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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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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5일 11시 14분 등록

해마다 연말이 되면 사장님과 늘상 나누는 대화가 있습니다. “올해는 소주 몇 짝 정도 마셨을까?, 아마 00짝은 될걸요라는 대화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장님과는 많게는 일주일에 2번 정도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많습니다. 회의하다 이야기가 안 끝나서, 어떤걸 상의하고자, 그냥 기분이 땡겨서 등등  수많은 이유가 존재합니다. 회사 동료 중 어떤 이가 묻더군요. “두 분은 평소에도 대화가 많으신데, 술 마실 때까지 할 이야기가 남아 있으신가요?” 라고.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그때마다 다른 사안이어서 각기 다른 이유로 술을 마셨습니다. 그렇지만 원칙은 있었습니다. 10시 전에 종료. 한 종류의 술로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 시대가왔다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아직은 잘 모르겠다라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과 다른 기술이 쓰여지고 있고, 그 기술에 따르는 사회적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만 하더라도 이제는 생소하지 않은 언어로 비교적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화에는 단골소재로 등장한지 오래고 미래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빠지지 않는 소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한 인공지능(AI)에게 이런걸 입력해 보고 싶더군요. ‘인간이 술을 마시는 행위를 Data화 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건강, 정신, 시간, 효율 면에서 인간에게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 물론 어떤 기준을 정하느냐가 결과값을 좌우할 것입니다.

 

여기 10년전(2008), 술 한잔 속에 삶의 이야기를 건네신 사장님들이 계십니다. 「사장님 소주한잔 하시죠」에 나오신 사장님의 이야기 인데요. 부재로는 ‘CEO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냥 이야기하면 되지, 굳이 소주한잔 마시며 이야기 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가끔은 취중에 진담이, 팍팍함이 아닌 사람으로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던 소박한 도란도란이 기획의 취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책에는 국내의 굵직굵직한 대기업 사장님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에 대한 준비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한 삶을 사신 건지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다들 비슷비슷한 말씀을 하신다는 겁니다. 열정적, 긍정적, 낙천성을 기반으로 성과를 창출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혼자서 할 수 없는 그 일들을 리더로써 증명해 내고 사람들을 키워야 한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사실 별거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왜냐하면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거치다 보면, 느껴 아는 것들이니까요. 그럼에도 왜 그 말들이 중요한 것일까요? 그건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번은 새겨 알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방향성. 왜 그런 경우가 있잖습니까? ‘맞아! 그거였어!’라고 느껴지는 순간. 기업인으로써의 최고의 자리에 오른 분들의 일담은 그리 비밀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사업적 통찰과 지식은 다른 이야기 일 것입니다. 다만 삶의 중심적 방향은 이번 기회에 다시 엿볼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10년 넘게 사장님과 술을 마시면서 나는 무슨 이야기를 했던가?’를 돌아봤습니다. 지금에야 조금 정리가 되는 데, 대부분 일상과 회사의 일에 관한 사건과 고민에 관한 토론 내지는 조언, 삶의 위로가 대부분 이었다는 결론입니다. 그런데 굳이 술을 마셔야 했던 걸까요? 아마도 이성이나 논리보다 감정과 감성. 삶의 의지에 관한 언어를 사용하기에는 술의 화학적 작용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입니다. 적당량의 술은 감정을 배합하는데 더 없는 좋은 재료이니까요. 한잔의 술을 마시고 버지니아 울프와 떠나간 여인을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사장님과의 소주 한잔은 삶의 자세를 일깨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큰 기업을 이끌 건, 중소 기업을 이끌 건 사장님들의 생각은 비슷한 면들이 꽤 많습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위로하고 위로 받고 싶기도 하며,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은 감정적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말로만, 글자로만, 유용하다 싶은 정보나 돈으로만 살수 없는 게, 바로 우리 사람입니다. 기술이 발전하여 기계적인 효율성과 효과성이 높아진다고, 우리의 삶 또한 풍요롭고 행복에 가까워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존재성을 일깨워주고, 존재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어울어 짐쪽에 방점을 찍고 싶습니다. ‘그래서 소주한잔 마시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간적 교류와 어울어짐이 있는 자리. 바로 그 자리에 우리의 삶의 자리가 있지 않나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술이 됐건, 밥이 됐건, 아니면 따뜻한 차 한잔이 됐건 마주하며 대하는 이야기에, 웃고, 떠드는 어울림이 있다면, 그게 팍팍해 지는 삶의 편향성을 보완해 주는 건 아닐까요?

 

어떤 분들을 보면 영영가(?)있는 모임에만 충실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오래 못가죠. 득과 실이 인간의 온기보다 오래 간적이 없으니까요. 마침 날도 차갑습니다. 따뜻한 만남이 있는 이번 주 한 주는 어떠실까요? 저는 이번 주 두건이 예약돼 있습니다.

 

 

 

 

 

 

 

IP *.226.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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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01:41:09 *.18.218.234

"술 한 종류, 열시 종료"

글에서 술 냄새가 나네. ㅋ

'이 책에서는 술냄새가 난다'를 홍보문구로 써도 될 듯. 

인간의 온기는 득과 실보다 오래 간다...조오타~

사장과의 인터뷰보다 사장과의 술자리 컨셉이 좋겠어요. 이번 글 잘 마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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