 아마도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14시간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뉴욕...!


앗-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해드릴께요! 참, 그리고 제가 선택한 단 한 권의 책, 그 책도 궁금하시죠? 그 책 이야기와 함께요. 자- 그럼 2주 후에 뵙겠습니다.


정재엽 드림. (j.chung@hanmail.net)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1. [안내]  ‘경제/인문 프로그램’ <에코라이후> 6기 모집합니다~!
변화경영연구소 4기 차칸양 연구원이 경제와 더불어 경영 그리고 인문까지 함께 공부함으로써, 경제/경영/인문의 밸런싱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인 <에코라이후> 6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제적 문제, 자기경영 그리고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을 깊이있게 탐구함으로써 진정 자기다운 삶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절실함이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지원 바랍니다.

2. [출간소식] 『어쨌거나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박경숙 지음
변화경영연구소 6기 박경숙 연구원의 신작 『어쨌거나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인 『문제는 무기력이다』를 통해 살아가며 경험하게 되는 무기력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회사에서 경험하게 되는 업무 무기력에 대해, 그리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마음 훈련법에 대해 알려준다고 합니다. 현재 회사에서 업무 무기력에 빠져있는 분이라면 꼭 일독하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IP *.131.225.12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96 [일상에 스민 문학] - 삶의 예술가로 사는 법 정재엽 2018.02.21 890
3595 안동 가을 햇살 속 관계의 행복을 느끼며(에코독서방 연합 모임) [3] 차칸양 2018.11.06 890
3594 가족처방전 -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열아홉 번째 이야기 제산 2019.11.04 890
3593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와인과 음악, 설렘이 있는 11월 file 알로하 2019.11.17 890
3592 [화요편지]바람이 너무 좋았어! file 아난다 2020.05.19 890
3591 [용기충전소] 랜선시대, 피할 수 없다면 김글리 2020.07.17 890
3590 녀석과 마주하기 위하여 장재용 2020.08.12 890
3589 [수요편지] 새해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1] 불씨 2023.01.03 890
3588 [일상에 스민 문학] -<비에도 지지 않고> 정재엽 2018.01.31 891
3587 가족처방전 -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file [1] 제산 2018.10.15 892
3586 목요편지 - 테스형 [1] 운제 2020.10.08 892
3585 [변화경영연구소] [월요편지 32] 인생 첫 사표를 쓴 이유 습관의 완성 2020.11.01 892
3584 [금욜편지 34- 유럽 에니어그램 공부] file [2] 수희향 2018.04.27 893
3583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28. 초등 고학년 자녀가 책을 읽지 않습니다. 제산 2019.07.01 893
3582 [금욜편지 119- 책쓰기는 혼자놀기다] 수희향 2020.01.10 893
3581 [수요편지] 월급쟁이 금욕주의자 장재용 2020.01.14 893
3580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철에 만난 야생과 광기의 밤 file [6] 정재엽 2017.08.16 894
3579 한 걸음이라도 내딛을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합니다 [9] 차칸양 2018.03.06 894
3578 철학은 처음이시죠? - 동양철학 제산 2019.07.28 894
3577 [수요편지] 그리고 비엔티안 장재용 2019.08.27 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