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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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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9일 08시 53분 등록
‘주말 부부가 된지 4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초등학생이던 아들은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주말 부부 1년 차에는 남편이 주말마다 집에 와서 아들과 놀아주곤 했습니다. 주말 부부 기간이 길어지면서 남편이 오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요. 매주에서 격주, 한 달에 한 번으로 줄더니, 지금은 분기에 한번 꼴로 옵니다. 문제는 저도 모르게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아들에게 보상받으려고 한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남편이 오기로 한 날인데 사정이 생겨서 못 오게 된 날에, 아들이 맥주 한 캔을 사와서 내밀더군요. “엄마, 이건 아빠 대신이에요” 라면서요. 중학생인데 술을 어떻게 사왔을까 부터 이걸 마셔야 하나 까지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우리 가족 괜찮은 걸까요?‘

 

가족 내 ‘아빠의 자리’를 복원해 주세요.

 

저도 가족과 떨어져 지낸 적이 있습니다. 남편과 두 아이는 서울에서, 저는 미국에서, 수개월 동안 떨어져서 지낸 적이 있어요. 직장인 남편을 위해 두 아이 육아는 시어머니와 도우미 아주머니께서 해 주셨어요. 장기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온 가족이 다시 만난 날을 기억합니다. 남편은 다크써클이 턱 밑까지 내려와 있었고, 두 아이의 눈에는 엄마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어요. 제가 다시 ‘엄마’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수년이 걸렸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자기계발을 위해 자신들을 ‘버렸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도 아이들 마음이 다 정리된 후에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부재할 때, 그 가족 구성원에 대한 가치나 위치는 오로지 남은 가족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의해 결정됩니다. ‘장기 출장으로 얻는 출장비와 체재비를 우리 가족 주택구입비로 쓰자’라고 온 가족이 합의한 엄마의 부재 이유가 명백하게 있었음에도,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들을 버리고 떠났다고 오해했어요. 아이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남은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아이들에게 엄마의 이야기를 해 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이 아빠와 주말 가족이 되기 전처럼 잘 지내기를 바란다면, 아들이 아빠를 오해하지 않도록 아빠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려주세요. 아빠가 왜 먼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지, 아빠가 왜 주말에 못 오게 됐는지, 언제 우리 가족이 다시 합칠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세요. 아빠가 얼마나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아들이 보고 싶을 때 아빠는 무얼 하는지, 아빠는 아들이 어떻게 자라는 걸 원하는지 아들과 아빠가 직접 대화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 주세요. 가족 내 ‘아빠의 자리’를 복원해 주세요.

 

아들을 엄마의 옆자리에서 떠나보내 주세요.

 

‘어떻게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는가’라는 부제를 단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에서 저자 이수련은, 엄마가 남편 말고 아이 때문에 살아서는 안 되고, 아이가 있으니 남편은 없어도 되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남편 대신이 아니며,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할 역할은 바로 아이를 엄마의 옆자리에서 떠나보내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야 아이가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태어난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엄마와의 절대적인 애착관계가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엄마와의 애착을 끊고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독립이 불가능하면 아이는 유아기 어느 시점에 묶여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정신분석학자 이수련이 말하는 ‘애착의 반전’입니다.

 

엄마가 아들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게 아들이 남편의 역할을 대신 하는 건 아닐 거예요. 아들이 자신의 길을 가기를,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기를 바랄 거예요. 하지만 아들은 엄마가 애착을 끊지 않는 이상, 엄마 곁에 있기를 원할 거예요. 아빠의 부재를 서운해 하는 엄마를 달래기 위해 중학생으로는 사기 어려운 맥주를 사 올 정도의 노력을 하는 것만 보더라도, 아들은 자신이 아빠를 대신해 엄마의 옆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그러니 아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엄마에겐 아빠가 있으니, 너는 네 길을 찾아 가거라”라고 말해 주세요. 아들을 엄마의 옆자리에서 떠나보내 주세요. 아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놓아 주세요.

 

한 달에 한 번은 엄마가 아빠에게 가 보세요.

 

남편이 집에 오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면 사정이 있을 거예요. 주말 근무를 해야 한다거나 주중 업무의 강도가 높아져 주말에는 잠이나 휴식으로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거나 말이죠. 그렇다면 한 달에 한 번 쯤은 엄마가 아빠에게 가 보는 건 어떨까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는 주말엔 아들과 함께 아빠에게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장기 출장 중일 때, 남편이 다녀 간 적이 있어요. 제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어떤지, 주말에는 주로 뭘 하는지 속속들이 알게 된 남편은 ‘이렇게 고생하면서 지내는지는 몰랐다’며 울면서 돌아갔더랬지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 마디 말을 듣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직접 가서 들여다보는 것이 오해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더불어 부부의 추억담도 생기고요. 힌 달에 한 번, 또는 두 달에 한 번 쯤은 엄마가 아빠에게 가 보세요.

 

남편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들이 아닌 남편에게서 구해야 할 것입니다. 아들이 아들의 세상을 맞이하고 자신의 역사를 쓰기 위해, 남편은 남편의 자리로 아들은 아들의 자리로 모든 가족 구성원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이번 주말에, 남편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해 보시죠.

 

***

 

격주 월요일에 발송하는 마음을 나누는 편지 ‘가족처방전’은 필자와 독자가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가족 관계가 맘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계시다면 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작성한 가족처방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정은(toniek@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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