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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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즐거움에 빠졌습니다.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며, 마음은 한없이 평온해 집니다. 일상의 관계 속에 다소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 주기에는 그만인 ‘황홀한 놀이’입니다.
‘동화책 보기’
‘황홀한 놀이’ 가 무색한가요?
아님, ‘읽기’가 아니고 ‘보기’임에 다소 의아해 하셨나요?
눈을 돌려보았습니다. 동화책 속에 있는 글자에서 그림으로 시선을 바꾸어 보았지요.
‘아하’
감탄을 했습니다. 동화책장 마다마다에 가득 들어찬 그림 속에는 무수한 언어들이 숨어있었습니다. 나무 뒤에 숨은 것은 초록의 향기를 품고 있었으며 산 뒤에, 꽃 뒤에 숨은 그것들은 그들 나름의 고귀한 언어의 색깔을 뿜어내고 있었지요. 어디 꽃과 산 뿐이겠습니까?
토끼면 토끼, 호랑이면 호랑이, 로봇이면 로봇 없는 것이 없습니다. 물론 그 각각의 그림들은 모두 다른 색깔의 언어들을 지니고 있지요.
이 무수한 그림들은 내가 일단 다가가기만 하면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지칠 줄도 모릅니다. 이야기는 노래로 다가오기도 하고 춤으로, 놀이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한 번 시작한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르고 나도 그 신나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버립니다. 그렇지만 그는 결코 분위기에 좌지우지 되지는 않습니다. 대단히 침착하지요. 그냥 ‘신바람’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표현이 그를 나타내기에 가장 적절합니다.
오후 3시를 넘어선 시각입니다.
조금은 졸릴 때이지요. 내친김에 잠시 ‘황홀한 놀이터’에나 가 볼까요? ‘동화책 보기’ 놀이가 한 잔의 커피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니까요.
(그림 출처 : 동화 , 모두가 사랑한 나팔꽃 -글 박성배 그림 최충훈
한국 프뢰벨 10쪽 그림 )
나팔꽃과 하늘, 산이 어우러진 동화그림입니다. 읽으려 하거나 찾으려 하지 마세요.
그냥 이 그림 속에 발을 푹 담겨보세요. 마음을 열고 속삭임에 귀만 기울이세요.
멀리 오논 강을 건너온 바람이 초원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그의 음성이 선율을 타고 있네요.
스텝은 온통 초록으로 뒤덮었다. 듬성듬성 자리한 선인 초와 나리 꽃, 갯보리 사이로 고비사막을 막 건너온 바람이 찰랑거린다. 이슬 품은 나팔꽃은 스텝의 미소를 닮았다. 멀리 보이는 삼나무 가지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7월의 작열함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커어룬.
새하얀 별꽃 사이에 잠시 몸을 누인다. 하늘은 푸름 그 자체다. 팔랑 나비와 무수한 벌들이 하늘을 가르고 저 멀리 켄테이 산맥은 눈앞에 다가선다. 사슴처럼 길게 드러누운 화강암의 강열한 선이 가슴에 와 꽂힌다. 곧이어 예수가이의 모습이 음각으로 나타난다. 그는 더 이상 타타르인의 적수도 아니고 커어룬의 남편도 아니며 테무친의 아비도 아니다. 단지 광활한 초원을 떠돌다간 유목민의 선조인 예. 수. 가. 이 에 불과하다.
내 아들 테무친.
유목민의 우두머리에서 쫓겨나 마과목, 산봉숭아 등으로 연명하며 자란 그다. 아비 없는 자식으로 수없이 쫓기며 죽기하기로 살아왔다.
그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 저 멀리 이글거리는 태양이 그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 형제 페크테르에게 화살을 겨눈 증오가 아직 가슴 한 켠에 남아있다. 그의 준마는 주인을 위해 초원을 달릴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달리면 멈출 수 없다. 테무친의 가슴에 온정을 불어 넣어주어야 한다. 냉철함을 심어야 한다. 커어룬의 마음이 바빠 오기 시작한다. 몸을 일으킨다. 달린다. 샛노란 십자화 사이를 달려 투우강 버드나무 사이를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 그는 더 이상 내 아들 테무진이 아니다. 스텝 제국의 주인이 될 사람이다. 그의 가슴을 넓혀 주어야 한다. 오, 나의 현명한 아가 보르테, 너를 믿는다. 테무친의 지혜로운 아내가 되어다오 ’
검은 숲 가까에 도착한 커어룬이 파아란 왜솜다리 수풀위로 쓰러진다. 그 위로 사막의 열기를 품은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뒤이어 바람결을 타고 아스라이 커어룬의 귓전을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들 테무친의 소리다.
‘ 그 대의 높으신 뜻 어찌 잊어 오리까? 내가 취하는 모든 결정은 그대를 통해서 왔사옵고 또한 영원히 그러 하올 것입니다. 어머니 당신은 나의 스승이요. 대제국의 어머니 이십니다. ’
때마침 피어난 나팔꽃이 일제히 나팔을 울린다.
멀리 몽골의 대평원으로부터 우렁찬 함성이 들려온다. 그 속에는 몽골 음유시인이 읊조리는 대 서사시의 견고한 울림도 함께 있었다.
