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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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한동안 나는 “뮤지컬 배우”라고 대답했다. 예쁜 화장과 의상을 입는 화려한 배우의 삶이 멋있어 보였다. 춤과 노래와 연기라는 나에게는 부족한 재능도 부러웠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자신의 재능과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가졌다는 것이 부러웠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는 무대라는 공간을 동경했던 것 같다.
돈을 버느라 받는 스트레스를 돈을 쓰면서 풀던 시절, 뮤지컬은 가장 즐기던 스트레스 해소 법 중의 하나였다. 팍팍한 삶을 살며 마음 속에 화와 욕심이 많던 때였다. 뮤지컬을 보는 두 시간 정도는 현실을 잊고, 그리스의 작은 섬에 놀러가거나, 원숭이들이 날아다니는 마법의 나라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주 정도는 씩씩하게 살 것 같은 에너지를 받은 느낌이라 돈이 아깝지 않았다. 앞으로도 자주 보려면 더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동기부여까지 됐으니, 오히려 돈을 번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 기쁨과 영감을 주는 배우들을 동경했다는 것이 더 맞겠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을 게다.
몇 년 전 그런 삶과는 이별을 하고, 뮤지컬 배우로의 환생은 그야말로 죽은 다음에나 생각해 볼 일이 되었다.
다른 의미로 다시 태어난 삶에서는 화려한 무대가 없어도, 춤과 노래와 연기라는 재능이 없어도, 나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방법은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된다고 한다. 비싼 의상이나 무대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스승이 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글쓰기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하루 아침에 저절로 좋아질 수는 없다. 춤을 잘 추기 위해서 매일 연습하고 체력과 필요한 근육을 키워야 하듯이 글쓰기도 매일 연습을 통해 근육을 길러야 한다고 한다. 구본형, 유시민, 나탈리아 골드버그 같이 글쓰기로 먹고 사는 전업 작가들이 한결같이 말했으니 믿어볼만 하다.
그래도 그들은 어느 정도 재능이 있었기에 하루 1시간 정도 연습으로도 가능했지만, 한참 부족한나는 택도 없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던 차에 매일의 힘을 숫자로 계산한 작가를 알게 되었다.
“향상심이 강한 사람이 전날보다 매일 1퍼센트씩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여 그것을 1년 365일 지속해간다. 그리고 그것을 1.01의 365승이라 생각하면 1이 약 38이 된다. 한편 어찌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전날보다 매일 1퍼센트씩 행동이 절하된 상태로 1년 365일을 이어나가면 0.026이 된다. 20년, 30년이라는 시간 간격으로 샐러리맨을 보고 있으면 이 수식이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 와다 이치로.
10개월을 매주 한편 북리뷰와 칼럼 쓰기를 연습했지만, 매일의 힘보다는 주말에 몰아하거나 마감시간에 겨우 맞추는 데 급급했다. 올해 책쓰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런 습관을 갑자기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억지로 하려다가 금방 지쳐서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보다는 미련한 듯 보여도 와다 이치로의 매일 1%씩의 개선이 더 현실적이어 보인다.
이제 몇 주 후면 보는 눈도 사라진다. 오롯이 혼자가 된다. 지금이야말로 매일 글쓰기의 근육을 키워야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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