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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9일 08시 28분 등록
불편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현재 나는 전원도시, 아니 시골에 살고 있다. 이유는 따로 없다. 그저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시보다는 여유롭게 생활하는 시골이 좋기 때문이다. 시골에 살면 도시인들이 살기에는 불편한 점들도 있지만 좋은 점들도 많다. 누구나 금방 떠오르겠지만 자연과 호흡하며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상쾌한 아침공기와 함께 참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가끔은 멀리서 새벽을 알리는 '꼬끼오~~~‘라는 닭 울음소리도 들린다. 문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바로 강물줄기를 따라 조성된 공원이 있어 운동과 산책을 늘 즐길 수 있다. 또한 강 맞은편으로는 자연의 향취를 즐길 수 있는 자연휴양림이 있어, 특히 요즈음처럼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단지 돗자리만 준비해서 가기만 하면 울창한 숲속에서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무더위를 쉬이 날려 버릴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무척 많다. 이런 매력 때문에 시골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다는 생각은 이미 떨쳐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도 도가 지나치다 보면 탈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더운 여름철이 되면 시골도 잠이 들기가 무척 힘들다. 겨우 잠이 들려는 찰나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갑자기 시끄럽게 들려오는 '컹컹~ 컹컹~' 개 짖는 소리 또는 '이야옹~ 이야옹‘아기의 울음소리를 닮은 고양이 소리이다. 동물들도 더위를 이겨내기가 힘들었던지 평소에 울어대는 소리와 사뭇 다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이 밤중에 저렇게 울어대는데 주인은 도대체 무엇을 하나?’'배 고프다고 밥 달라고 그러는 건가?' 온갖 생각을 하다보면 잠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 버린다.

이럴 때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만약 동물의 울음소리를 사람들이 알아듣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른 동물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좋을까? 아니면 오히려 불편할까?'

한밤중에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로 위급한 상황이란 것을 알아들었다면 가만히 누워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도 들어야 할 때도 많아 서로가 불편한 점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다 결국 '하나님은 이런 점을 고려해서 미리 인간과 동물의 의사소통을 차단함으로써 인간과 동물세계를 분리해 놓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그렇다면 약간의 불편함은 오히려 신이 인간에게 준 혜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정보통신 기술, 특히 네트워킹 기술의 발달로 미래는 '유비쿼터스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든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즉 내가 필요하다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아니 무생물과도 정보를 교환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물건으로 치면 언제, 어디서 생산되었으며 현재 할 수 있는 기능이 무엇인지 등등 많은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만큼 세상이 편리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주지해야 한다. 간단한 예로 언제 어디서나 연락이 가능한 상황에서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상황을 견디기 무척 힘들어한다. 누가 휴대폰을 잃어버려 연락이 두절된다면 잃어버린 당사자보다는 연락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더 답답해하고 힘들어한다. 지금은 인터넷만으로도 정보의 홍수로 인한 많은 폐해를 겪고 있는 점을 볼 때 더 진보된 유비쿼터스 시대에서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오히려 사람들을 더 큰 혼란 속으로 빠트릴 지도 모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13세기 몽골제국을 건설했던 칭키스칸은 유라시아 지역의 넓은 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배하고자 역참제를 만들었다. 이는 지금의 인터넷과 같은 것으로 초원지대의 주요 이동 수단인 말을 일정한 거리마다 바꿔 탈 수 있도록 거점을 확보하고 관리하여 바톤 터치 형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교통, 통신, 물류 시스템을 말한다. 생산품이 없었던 몽골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역참제를 이용하여 각 지역의 상품을 교역하고 이에 따라 시장이 확대되어 상업이 발전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발달된 네트워크에도 부작용은 있었다. 몽골제국이 멸망하게 된 것도 전쟁이나 권력투쟁 때문이기보다는 여러 지역의 편리한 물자 교역을 위해 건설한 도로나 역참이 페스트 등의 역병을 옮기는 주요한 통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이 역사를 돌아봐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지금은 정보의 통로인 무선네트워크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에 여러 나라들이 이 지배력을 선점하고자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몽골제국의 역사적 교훈처럼 편리함에 대한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과 폐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염려가 단지 나의 지나친 노파심이기만을 바란다. 기술의 편리함은 제대로 누리되 이에 따른 부작용도 미리 살펴 지나침이 없는지 검증해보는 지혜도 가졌으면 좋겠다.

IP *.211.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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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6.29 10:32:40 *.231.50.64
여해 오빠글에 첫번째로 나도 답글달아봐야지..^^
자연속에서 삶을 꾸려가시기에 그리 구수한 향기를 풍기셨군요.
명상이 따로 필요없겠어요.
늘 매끄럽고 넘침이 없는 글 참 좋아요.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한다는 말에는 두눈이 동그래졌어요.
마자, 오빠도 분명 엉뚱깽뚱한 상상을 할터인데..
여해 오빠가 쓰는 상상이야기 칼럼을 상상해보았답니다.
앗, 궁금해라. 시도해보심이 어떨까요? 급제안.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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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6.29 22:46:40 *.48.41.28
여해님, 동물들이 다 말을 하는 데 그거 모르시남?
난 울 고양이란 100% 의사소통 하거든요..ㅎㅎ

근데 징기스칸의 그 역참제 실시..그거 부작용은 있었지만 그래도 바로 그것이 요즘의 글로벌리제이션, 그거 아닐까요? 여러가지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참 재미있는 스토리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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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6.30 09:18:55 *.211.61.142
고양이와 의사소통하는 수준이세요?

몽골제국이 세계에 준 혜택도 크지만 멸망한 원인을 알고나니 현 세계화에 대한 역사가 주는 교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쓰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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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
2007.07.01 15:03:39 *.114.56.245
개와 고양이 울음소리의 직설적 표현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즉 사실적 표현의 깔끔함이 여해님의 큰 보배입니다. 2분 웃음에 감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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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7.02 08:33:10 *.211.61.150
소라/ 상상이야기 칼럼? 글쎄 나의 상상력으로 가능할까? 그래도 궁금하다고 하니 기분은 좋은데..

우제님/ 역시 어쩔수 없는 저의 기질이 드러나는 글이죠?
그래도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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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7.02 11:17:38 *.99.241.60
저는 칭기스칸이 군대에서 노래의 음정에다가 지시사항이나 행동수칙을 배우게 하여 글을 모르는 모든 전사들을 통제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역참제도 그렇구요. 삼국지의 관운장도 결국 봉수대가 차례로 형주군사들에게 빼앗기면서 적이 오는지도 모르다가 당했지요.

향인누나 고양이와 의사소통을 하면 말과도 가능하나요? (몹시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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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7.03 01:26:37 *.48.41.28
동거하면 가능한 데 말이 나랑 살아줄랑가 모르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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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7.03 09:40:52 *.99.120.184
영훈/ 몽골문화중에 배음창법이 있는데 이번 몽골여행에서 볼 수 있을까?

향인님/ 이번 몽골 여행에서 직접 물어보시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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