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素田최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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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11분 30초
지난 6월 24일 대전사랑 하프마라톤에서 처음으로 달려본 하프코스 기록이다.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것이 바로 건강이라고 본다. 튼튼한 몸 관리가 되어야만 꾸준한 책읽기와 사색, 그리고 글쓰기가 가능할 것 같았다. 연구원 생활과 건강 두 가지만 나만의 시스템으로 정착시킨다면 삶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였다. 걷기가 좋은 운동이라고는 하지만 꾸준히 하기가 어렵고, 현재 내 환경이 도심 한복판이라 매연 속을 걷기는 싫었다. 헬스클럽은 실내의 답답함과 산만함이 있어 싫었다. 또 지금까지 등록한 헬스클럽 비용과 운동한 횟수를 살펴보니 거의 한달에 한번, 두어 시간 운동 하는데 10만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한 적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동지들이 있어야 하고, 전문가 옆에서 조언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있어 열정을 공유할 수 있을 것. 등등 내게 필요한 여려가지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여 보니 바로 마라톤이었다. 또 달리는 도중에 헥헥 거리다가 도중하차하여 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운동에 대한 동기도 자동으로 부여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알아보고 바로 우리 회사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였다. 이름도 참 근사하였다. 거북이 마라톤 동호회! 빠름보다는 여유를 중도 포기보다는 완주를 목표로 한다고 하였다.
대회 전날에 새벽에 일찍 천둥소리에 깨어보니 비 오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다. 은근히 내일 폭우가 와서 경기가 취소되기를 비는 내 마음..참 간사하기 이를 데가 없다. 다음날 비는 좀 수그러들었지만 대회가 취소될만한 비는 아니었다. 취소하거나 연기할 경우 주최 측에서는 워낙 손실이 커서 마라톤 코스가 물에 잠기기 전까지는 강행한다는 동료의 말이 더 재미있었다. 드디어 출발..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고, 장거리를 달려보지 못해서 내심 불안했지만 지난 5월에 계족산 마라톤 13km를 비교적 쉽게 달려본 터라 자신감도 조금 들었다.(첨부사진이 바로 계족산 마라톤 골인 장면임) 부슬부슬 비를 맞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하였지만, 어느 정도 땀과 빗물이 합쳐져 온몸이 씻겨진다는 청량한 기분이 들었다. 비를 맞는 내가 비를 맞는 나무와 풀을 보니 동질감도 생기고 물을 한껏 머금은 탱탱한 느낌이 들었다. 15km까지는 나무를 세어보기도 하고 그 동안 읽었던 책을 다시 정리를 해보았고,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 한사람씩 평가도 해보았다.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골인 지점을 상상하면서 달리던 도중에 갑자기 고통의 시간이 찾아왔다. 18km지점을 통과하면서 오른쪽 종아리에 신호가 왔다. 침을 맞은 것처럼 따끔하고 통증이 오더니 점점 아픔의 면적이 커지고 오른 발이 땅에 닿기가 무섭게 통증이 따라왔다. 다리를 떼기가 힘든 상황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을 하였다. 저기 멀리 결승점이 보이는데 걷고 있는 내가 참 한심했다. 중간 중간 쉬다가 쪼그리기를 하다가 누워서 흔들기도 하면서 10여분 정도 걷다 보니 통증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래도 뛰는 것도 걷는것도 아닌 어중간한 자세로 결승점을 통과하였다. 드디어 골인! 거북이 동호회 회원들의 축하의 말과 격력의 박수가 좋았다.
마라톤에는 여러 가지 단계가 있으나 15km벽이 하나 있다고 한다. 달리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한계가 바로 15~18km라고 한다. 근육이 한번도 경험을 하지 못한 관계로 바로 쥐가 난다고 하였다. 대회 3주전에 18km 정도는 달려서 적응과 근육의 한계를 늘린다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는 체중이었다. 대부분 회원들의 몸무게가 60kg정도의 날씬한 몸매와 매끈한 다리근육에 비하여 나는 80kg대 중반을 왔다 갔다 하는 몸무게와 뱃살, 끝나고 쉬고 있는데 선배 한분이 그 몸과 무거운 배를 가지고 하프 완주를 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울어야 하나, 웃어나. 하나 아픈 다리를 끌고 집으로 돌아와서 체중계에 몸을 실었다. 최소한 70kg대로 돌아왔겠지 생각했는데, 아뿔싸. 그냥 그대로이다. 이런 낭패가.
그래도 달리는 중간 중간 느꼈던 희열은 잊을 수가 없다. 질주!. 그것은 본능인 것 같았다. 시속 10km정도의 맨 몸으로 달리는 속도에서 희열을 느끼는데 이보다 더한 속도는 어떨까. 자전거나 자동차나 아닌 말을 타고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칭기스 칸은 질주의 본능을 활용하여 세계를 제패한 것은 아닐까? 10만의 몽골기마병은 하루에도 200km 이상 기동이 가능했으며 8,000km의 영토와 2억의 세계인을 다스렸다. 30km마다 역참을 두어 100도 위도차이가 나는 지역에서 동시에 전투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그 당시 가장 융숭했던 인도, 중국, 러시아, 인도를 모두 점령하였다. 정주성의 문화로 질주의 본능이 사라지면서 쇠퇴의 길을 걷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故 손기정 선수나, 황영조, 이봉주 선수 등 한국이 낳은 기라성 같은 마라톤 선수를 보면 Coreanity의 질주 본능도 무시할 수 없다. 내심 변화경연연구소에서 질주의 본능을 함께 느껴보고 싶다. 아마 곧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라는 문구를 등에 달고 뛰는 마라톤 선수들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8월에 있을 몽골 연수에서 칭기스 칸의 숨결과 역사적 흔적위에서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며 질주의 본능을 깨우는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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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달릴때 몸이 좋았다면 중독에 가까운 쾌감이 왔겠지만,
이번에는 사실 너무 고생을 해서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지금 포기하면 앞으로 절대 달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
연구원 과제를 한번 올리지 못하면 자꾸 올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일맥상통하였습니다.
한번씩 색다른 것을 해보는 도전이 좀 더 나를 발견하고 추억이 되기에
앞으로 이런 대책없는 행동과 사진은 가끔 나올 것 같네요.
다인님..거북이 동호회는 제 직장인 관세청 마라톤 동호회로 본부가 대전에 있습니다.
연구원 분들 모두와 함께 달릴수 있는 기회나
아님 한강변을 자전거로 달릴수 있는 그날을 한번 만들어 보죠
이번에는 사실 너무 고생을 해서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지금 포기하면 앞으로 절대 달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
연구원 과제를 한번 올리지 못하면 자꾸 올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일맥상통하였습니다.
한번씩 색다른 것을 해보는 도전이 좀 더 나를 발견하고 추억이 되기에
앞으로 이런 대책없는 행동과 사진은 가끔 나올 것 같네요.
다인님..거북이 동호회는 제 직장인 관세청 마라톤 동호회로 본부가 대전에 있습니다.
연구원 분들 모두와 함께 달릴수 있는 기회나
아님 한강변을 자전거로 달릴수 있는 그날을 한번 만들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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