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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1일 23시 49분 등록


2018118~21(~일요일) 34일 일정으로 다시 제주도를 찾았다. 지난 여름 한달살기를 위해서 빌린 집을 사용한 일수가 정확히 30일에서 5일이 남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 남은 쿠폰과도 같은 티켓을 소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시 겨울 제주 여행을 계획 하게 되었다. 겨울 제주 여행은 여름 제주 한달살기를 결산하고 정리해 보는 의미가 휠씬 더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여행이라기 보단 지난 여름 갔던 곳을 다시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여름이기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겨울에 찾아가서 해보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여러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듯이 관광지 또한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어느 계절에 와 보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고 같은 장소지만 날씨에 따라서 천지차이의 감동을 받을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가족은 겨울의 제주는 또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을지 기대하면서 이번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34일이다 보니 한달살기와는 다른 느낌이기도 했고 일정 또한 정말 여행스럽게 짤 수 밖에 없었다. 우선 여행의 첫번째 컨셉은 지난 여름 우리가 방문했던 곳을 쭈욱 훑어보기로 했다. 여름 내내 갔던 곳의 다른 모습, 겨울엔 어떤 모습,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내린 후 애월 해변쪽으로 차를 돌려서 이호태우해변을 시작으로 애월 해안도로, 한담해변, 곽지해수욕장, 협제해수욕장까지 계속 달렸다. 제주의 겨울바다는 또 겨울바다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여름 바다가 조금 들뜬 느낌이라면 겨울의 바다는 약간은 가라앉은 차분한 느낌이었다. 바람도 오히려 여름보단 차분한 것 같다. 혼돈스러운 세월을 뒤로 하고 자신에게 돌아와 다시 다음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는 사람의 뒷 모습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여름의 들뜸과 활기, 젊음이 생동하는 열기는 덜 했지만 조용한 매력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협제까지 서쪽으로 향했다가 다시 내륙으로 차를 돌려서 오설록 녹차 밭쪽으로 갔다. 넓게 펼쳐진 푸르른 녹차 밭은 겨울에도 여전했다. 오히려 여름보다 겨울에 더욱더 색다른 이국의 경치와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두번째 목표는 여름에 못 했던 것 하기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문화유산 거문오름에 가보는 것이 목표였다. 여름에 멋 모르고 갔다가 헛탕 치고 돌아오기도 했고 그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던 제주 자연의 의미를 이해했던 날이기도 했다. 당시는 성수기라서 예약이 모두 꽉 차 있었다. 겨울 비수기이기에 그나마 예약할 수가 있었다. 세계자연 문화유산 중 자연유산, 즉 문화유산을 제외한 자연유산은 전 세계적으로도 176곳 밖에 없고 그 중에서 우리나라 자연유산은 이곳 제주의 거문오름 일대, 즉 화산이 만든 자연 지형과 동굴들을 포함한 용암지대가 유일하다고 한다. 여름에 입구에서 되돌아가야 했던 아쉬움을 이제서야 풀었던 것이다. 거문오름은 하루 400명만 신청이 가능하고, 시간대 별로 예약을 받은 후 같은 시간대 예약자들은 해설사 선생님의 인도 하에 함께 둘러보게 되어 있다. 중간쯤 올라가다가 해설사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


 


거문오름에 오시면 인간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종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가 왜 깨우쳐야 하는지 이해하시게 됩니다.”


 


! 맞는 말이다. 우리 인간 역시 지구상 다른 생물과 똑 같은 한 종일 뿐이다.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자연과 같이 협력하면서 살아가야 할 한 종일 뿐인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린 이렇게 주변을 파괴하면서 살아갈까? 거문오름은 자연이 수백만년에 걸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놓은 하나의 생태계이다. 스스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시나브로 조금씩 조율하면서 생긴 것인데 그걸 인간이 망쳐 놓는다는 것은 인간 스스로에게도 너무 큰 피해가 아닐까 싶다. 거문오름에서 뜻 하지 않게 새로운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이 말이 아주 새로운 메시지는 아니다. 하지만 수 백만년에 걸쳐서 만들어진 장대한 자연 풍경 앞에서 그 말을 들으니 의미가 색다르다. 왜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야 하는지 백 마디 말보다 더 가슴을 파고 든다. 다시 제주에 온 것이 새삼 뿌듯하다.


그리고 이번 제주 여행에선 생각지도 못하게 색다른 누군가를 만났다. 바로 이번주 과제인 마르쿠스 아우랠리우스의 명상록이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주 인상 깊었던 5현제 중에서 마지막 황제였다. 카이사르와 같은 카리스마와 영웅적인 서사는 부족했지만, ‘로마시대의 역사적 의미를 앞서 꿰뚫어 본 황제가 아니었나 싶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전 인류적 역사에서 되 풀이되는 물음에 대해서 이미 수천년 전에 그 해답을 찾고자 했던 황제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그는 왜 황제라는 자리에 올랐음에도 그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을까? 그것이 개인적을 궁금했었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이른바 로마의 최고 태평성대라는 5현제 시대는 마르쿠르 아우랠리우스를 끝으로 서서히 막을 내린다. 아마도 그는 이런 앞날을 내 다 보면서 스스로에게 인간 세상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보았다.


거의 10년만에 제주에서 다시 만난 마르쿠르 아우랠리우스는 그때와는 또 다른 묵직한 물음을 나에게 내 놓았다. 아니 그때도 나에게 물음을 던졌지만 그때는 내가 그 의미를 미처 이해 못했을 것이다. 이번 제주에서 펼친 명상록은 여행지에서 색다른 재미와 함께 여러가지 물음이 꼬리를 물고 머리 속에 맴돌게 하였다.


마르크스아우랠리우스가 나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너는 즐거움을 위해서 태어났단 말인가? 인간은 왜 태어난 것인가?”

인간이 사는 시간은 한순간이다.”

가장 긴 삶도 결과는 가장 짧은 삶과 마찬가지이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옆에서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여행지에 온 흥분과 집에서 해야 할 규칙적인 일정들, 학습지 풀기라던가 책 읽기 등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를 아이들은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 옆에서 나는 책을 펼쳐 들었고 또 노트북을 켜 놓고 있다. 아이들을 보면서 마르쿠스 아우랠리우스가 나에게 던지는 물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나는 왜 사는 것일까?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여름 제주에서, 그리고 이번 제주 여행을 다시 계획하면서 생각한 건 여행도 인생도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목적지는 최종 종착지가 아니다. 수시로 변하는 경유지일 뿐이다. 목적지가 경유지가 되고 다시 또 다른 목적지가 생기고, 우린 그곳을 향해 간다. 그 자체가 여행이고 인생일 것이다. 우리 여행이, 그리고 인생이 멈추는 그 곳이 곧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여름에 이어서 겨울에 찾은 제주에서 거문오름을 보면서, 그리고 10년만에 만난 마르크스 아우랠리우스를 통해서 다시 한번 또 인생 그리고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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