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海瀞 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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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김치 속에 담긴 목민심서
“기본에 충실 하라”
우리가 운동 하나를 제대로 배우려고 할 때에도 그렇고, 잠시 슬럼프에 빠진 자신을 추스를 때도 그렇고,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하기 위해서도 그렇듯, 이 간단한 몇 마디는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만능 공식이다. 실제로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은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한 것들이다. 우리가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아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지만 오히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간단한 사실 하나를 배우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목민심서를 읽으면서 정약용이 제시하고 있는 지침들과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빚어지는 답답함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 지침서들 하나하나가 결코 복잡한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어찌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다만, 중요한 것은 말의 힘이 실천의 힘보다 더 앞서간다는 것이고 정약용은 누구보다 실천의 힘을 솔선수범하여 보여주지 못한 점을 부끄러워했다.
이러한 생각을 품고 나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셨다. 글쎄, 목민심서를 읽었다는 나의 말을 듣고 부모님은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양평에 있는 정약용 생가를 방문하고 오셨단다. 누구보다 실천하는 부모님을 뒀구나 하는 생각에 살짝 미소가 지어짐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식사를 마치고는 최근 내가 수강하고 있는 수업이 시작되었다. 무슨 수업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바로 최고의 프로슈머인 어머니의 요리 수업이다. 수십 년 동안 단련되어 온 그 요리 솜씨를 전수 받는 나로서는 다시 한 번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늘의 과목은 바로 ‘열무김치’ 이다. 나는 노트에 메모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 속에 메모해두기 위해 잔뜩 긴장을 하고 열무를 다듬는 것에서부터 버무리고 마무리하기까지 집중해서 관찰했다. 근데 참 재미있는 사실은 열무김치 만드는 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는 것이다. 어찌 그리도 기본에 충실할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김치도 ready-made를 사서 먹는 요즘, 나는 어찌 보면 ‘요리의 고전’을 실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실천’ 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왜 실천하기 어려워하는가?’ 나는 내 나름대로의 답을 구상해본다. 그것은 바로 모르기 때문이다. 실천이 가져오는 기쁨을 아직 느껴보지 못했기에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좋은 영향을 끼칠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실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열무김치를 실제 담가 보기 전까지는 그것이 얼마나 간단한지를 모를 뿐더러, 그저 막연하게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만 늘어놓을 뿐이다. 그러나 한 번 담가보면 그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담글 수 있을까로 한 단계 발전하는 게 바로 실천의 매력이다. 실천은 전염성이 강해 한 번의 실천은 두 번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더 이상 실천이라는 말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습관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모르는 것에 대한 알고 싶은 욕구와 호기심이다. 그렇다. 우리가 그리도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호기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한대로 움직이고 행동하게 마련인데, 호기심이 없으면 실천하기도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나는 열무김치 담그는 법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고, 그것이 나에게 가져다 준 것은 ‘김치 담글 줄 아는 여자’ 라는 수식어이다.
정약용은 실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백성을 가르친다는 것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가르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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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 하라”
우리가 운동 하나를 제대로 배우려고 할 때에도 그렇고, 잠시 슬럼프에 빠진 자신을 추스를 때도 그렇고,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하기 위해서도 그렇듯, 이 간단한 몇 마디는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만능 공식이다. 실제로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은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한 것들이다. 우리가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아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지만 오히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간단한 사실 하나를 배우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목민심서를 읽으면서 정약용이 제시하고 있는 지침들과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빚어지는 답답함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 지침서들 하나하나가 결코 복잡한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어찌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다만, 중요한 것은 말의 힘이 실천의 힘보다 더 앞서간다는 것이고 정약용은 누구보다 실천의 힘을 솔선수범하여 보여주지 못한 점을 부끄러워했다.
이러한 생각을 품고 나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셨다. 글쎄, 목민심서를 읽었다는 나의 말을 듣고 부모님은 내가 자고 있는 동안 양평에 있는 정약용 생가를 방문하고 오셨단다. 누구보다 실천하는 부모님을 뒀구나 하는 생각에 살짝 미소가 지어짐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식사를 마치고는 최근 내가 수강하고 있는 수업이 시작되었다. 무슨 수업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바로 최고의 프로슈머인 어머니의 요리 수업이다. 수십 년 동안 단련되어 온 그 요리 솜씨를 전수 받는 나로서는 다시 한 번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늘의 과목은 바로 ‘열무김치’ 이다. 나는 노트에 메모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 속에 메모해두기 위해 잔뜩 긴장을 하고 열무를 다듬는 것에서부터 버무리고 마무리하기까지 집중해서 관찰했다. 근데 참 재미있는 사실은 열무김치 만드는 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는 것이다. 어찌 그리도 기본에 충실할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김치도 ready-made를 사서 먹는 요즘, 나는 어찌 보면 ‘요리의 고전’을 실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실천’ 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왜 실천하기 어려워하는가?’ 나는 내 나름대로의 답을 구상해본다. 그것은 바로 모르기 때문이다. 실천이 가져오는 기쁨을 아직 느껴보지 못했기에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좋은 영향을 끼칠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실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열무김치를 실제 담가 보기 전까지는 그것이 얼마나 간단한지를 모를 뿐더러, 그저 막연하게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만 늘어놓을 뿐이다. 그러나 한 번 담가보면 그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담글 수 있을까로 한 단계 발전하는 게 바로 실천의 매력이다. 실천은 전염성이 강해 한 번의 실천은 두 번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더 이상 실천이라는 말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습관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모르는 것에 대한 알고 싶은 욕구와 호기심이다. 그렇다. 우리가 그리도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호기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한대로 움직이고 행동하게 마련인데, 호기심이 없으면 실천하기도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나는 열무김치 담그는 법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고, 그것이 나에게 가져다 준 것은 ‘김치 담글 줄 아는 여자’ 라는 수식어이다.
정약용은 실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백성을 가르친다는 것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가르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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