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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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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5일 00시 02분 등록

  나는 요즘 하루 세 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내가 원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한 것이다. 오래 되지는 않았다. 이제 딱 일주일 째다. 뭐 대단한 걸 하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대개는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서 보내기는 하지만 책을 보다 졸기도 자주 졸고 글이 써지지 않으면 멍하니 가만히 있기도 한다. 낭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일 하루 세 번, 혼자서 보내는 낭비의 시간이 요즘 나의 하루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첫 번째 혼자 만의 시간은 바로 아침 기상 후 출근하기 전까지의 시간이다. 매일 다르지만 대게는 5시에서 5시 반 사이에 일어난다. 알람은 5시, 5시 5분, 5시 10분 이렇게 세 번을 맞춰 두는데 아직은 아침잠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일 수록 ‘그냥’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힘들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서 ‘그냥’ 서재 방으로 가 앉는다. ‘그냥’ 책을 펴서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에는 줄을 친다. 거창한 이유를 붙일 것도 없이 ‘그냥’ 하는 것에는 굉장한 힘이 있다.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마무리 까지는 큰 노력 없이 지나 간다. 대개는 이 시간을 하루 한 편의 칼럼을 쓰는데 할애 하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할 때가 많다. 

  두 번째 혼자 만의 시간은 바로 회사 점심 시간이다. 점심 시간은 오후 12시 부터 1시 까지다. 예전에는 구내식당을 다녀오면 12시 40분, 남은 시간 동안은 낮잠을 잤다. 이 낮잠이 나에게는 오후 일과를 견디게 하는 버팀목이자 중요한 의식(?)과도 같았다. 그런데 열흘 전부터는 점심을 거르고 있다. 식후에 몰려오는 포만감이 불편해서다. 그래서 그냥 책을 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라 집중도 잘 된다. 하루 중 책이 가장 잘 읽히는 시간이다. 책 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게는 4~50여 페이지 정도를 읽는다. 이러한 시간을 주중 5일만 모아도 작은 책 한 권 분량을 읽을 수 있다. 

  세 번째 혼자 만의 시간은 바로 퇴근 후 아내가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의 시간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나는 대개 저녁 6시 전에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 온다. 얼마 전 새로 직장을 구한 아내는 저녁 7시에나 되어야 집에 돌아 온다. 그 한 시간 동안 나는 꽤 바쁘다. 집에 오자마자 옷을 갈아 입고 청소기를 돌린다. 해두면 아내가 좋아한다. 그리고는 큼지막하게 어질러 진 물건들을 원래 자리로 돌려 둔다.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나서 샤워를 하러 간다. 하루 중 가장 마음이 편안해 지는 시간이다. 씻으면서 하루 동안 나에게 걸쳐 두었던 여러 의무나 과제도 함께 씻어 보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아내가 올 것이다. 그녀가 차려 준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하루 세 번 나는 혼자가 된다. 이 시간 동안은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할 수도 없다. 매일 지킬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 시간을 통해 나를 마주본다. 기뻐하는 나를 보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나를 보기도 한다. 나를 격려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때로는 질책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모두 시간들은 하루 세 번 내가 나에게 허락하는 사치의 시간이다. 이 시간이 나의 남은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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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5 12:49:35 *.129.240.30

좋은 시도네.. ^^ 나도 다시 아침부터 '그냥' 책 읽기 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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