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제산
  • 조회 수 109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8년 1월 8일 13시 03분 등록


 ‘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전문직 여성입니다. 아이들은 “엄마, 언제 일 그만둘 거야?”라면서 엄마의 퇴직을 손꼽아 기다려요. 일과 육아, 둘 다 잘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늘 삐걱삐걱 부족한 점이 생기더군요. 그래도 아이들이 크면 전문분야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합니다.
 맞벌이하느라 힘든 엄마아빠를 보며,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을 거라고 하는데, 아이들 얘기를 들으면 이렇게 사는 게 맞나 고민이 돼요. 워킹맘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 아이들에게 긍정이든 부정이든 배움이 될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매일매일 살고 있어요.‘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엄마는 책 만드는 일을 해.”
 “우리 엄마는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야.”
 “우리 엄마는 대학병원 약사야.”
 직장을 막 그만두고서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갔을 때, 이제 막 전업 주부가 된 저는 새삼 놀라웠습니다. 그 날 아침에도 “엄마, 회사 안 가면 안 돼?”, “엄마 일 그만두고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안 돼?”라고 말했을 아이들 입에서, 일 하는 엄마에 대한 자부심 가득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요.
 “으응. 아줌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어. 지금은 몸이 아파서 일을 그만뒀지. 너희들 엄마는 지금 너희들이 얼른 보고 싶어서 일을 일찍 끝내려고 열심히 일하고 계시겠다.”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습니다.
 “엄마가 절 보고 싶어 한다고요?”
 “그럼~ 너희들 엄마가 말씀을 안 하셨나보구나?”
 아이들 눈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그렁그렁 맺혀 괜한 말을 했나보다 싶다가도 ‘엄마 마음도 내 마음과 같구나’하며 조금 전보다 한결 밝아진 아이들 안색을 보면서 제 마음도 덩달아 밝아지곤 했습니다.


엄마가 하는 일을 상세하게 알려주세요.


아이들은 엄마를 좋아하는 만큼 엄마가 하는 일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나’보다 일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을 때, 아이들은 속상해진답니다. “엄마, 일이 좋아? 내가 좋아?” 라고 아이가 묻는다면, 대부분의 엄마들은 “당연히 우리 OO이가 좋지!”라고 대답합니다. 아이가 “엄마, 그럼 일 하러 가지 마!”라고 떼를 쓴다면, 대개의 엄마들은 “엄마가 오늘은 일찍 들어와서 많이 놀아줄게.” 또는 “엄마가 올 때, 우리 OO이 좋아하는 케이크 사 올게.” 등 아이의 관심사를 돌리며 임기응변을 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아이가 “엄마, 일 하러 가지 마!”라고 할 때,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박경순은 직장에 휴가를 내서라도 아이를 데리고 직장에 출근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엄마가 아이의 시야에서 사라진 이후부터 다시 집에 돌아올 때까지의 모든 여정을 아이와 함께 해 보라고요.


 ‘엄마가 출근하는 차림으로 아이를 데리고 평상시와 똑같이 출근하면서 “엄마가 여기서 전철을 타.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가면 여기는 엄마가 일하는 곳, 여기 들어가려면 이 카드를 딸깍해야 돼. 그리고 이렇게 엄마 사진이 있는 목걸이를 걸고, 여기는 엄마가 일하는 책상, 옆에 선생님과 인사해 ”안녕하세요“. 우리 엄마 책상에서 사진 한 장 찍을까? 그리고 점심때는 다 같이 나와서 엄마 친구들하고 여기서 밥 먹고….” 이렇게 상세히 설명해준다.’


 아이는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림을 그릴 정도로 상세히 알게 되면 안심합니다. 엄마가 곁에 없어도 엄마가 떠났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니까요. 아이는 엄마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응원을 하고 격려를 하기도 한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진학과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를 맞으면, 오랜 세월을 버티며 갖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갈고 닦아 온 엄마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될 거예요. 아이는 엄마와 엄마의 일을 자랑스러워 할 거예요.


엄마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일하는 엄마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하루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이 있어요. 바로 김영진의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입니다. 유치원의 종일반 아이들과 초등학교의 돌봄교실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입니다.


1.jpg


 워킹맘에게 평일 아침은 그야말로 전쟁이지요. 엄마 출근 준비하랴, 아이 유치원 보낼 준비하랴,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잠시라도 더 있고 싶은 맘에 늑장을 부리죠. 그런 아이 마음을 엄마가 모를 리 없지만 엄마는 서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유치원에 일등으로 등원하고 엄마는 회사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 책은 회사에 간 엄마와 유치원에 간 아이의 하루를 나란히 보여줍니다. 책장을 펼쳤을 때 왼쪽 면에는 회사에서 일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오른쪽 면에는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엄마 생각을 하듯이, 엄마는 회사에서 아이 생각을 합니다.


 점심시간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엄마는 아이 생각이 납니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건데, 집에 가서 만들어줘야 겠어’라면서요. 엄마는 오후 내내 발을 동동 구르며 일을 착착 해나갑니다. 일등으로 등원해 꼴등으로 하원하는 아이를 조금이라도 일찍 만나고 싶어서요.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며 심통을 부려요.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발걸음을 재촉해 전철을 타고 돌아와 엄마와 아이가 마주한 장면에서, 저는 그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아이와 엄마의 모습에서 불과 몇 년 전의 저와 제 아이의 모습을 봤거든요.


