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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계약이다.
지난 2017년 12월 23일 11기 동기 연구원인 윤정욱 연구원이 드디어 결혼을 했습니다. 근 1년여 동안 결혼준비 하나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와 함께 연구원 생활, 그리고 회사생활까지 병행하는 윤정욱 연구원을 보면서 동기 연구원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윤정욱연구원의 결혼식은 정말 꼭 사실인지 확인해 봐야겠다는, 아니 정말 축하해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어떻게 든 가보자고 마음 먹은 터 였습니다.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 창원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근처는 많이 지나갔던 것 같은데 창원이란 도시에 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결혼식이 토요일 낮 12시이기에 그 전날 아이들을 데리고 KTX를 타고 창원으로 향했습니다. 아주 짧은 1박 2일 여행과도 같은 아이들과의 결혼식 나들이가 되었습니다. 서울은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 조금 풀리는가 싶었는데 창원은 서울과는 공기조차 사뭇 달랐습니다. 아주 따뜻한 남쪽나라와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아침 일찍 간단하게 밥을 먹고 결혼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주 오래간만에 본인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요새 결혼식은 후배 결혼식을 지나 이제 거의 선배들 자녀 결혼식에 초대 받는 경우가 많으니, 거의 당사자보단 부모님들께 인사를 하고 바로 연회장으로 향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러니 결혼을 당사자에게 이렇게 초대받은 것은 꽤 오래간만이 일 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식장에 미리 도착해서 살짝 긴장하고 있는 정욱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밝은 얼굴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신랑을 보니 오래 준비하고 기다렸던 결혼식에 대한 설레임과 기쁜 마음을 옆에서도 느낄 수 있는 듯 했습니다. 아마도 그런 기운은 몸 밖으로 뿜어져 나와서 옆 사람도 느끼며 기분이 같이 좋아지는 듯 합니다.
그렇게 손님 맞이에 정신 없는 신랑과 눈치 없는 참석 인증샷을 찍고 오래간만에 식장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하는 신랑, 신부만큼 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결혼식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신랑이 주례선생님 옆 문을 통해서 아이돌과 같이 입장을 하고 신부는 2층 테라스에서 신랑의 세레나데를 들은 후 선녀처럼 위에서 1층으로 하강하면서 신부입장을 하였습니다. 이 또한 달라지는 결혼식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윤정욱연구원의 결혼식을 보고 있으니 얼마전 들었던 주례사가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회사에서 인사 쪽 업무를 담당하시다가 은퇴하신 분의 주례사인데 결혼생활을 직장생활에 비유해서 재미있게 풀어낸 것 같아서 한번 소개해 봅니다. 그리고 인생의 새로운 길을 이제 막 접어든 윤정욱연구원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금 귀에 들어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중에 라도 꺼내 보고 다시 한번 새겨보았으면 합니다.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사랑도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사랑이 영원하다면 결혼식이란 절차는 아마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냥 둘이 잘 살면 되니까요. 그런데 사랑이란 것이 야속하게도 변하게 되니 사랑하는 남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다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둘만은 영원히 변치 않게 사랑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모인 사람들은 다 압니다. 사랑이 변한다는 것을, 그런데 그 변함이 사랑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의 종류가 변하고 다양해 짐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 사랑의 변화와 진화를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어야 건강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하나의 약속이자 계약입니다. 결혼식에 온 많은 사람들은 그 증인이 되는 것이지요.
또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직장생활과 비교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근태관리는 기본입니다.
회사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근태입니다. 업무실적도 중요하지만 근태관리는 직장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결혼생활도 똑 같습니다. 언제 가면 간다. 오면 온다고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그 시간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지각과 무단 결근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결혼도 똑 같습니다. 특히 무단결근은 결혼생활에서 더 있어서는 안될 일이겠지요?
둘째, 회계부정은 절대로 안됩니다.
회사에서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회사 돈을 유용하는 일은 직장에서 쫓겨나는 지름길입니다. 결혼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믿고 공개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속이지 마세요! 비상금 아무리 만들어 봐야 쓸모없이 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회계는 투명하게!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셋째, 위임전결 규정 준수입니다.
직장에서도 모든 일을 사장 혼자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각 부분별로 담당자를 정하고 이 담당자들이 해당 업무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이 바로 권한을 위임해주고 맡은 바 업무에 대해선 소신껏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위임전결 규정입니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서로 신뢰 속에서 본인이 할 수 없는 것은 믿고 맡겨야 합니다. 본인이 다 결정하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파트너임을 인정하고 파트너의 결정도 존중하고 따를 줄 알아야 합니다. 똑똑한 사장 혼자 회사를 다 운영할 수도 없고 그렇게 했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실겁니다. 가정도 똑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들을 때는 참신하고 재미있었는데 옮기고자 하니 제가 잘 이해를 못했는지 완전히 다 제대로 표현을 못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중요한 뜻은 전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윤정욱연구원의 결혼식을 보면서 그리고 다시 한번 주례사를 정리해 보면서 저 역시 제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혼이란 인생에서 몇 번 있는 하나이 전환점이가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이 변화를 어떻게 활용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겠지요. 오늘 인생의 새로운 길에 들어선 윤정욱연구원의 앞날에 축복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