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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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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6일 08시 10분 등록

싫다. 하필이면 왜 그런 이야기를.'

 

첫 번째로 올라온 건 본능적인 거부반응이었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괜찮은 커리어 우먼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런 모습으로 작가로 데뷔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내내 그 주제라면 첫 책을 쓸 수 있을 것도 같은 희망과 그래도 그렇지 그런 책은 쓰고 싶지 않다는 반감이 묘하게 오락가락하였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길 밖에는 없었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지식기업가 준비생딱지를 떼어내기 위해선 제 과거 경력을 활용하지 않는 한 그 때로선 그 주제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 제가 걸어왔던 이전 일들과는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기 원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스승님 말씀처럼 저의 새 출발은 3년전부터가 맞는 일이었습니다. 베스트 셀러 작가인 스승님의 말씀은 옳았고 그 당시 제겐 유일한 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제서야 연구원 시절 스승님께서 반복적으로 첫 책은 진정성을 담은 자신의 이야기여야 한다는 말씀이 어떤 의미였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결심을 하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쓸 이야기가 넘쳐났고 하고 싶은 말들이 줄줄이 이어져 나왔습니다. 마치 지난 3년이 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한 여정 같았습니다. 한동안 출판 기획자로 일하며 다른 무명 저자들의 첫 책 출간을 기획했던 저였기에 주제만 확실히 정해지면 이후 책 기획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책 출간은 주제와 기획이 뼈대의 전부인 만큼 기획 안을 짜고 그에 맞춰 부를 구성하면 원고의 반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간혹 첫 책을 쓰는 분들 중 소재나 글쓰기 테크닉에 집중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책 쓰기는 절대적으로 주제가 으뜸입니다. , 내가 출간하고자 하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한 줄로 담아낼 수 있는 책의 주제가 선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책 주제가 선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시간과 공간대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현 시점의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를 제 안에서 뽑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이 부와 목차 구성입니다. ,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설계에 해당합니다. 자기계발서 같은 경우는 전통적으로 3부 혹은 4부 구성을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독자들이 이해하기 편하고 친숙한 프레임입니다. 하지만 수필의 경우는 자잘한 소챕터를 나열하는 방식이 한동안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출판계 또한 그 나름 트랜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형식이야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내가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됩니다. 다만 문제는 부와 목차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흐름입니다. 즉 어떤 목차를 구성하더라도 목차와 부에서 주제가 얼마나 자연스레 흐르고 있는지는 특히나 자기계발서에선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끝으로 필력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필력은 글쓰기 솜씨가 아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란 의미의 필력입니다. 책쓰기 워크숍을 진행해보면 가끔 자신들은 필력이 없어서 책을 못 쓴다거나 반대로 글을 잘 쓰니까 마음만 먹으면 책 출간은 쉬울 거라는 근자감을 갖고 계신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만 어떤 경우도 아직 책 쓰기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순수 문학을 하시는 분들은 개성 있는 문체 등이 중요하겠지만 대개 자기계발서 장르를 통해 책을 출간하여 지식기업가의 길을 걸으려는 분들에게 필력은 절대 글쓰기만의 의미가 아닙니다. 지식기업가들에게 필력이란 폰트 10으로 원고지 A4용지 최소 100페이지를 채울 수 있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 그것이 필력입니다.

 

정리하자면 지식기업가로 책을 출간하기 위해선 현 시대와 공간이 필요로 하는 주제를 내 안에서 길어 올려 그에 대해 원고지 100장 분량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시대와 공간을 이해한 뒤, 그에 걸맞는 자기만의 필살기 하나씩을 길러내야 합니다. 그리고 책이란 그 필살기를 눈에 보이는 상품으로 하나로 엮은 필살기의 끝이자, 비로소 그 책을 들고 세상에 지식기업가라고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오랜 시간 시도해도 아직 책 출간이 어려운 분들은 제가 그러했던 것처럼 책쓰기에 대한 접근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는지 무엇보다 먼저 자신에게로 돌아가 다시 한번 되짚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때론 해결책은 간단한데 문제 원인을 잘못 진단하여 헤매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잘 쓰기 위해선 무엇보다 잘 읽어야 합니다. 시대와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문고전 공부를 해야 하고, 나만의 필살기 하나를 일궈내기 위해선 전문 분야 하나씩은 공부해 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절대 가벼운 책에만 맛을 들여선 콘텐츠 생산자가 되기 위한 인풋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무슨 책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느냐, 입니다. 글을 토해내기 위해선 먼저 글을 꼭꼭 씹어서 흡수하기. 동서고금 아무리 바쁜 시대라도 건너뛸 수 없는 독서법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길고 긴 동지 다음 날 스승님께서 불러내어 점심까지 사 주시며 안내해주신 실마리를 따라 전 4년차 상반기에는 책쓰기에 몰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주제를 명확히 하자 그에 따라 부와 목차가 기다렸다는 듯이 배열을 하고, 목차가 정해지자 그간 쌓이고 쌓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과연 이 원고가 책으로 출간될지 간간히 의심과 염려가 올라오긴 했지만 무엇보다 일단 글이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 그 자체가 너무 기쁘고 좋았습니다. 드디어 제게도 긴 터널 끝에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실로 오랜 시간 뒤의 희망이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 원고가 개인적으로는 첫 원고는 아니었습니다. 실은 연구원 수료하면서 바로 첫 원고를 탈고하고 출판사에 기획서를 돌렸었는데 모 출판사 대표님께 초등학생 야단맞듯 야단을 맞았습니다^^::: 그럼 다음주에는 그 이야기와 함께 지식기업가로 전향한 지 4년만에 출간하게 된 제 첫 책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자신을 돌아보는 평온한 주말 보내시고 나를 찾아가는 다음 한 주도 아자 홧팅입니다!

 

수희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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