 “엄마는 회사에서 우리 OO이 생각해. 엄마는 OO이 보고 싶어서 막 뛰어왔어.” 라는 말을 하기가 쑥스럽다면, 아이에게 김영진의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를 읽어주세요. 이 책이 엄마의 마음을 아이에게 알려 주고 아이가 엄마를 이해하게 해 줄 거예요. 아이는 엄마가 자신과 늘 함께하진 못해도 매순간 자신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엄마 마음을 깨닫게 될 거예요.


우리집 우체통을 만들어 보세요.


우리집 두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엄마가 전문직 여성이어서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떨 것 같냐고요. 두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1. 엄마가 일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 있으면 좋겠다.
2. 엄마가 일을 그만둘 수 없다면, 매일매일 '손편지'를 써 주면 좋겠다.


 이제 곧 중1과 초3이 되는 우리집 아이들, 이젠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가봅니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편지를 꺼내 볼 수 있도록 엄마가 부재할 경우엔 반드시 흔적을 남겨달라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바라는 엄마란 ‘자기들만 바라보는 엄마’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엄마'라니 참으로 어렵습니다.


2.jpg


 가끔씩 한 번도 아니고 매일매일 무슨 주제로 손편지를 쓰냐고요? 아이들이 “엄마, 편지 내용이 매일 거의 비슷해.”라고 한다고요? 하하, 저도 그랬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래서 여러 가지 방식을 시도해 봤지요. 몇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해드릴게요.


 엄마의 취미를 써 주세요. 취미가 독서라면, 지금 읽고 있는 책 속에서 맘에 꽂힌 문장을 쓰고 왜 꽂혔는지 간략하게 쓰는 겁니다. 외국어를 익히는데 취미가 있는 저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를 한꺼번에 잡을 한중일 공용한자를 하루에 넉 자씩 익히기로 했어요. 그 한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서 우체통에 넣기도 한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무슨 책을 읽는지 알고 싶어 하거든요. 엄마가 읽었던 책을 읽고, 엄마가 공부한 한자를 쓰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볼 때면, 편지 쓰길 잘했다 싶답니다.


 고심 끝에 찾은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어요. 바로 ‘질문하기’랍니다. 페미니즘 도서를 읽다가 ‘조선시대에 페미니즘 문학이 있었을까?’ 궁금해져서 아이들에게 물어봤어요. 또 스타워즈 영화를 보고 와서 ‘영화 스타워즈 속에는 어떤 신화가 숨어 있을까?’ 라고 질문했지요.  아이들은 엄마의 질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응답을 한답니다. 가족 간 대화거리가 풍부해지는 효과도 있지요.


 엄마와 아이, 몸은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생각하며 손편지를 보내고 응답하며 대화를 이어간다면, 한층 더 가까워질 거예요.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도 열심히 일하시는 워킹맘 여러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가족처방전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IP *.202.114.135

프로필 이미지
2018.01.12 09:04:57 *.111.108.74

저 밑의 새해계획에 인사를 놓쳐

늦은 새해 인사드립니다^^


제산님 새해 계획보고 저도 다시한번 좀더 부지런해져야겠다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당^^


가정과 일 양쪽 모두 잘 가꿔가며

연구소에서도 공헌해주시는 모습에 늘 고맙고 자극도 됩니다^^


올해도 가족모두 건강하시고 가족인문학의 꿈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시는 멋진 한해되세요! ^^

프로필 이미지
2018.01.16 12:15:09 *.202.114.135

수희향 선배님, 새해 인사 고맙습니다. 

선배님 새해에 계획하신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길 바라겠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96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여자의 춤을 추는 남자들 file 알로하 2020.06.21 1094
3195 [용기충전소] 용기가 필요한 순간 김글리 2020.04.24 1095
3194 월급쟁이는 무엇인가 장재용 2020.06.02 1095
3193 당신의 성소(聖所)는 어디에? 옹박 2017.04.03 1096
3192 나 이대 앞에서 장사해! [4] 이철민 2017.04.27 1097
3191 여성 리포트 - 한 생각 멈추면 보이리라 [2] 書元 2017.03.04 1098
3190 백여섯번째 편지 - 1인 기업가 재키의 당부 [2] 재키제동 2017.06.19 1098
3189 예비중학생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께 제산 2020.01.06 1098
3188 [화요편지] 제주 세화해변 바위틈에서 만난 소라게에게 file 아난다 2020.09.22 1098
3187 [변화경영연구소] [월요편지 33] 회사와 웃으며 헤어지는 날을 상상하며 습관의 완성 2020.11.08 1100
3186 머리털나고 처음 실업급여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2] 차칸양 2018.01.23 1102
3185 끝내 모면을 모색하는 당신들에게 김용규 2016.12.16 1103
3184 여성 리포트 - 갱년기 타파 [3] 書元 2017.04.15 1105
3183 [수요편지 12- 니체식 변화경영] [6] 수희향 2017.08.23 1105
3182 다가가는 것들, 다가오는 것들 김용규 2016.10.13 1106
3181 [용기충전소] 실패가 두렵다면, 이곳으로 초대합니다! 김글리 2020.06.04 1107
3180 산의 배반 [1] 장재용 2021.02.23 1108
3179 [수요편지] 휴식에 대해 불씨 2022.11.09 1108
3178 Business Tip - 이타심이라는 무기 書元 2017.07.01 1109
3177 피해야 할 스승, 피하고 싶은 제자 1 김용규 2017.01.20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