IP *.114.56.245
‘동화책 보기’
‘황홀한 놀이’ 가 무색한가요?
아님, ‘읽기’가 아니고 ‘보기’임에 다소 의아해 하셨나요?
눈을 돌려보았습니다. 동화책 속에 있는 글자에서 그림으로 시선을 바꾸어 보았지요.
‘아하’
감탄을 했습니다. 동화책장 마다마다에 가득 들어찬 그림 속에는 무수한 언어들이 숨어있었습니다. 나무 뒤에 숨은 것은 초록의 향기를 품고 있었으며 산 뒤에, 꽃 뒤에 숨은 그것들은 그들 나름의 고귀한 언어의 색깔을 뿜어내고 있었지요. 어디 꽃과 산 뿐이겠습니까?
토끼면 토끼, 호랑이면 호랑이, 로봇이면 로봇 없는 것이 없습니다. 물론 그 각각의 그림들은 모두 다른 색깔의 언어들을 지니고 있지요.
이 무수한 그림들은 내가 일단 다가가기만 하면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지칠 줄도 모릅니다. 이야기는 노래로 다가오기도 하고 춤으로, 놀이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한 번 시작한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르고 나도 그 신나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버립니다. 그렇지만 그는 결코 분위기에 좌지우지 되지는 않습니다. 대단히 침착하지요. 그냥 ‘신바람’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표현이 그를 나타내기에 가장 적절합니다.
오후 3시를 넘어선 시각입니다.
조금은 졸릴 때이지요. 내친김에 잠시 ‘황홀한 놀이터’에나 가 볼까요? ‘동화책 보기’ 놀이가 한 잔의 커피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니까요.
(그림 출처 : 동화 , 모두가 사랑한 나팔꽃 -글 박성배 그림 최충훈
한국 프뢰벨 10쪽 그림 )
나팔꽃과 하늘, 산이 어우러진 동화그림입니다. 읽으려 하거나 찾으려 하지 마세요.
그냥 이 그림 속에 발을 푹 담겨보세요. 마음을 열고 속삭임에 귀만 기울이세요.
멀리 오논 강을 건너온 바람이 초원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그의 음성이 선율을 타고 있네요.
스텝은 온통 초록으로 뒤덮었다. 듬성듬성 자리한 선인 초와 나리 꽃, 갯보리 사이로 고비사막을 막 건너온 바람이 찰랑거린다. 이슬 품은 나팔꽃은 스텝의 미소를 닮았다. 멀리 보이는 삼나무 가지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7월의 작열함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커어룬.
새하얀 별꽃 사이에 잠시 몸을 누인다. 하늘은 푸름 그 자체다. 팔랑 나비와 무수한 벌들이 하늘을 가르고 저 멀리 켄테이 산맥은 눈앞에 다가선다. 사슴처럼 길게 드러누운 화강암의 강열한 선이 가슴에 와 꽂힌다. 곧이어 예수가이의 모습이 음각으로 나타난다. 그는 더 이상 타타르인의 적수도 아니고 커어룬의 남편도 아니며 테무친의 아비도 아니다. 단지 광활한 초원을 떠돌다간 유목민의 선조인 예. 수. 가. 이 에 불과하다.
내 아들 테무친.
유목민의 우두머리에서 쫓겨나 마과목, 산봉숭아 등으로 연명하며 자란 그다. 아비 없는 자식으로 수없이 쫓기며 죽기하기로 살아왔다.
그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 저 멀리 이글거리는 태양이 그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 형제 페크테르에게 화살을 겨눈 증오가 아직 가슴 한 켠에 남아있다. 그의 준마는 주인을 위해 초원을 달릴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달리면 멈출 수 없다. 테무친의 가슴에 온정을 불어 넣어주어야 한다. 냉철함을 심어야 한다. 커어룬의 마음이 바빠 오기 시작한다. 몸을 일으킨다. 달린다. 샛노란 십자화 사이를 달려 투우강 버드나무 사이를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 그는 더 이상 내 아들 테무진이 아니다. 스텝 제국의 주인이 될 사람이다. 그의 가슴을 넓혀 주어야 한다. 오, 나의 현명한 아가 보르테, 너를 믿는다. 테무친의 지혜로운 아내가 되어다오 ’
검은 숲 가까에 도착한 커어룬이 파아란 왜솜다리 수풀위로 쓰러진다. 그 위로 사막의 열기를 품은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뒤이어 바람결을 타고 아스라이 커어룬의 귓전을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들 테무친의 소리다.
‘ 그 대의 높으신 뜻 어찌 잊어 오리까? 내가 취하는 모든 결정은 그대를 통해서 왔사옵고 또한 영원히 그러 하올 것입니다. 어머니 당신은 나의 스승이요. 대제국의 어머니 이십니다. ’
때마침 피어난 나팔꽃이 일제히 나팔을 울린다.
멀리 몽골의 대평원으로부터 우렁찬 함성이 들려온다. 그 속에는 몽골 음유시인이 읊조리는 대 서사시의 견고한 울림도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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