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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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셀프’, 이제는 정착되어 낯설지 않은 식당 문화가 되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손님들도 이 방식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을 것입니다. 그 익숙함에 질문해 봅니다. ‘물은 셀프’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고객들은 넉넉한 마음으로 셀프를 원하고 있을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것은 영세 소점포에서 시간절약과 함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시작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반면 이 정책으로 얼마의 비용 효과를 얻고 있는지 절약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정량적 계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은 점주의 절약된 비용 효과와 손님의 서비스 만족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하나, 점주의 비용 효과입니다. 역시나 정량적 계산은 쉽지 않습니다. 물병 서비스는 손님 방문 시 최초 1회 및 추가로 “물 좀 주세요” 라고 외치는 고객 요청에 응해야 하는 노동력을 더는 수준에서의 비용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둘, 직원들의 시간 절약과 심리적 효과입니다. 테이블 방문 횟수가 많든 적든 직원의 품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점주는 직원과 고객 사이에서 운영상의 절묘한 균형감이 필요해 보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식당에서 “물 좀 주세요”라고 말했을 때 직원들이 다소 여유가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물은 셀프입니다”라고 답하거나 또는 손으로 안내 문구를 가리키는 행동을 경험해 보셨나요? 약간의 귀차니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오피스 상권의 점심시간 때가 아니라면 물을 서비스 할 수 없을 만큼 바쁜 상황들이 얼마나 될까요?
셋,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입니다.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만족도는 단순하게 생각해도 서비스를 받는 것과 셀프로 마시는 것에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 차이는 연령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것이고요. 앞의 상황 즉 한가한 상황에서도 직원이 물은 셀프를 하라고 한다면 수긍은 하더라도 좋은 마음은 아닐 것입니다.
많은 식당에서 ‘물은 셀프’를 한다고 해서 내 점포에도 무조건 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서비스 순서에 변화를 준다든지 하는 차선의 방식에 대한 충분한 고민 말입니다. 주문을 받으려면 최초 한 번은 테이블 방문을 해야 하니 그때 물병 서비스를 하는 정도는 어떨까요.
저는 도입에서 ‘정착된 문화’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꼭 긍정적인 효과만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아가 점주가 얻은 비용 효과와 고객 만족을 ‘퉁~’치고 남는지도 궁금합니다. 점주로서 정한 ‘물은 셀프’ 정책이 드러내지 않는 고객의 니즈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대기업 점포에 경쟁할 수 있는 골목 소점포의 강점은 유연함과 디테일에 있습니다.
“파는 건 똑같은데 왜 그 가게만 잘될까”를 생각해 본다면 그 차이는 ‘나 만이 갖고 있는’ 차별성에 있습니다. 그리고 차별성은 디테일로 완성됩니다.
어디선가 본 문구로 마무리합니다.
‘물은 셀프(self)’가 아닙니다. ‘물은 워터(wat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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