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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2일 11시 42분 등록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내가 아는 그녀는 선생님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선생님을 하고 싶어 그 좋다던 다른 학과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원하던 선생님을, 그것도 모교에서 하고 있다. 이쯤되면 다들 부러워할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원하던 곳에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떨까? 불행하게도 그 사람은 지금 선생님이 자기하고 그렇게 안 맞을 수 없다고 나한테 얘기한다. 물론 거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선생님이면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행정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가장 하기 싫어한다는 학폭담당에, 과학부장에, 담임에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학생들은 과거의 학생이 아니란다. 일단 수업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절반 이상은 딴 짓을 하거나 잠을 잔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면 뭐하나 들어줄 사람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자주 얘기한다. 차라리 과외가 속 편하겠다고 얘기한다.

 

나는 그 반대다. 사관학교를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갔다. 친구들은 모두 놀랐다. “니가 사관학교 간다고? ?” “너랑 정말 맞지 않는 곳인데 왜 가려고 해?” 이런 반응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를 가게 되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곳을 다니면 두가지 중에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아마 가장 쉽고 올바른 길은 그만두는 것이다. 그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만약에 그렇지 못하다면 거기에 적응을 해야 하고 자신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했다.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다. 말주변도 없었지만 원래 성격이 소심했기 때문에 남 앞에 나가서 얘기하는 건 죽기보다 싫어했다. 그러나 군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을 하다보면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장교들 간에도 경쟁이다. 상관들 역시 부하 장교들 가운데 말 없고 조용한 후배를 좋아하지 않는다. 외향적이고 축구도 잘하고, 테니스도 잘하고, 등산도 좋아하고, 술도 잘하는 그런 후배들을 원했다. 내가 어쩌겠는가.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불태웠다.

 

덕분에 난 술도 잘 먹게 되었고, 남들 앞에 나서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면 한다. 운동도 제법 잘하고, 일단 움직이는 것을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면 아무 문제 없지 않은가? 이대로 이 직업을 가져도 괜찮지 않은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직업을 가질 때 이런 2가지 부류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로 자신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근무할 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전혀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어떤 것이 효율적일까? 나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이 불황의 시대에 공무원이 최고라고 해서 공무원을 한다. 다들 좋다고 하니 막연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대중들의 눈높이에 의해 대기업, 공무원 등의 취업 준비를 한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취업을 하고 나면 정신없이 그 세계에 적응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간이 일정시간 지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나?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이 경쟁사회에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등등 오만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일부는 이게 아니다 싶어 더 늦기전에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소수의 사람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일정하게 주어지는 밥의 그림자에 그래도 내가 안하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하나? 생각하면서 남기로 한다. 오늘도 열심히 야근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자기가 가져야 할 직업과 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언제 있을까? 물론 시기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나는 남자들이 자기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간이 바로 군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물론 2년동안 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즐거운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그 좋아하는 것이 정말 좋아하는 것과 일치될지는 미지수이다. 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앞서 얘기한 그녀와 나의 삶을 비교하면 그녀의 삶이 더 좋아보인다.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해봤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고 그것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것이 아니였다고 결론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업을 미련없이 그만두는 것은 나중 문제이지만 말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바로 주인의 삶이다라고 얘기한다. 즉 타인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노예라고 부르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주인이라고 부른다는 말이다. 이 말을 깨닫기까지 참 긴 시간이 흘렀다. 젊었을 때는 조직을 위해 희생하고, 충성을 다하는 것은 내가 원해서 그러는 것 인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 취업대란의 이 시대에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그리고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돈없이 살수는 없지만 그래도 직업을 선택하면서 주인의 삶을 살지, 노예의 삶을 살지는 한번 생각해보고는 결정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원하는 삶을 살 수는 없다. 거기에 강신주는 덧붙여 말한다. 그래도 안된다면 삶의 행복은 노동하는 시간보다 향유하는 시간이 많을 수록 커진다라는 말을 기억해 두자. 절대 자발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이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부분이다.



IP *.106.2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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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9 14:50:32 *.18.187.152

기상씨 글은 쉽게 낚이고 채이는 낚시글은 아니지만 찾아 읽게 되는 그런 글이네요.

마음 속에 고여 있는 생각들이 우러나와서 진심이 전달되어 그런 거 같아요.

개인 블로그 운영하실 거죠? 나중에 알려주세요~ 찾아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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