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의섭
- 조회 수 2111
- 댓글 수 1
- 추천 수 0
참 희안한 일입니다. 어떤 책을 읽고 '그렇게 살아야겠다'라고 마음을 먹게되면 이상하게도 마치 시험이라도 하듯이 그 반대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예전에도 몇 번 그런일이 있어서 혼자 피식 웃어버리곤 했었는데 자꾸 되풀이 되니까 우연이 필연처럼 더 깊이 제 삶을 들여다 보게 됩니다. 이번 주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었는데 '보다 더 포용성있게, 공동체를 위하여, 타인에 대한 이해와 용서'를 다짐하고 새기고 있었는데, 공교롭게 ‘그래 잘 하나보자’라는 것처럼 삶의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주 마구 마구 말이죠. 무턱대고 화를 내는 타입은 아닌지라 발생한 상황을 몇 번씩 생각하고 생각하는데 마음이 그리 쉽게는 가라 앉지 않더군요. 그냥 술 한잔 마시고 잠자는 방식을 택하며 ‘잊어 버리자. 잊어버리자’를 되뇌이고 있습니다. 아우렐리우스님은 한마디 더 덧붙여 주셨습니다.
몹시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하면, 인생이 한 순간이며
잠시 뒤면 우리 모두 묻히게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IMF때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 당시 졸업할 당시도, 졸업한 이후도 사회는 두려운 대상이었습니다. 찾아주는 이 하나 없었고, 할 줄 아는 것도, 하고 싶은 것조차,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절망하고 한탄만 했습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집안 살림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캄캄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던, 어두운 터널을 진입하던 사회 생활의 초입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울고 울으셨던 참 안타까운 기억입니다.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던 지라 많이 답답했었던 그때였습니다. 저는 그때 제 스스로가 많이 한심하더군요. 저 또한 많이 울었고 아버지를 원망했고 세상에 욕을 던졌습니다. 쌓여가는 은행 대출이자에 막연한 미래에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하나도 없었던 암흑과 같은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인가부터 어머니는 새벽기도를 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뵐 때 마다, 그 염원이 무엇인지 아는 까닭에, 어머니의 뒷못습 속에는 가슴을 관통한 눈물로 돋아났고, 마음을 타고 들어와 눈물을 흘렸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참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기도가 이어지던 어느날, 참 희안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동네에 갑자기, 정말이지 뜬금없이 재건축 바람이 불어왔던 것입니다. 그 바람을 타고 우리는 빚을 정리할 수 있었고, 저는 새로운 회사에 안착을 하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체험을 하게 됐습니다. 아마도 어머니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그래 한번 살아봐라’라고 말씀하시는 듯 했습니다.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었던지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어제의 일처럼 떠오르곤 합니다. 저는 그 모든 일이 어머니의 기도속에서 이루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의 일들은 참 많습니다. ‘누구는 쉽게 돼 가는거 같은데, 왜 나에게만 이리 어려운 것일까? 내가 뭐 그리 잘못한 게 많다고…’ 그런 마음이 들때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텅 비어 버렸고,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았던 때. 저는 그때 이런 글을 썼습니다.
가끔은 혼자만의 괴로움으로 가슴을 적실때가 있더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픈 것들.
그럴 때 혼자만의 몸부림을 감당해야하는 스스로의 고독이 뭉쳐지곤 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게 다 혼자 살아내고, 혼자만 감내하며 안고 가는 것 같았는데
항상 내 뒷면에는 묵직한 침묵에 나를 사랑하는 분의 영혼이
지켜주시고 계시었다.
힘들고 고달파하는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망하고 자책하더군요. 그러면서 또 다른 희망을 보기도 했습니다. 걱정하는 제 목소리에 그는 “엄마와 고기를 먹어서 행복합니다.”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혼자만의 고독이 몸부림 칠 때, 사실 혼자가 아니었음을, 부모님은 늘 함께 하셨음을, 알았던 적이 있었다”고. “그리고 너를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를 떠올리라고…”고. 제가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그 친구도 반가운 햇살을 다시 만날 것입니다. 그걸 믿으며 기도 올려야겠습니다.
우리의 삶은 힘들다고 멈출 수도, 한없는 원망으로 지체만 할 수도 없습니다. 그건 그냥 잠시 ‘그럴 수 있는 일’. 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게 신발끈 동여매고 앞으로 나아갈 때만이 지금을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우리의 자유이겠으나, 분명한 건 ‘나 혼자만이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힘을 내십시오. 후배여!
저 또한 마음을 추스리며, 한주를 열심히 살아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912 |
스승을 찾아 헤매일 때, 교육의 괘 <산수몽> ![]() | 보따리아 | 2018.02.10 | 1954 |
4911 | #34 매일의 힘_이수정 [2] | 알로하 | 2018.02.05 | 2110 |
4910 | [뚱냥이의 놀자 도덕경] 제1장 진정한 도는 무엇인가? [1] | 뚱냥이 | 2018.02.05 | 2008 |
4909 | 따뜻한 만남이 있는 한 주는 어떠실까요? [1] | 송의섭 | 2018.02.05 | 2006 |
4908 | #34. 작고 사소한 일들 [1] | ggumdream | 2018.02.05 | 2299 |
4907 | 베트남에서 본 우리의 30년 [2] | 모닝 | 2018.02.05 | 2114 |
4906 | #34_하루 세번, 혼자만의 시간 [1] | 윤정욱 | 2018.02.05 | 2163 |
4905 |
칼럼 #34 혹, 우리 아이가 가해자는 아닐까? (정승훈) ![]() | 정승훈 | 2018.02.03 | 1825 |
4904 |
사면이 꽉 막힌 벽일 때, 희망의 괘 <산지박> ![]() | 보따리아 | 2018.02.02 | 2104 |
4903 | #33 오만과 미련_이수정 | 알로하 | 2018.01.29 | 2234 |
4902 | 살면서 잊어버리는 것들 | 송의섭 | 2018.01.29 | 2142 |
4901 | #33. 34권의 책 [1] | ggumdream | 2018.01.29 | 2073 |
4900 | #32 태극기 집회를 만나고 (윤정욱) | 윤정욱 | 2018.01.29 | 2146 |
4899 | 작가라면 관찰의 괘, <풍지관> | 보따리아 | 2018.01.29 | 2028 |
4898 | # 나는 방송국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이정학) | 모닝 | 2018.01.28 | 2075 |
4897 |
칼럼 #32 혹, 내 아이가 피해자는 아닐까? (정승훈) ![]() | 정승훈 | 2018.01.28 | 2525 |
4896 | #31.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1] | ggumdream | 2018.01.22 | 2131 |
» |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 | 송의섭 | 2018.01.22 | 2111 |
4894 | 칼럼 #31 우리 이모 (윤정욱) [1] | 윤정욱 | 2018.01.22 | 2260 |
4893 | # 다시 찾은 제주에서 | 모닝 | 2018.01.21 | 21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