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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4일 23시 18분 등록


전철에서 만나는 자유, <숫타니파타>



등산 길에 무심코 만나는 절이 반갑습니다. 잠시 배낭을 내려 놓고 땀도 닦고 물도 한 모금 마실 여유가 생깁니다. 절에서 만난 대웅전 부처님도 반갑습니다. 특히 절간 처마끝에 달린 풍경을 보면 한참을 서서 구경합니다. 바람이 불어 물고기를 흔들면 어느새 풍경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집니다. 제 마음도 덩달아 바람을 타고 흐릅니다.



풍경에 매달려 바람결에 흔들리는 물고기는 마치 푸른 하늘 속을 헤엄치는 것 같습니다. 물고기는 물을 벗어나면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람 속에 사는 물고기’라면 더 이상 물속에 얽매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 자유로움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없을 것입니다. ‘바람속에 사는 물고기’라는 역설이 나지막이 울리는 풍경소리에 실려 꽉 막힌 중생의 마음을 조용히 깨우는 것 같습니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라고 말입니다.



홀로 행하여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최초의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법정스님께서 오두막 한쪽 벽에 이 구절을 붙여 놓고 눈에 들어올 때마다 두런두런 외우셨다고 합니다. 요즘 출퇴근 지하철에서 <숫타니파타> (법정 옮김, 이래)를 읽었습니다. 저도 법정스님을 흉내 내어 이 구절을 반복해서 중얼거려보았습니다. 입에서 맑은 바람이 이는 것 같았습니다. 풍경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맑고 편안해 졌습니다.



<숫타니파타>는 초기 불교의 단순하고 소박한 가르침을 전합니다. 초기 불교는 조직화된 규모의 사원도 없었습니다. 그저 누더기 옷에 바리때 하나 들고 걸식을 하면서 자신을 깨우고 이웃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삶이 소박했으니 가르침도 소박했습니다. 몇 구절 옮겨 봅니다.


* '이것은 집착이구나. 이곳에는 즐거움도 상쾌함도 적고 괴로움뿐이다. 이것은 고기를 낚는 낚시이구나.’ 이와 같이 깨닫고, 지혜로운 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집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고,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말고 어진 이와 가깝게 지내며 존경할 만한 사람을 존경하는 것.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다.

* 홀로 있는 일을 배우라. 으뜸가는 수행은 홀로 있는 것이다. 홀로 있어야만 진정으로 즐거울 수 있다.

* 집착으로 인해 생존이 생긴다. 생존하는 자는 괴로움을 받는다. 태어난 자에게 죽음이 따른다. 이것이 괴로움이 생기는 원인이다.

* 사람은 항상 바른 생각을 지키고 모든 욕망을 피해야 한다. 배에 스며든 물을 퍼내듯이 욕망을 버리고 거센 강을 건너 피안에 도달한 사람이 되라.

* 생각을 가다듬고 거센 강을 건너라. 성인은 소유하고자 하는 집착으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으며, 번뇌의 화살을 뽑아 버리고 열심히 정진하여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바라지 않는다.

 

<숫타니파타>는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이후 제자들이 암송하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처음 문자로 적은 경전입니다. 불교의 교리가 수정되고 발전되기 이전, 초기 형태의 원형이 그대로 심어져 있습니다. 현학적이고 어려운 교리가 전혀 없습니다.

숫타니파타.jpg

5개의 장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뱀의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이라는 구절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유명한 구절이 제1장에서 반복됩니다. 부처님이 출가하기 전에 낳은 아들 ‘라훌라’에게 남긴 말씀이 제2장입니다. 3장은 부처님 일대기 입니다. 특히 여덟 편의 시로 엮인 제4장과 제자들이 돌아가면서 부처님에게 물으면 부처님이 대답해 주는 제5장은 다른 장보다도 더 일찍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출퇴근 전철은 사람들로 늘 붐빕니다. 그러나 출퇴근 전철에서 <숫타니파타>를 읽는 시간은 고요하고도 충만했습니다. ‘시()’라는 한자를 풀어 보면 ‘절[]에서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이 딱 들어맞는게 <숫타니파타>입니다. 한 권의 시집처럼 깊고 단단합니다. 읽는 내내 마음 속 욕망을 내려놓고 또 내려놓게 됩니다. 마음을 내려 놓을수록 영혼이 자유로워 집니다.

 

법정스님께서 번역하시고 해설을 덧붙인 <숫타니파타>를 마음을 나누는 편지 독자분들에게 권합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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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연팟캐스트.jpg

http://www.bhgoo.com/2011/83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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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bhgoo.com/2011/836340




IP *.202.11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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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8 22:04:53 *.148.27.35
짧지만, 임팩트가 어마어마한 책!
종교를 초월해서 배우는 멋진 크리스천이여~ 팟캐스트에서 홍작가도 이 문구를 이야기하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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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5 08:35:41 *.202.114.135
ㅎㅎㅎ ^^ 우연히도 팟캐스트에 이 문구가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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