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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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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7일 19시 11분 등록

[일상에 스민 문학] 나의 소확행 (小確幸)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안녕하세요마음편지 가족 여러분

벌써 2018년의 한 달이 훌쩍 지나갔습니다그간 세우신 계획들은 잘 실천하고 계신지요

저는 작년 말부터 출퇴근 시간에 <2018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이 책은 사실 지인께서 한번 읽어보라고 본인이 보시던 책을 저에게 툭하고 던져주셨는데요조금씩 읽어나가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중의 하나를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단어로 설명을 한 부분이었습니다이 낯선 단어는 사실우리 모두에게 이미 익숙한 개념입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이 책을 지은 서울대 김난도 교수께서는 이 개념을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인용하였다고 밝힙니다. 하루키는 소설만큼이나 많은 에세이를 쓴 것으로도 유명한데요우리나라에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이라고 소개된 그의 수필집 제 3권의 부제가 <랑겔한스섬의 오후>입니다이 책 전반을 흐르고 있는 개념이 바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 , ‘소확행입니다,

 

그의 책을 뒤져보니, 작가가 말하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바로 일상 안에 있었습니다그가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에 한 겨울에 땔감을 살 돈이 없어 대낮에도 이불을 덮고 있었는데그때 부스럭 소리를 내면 들어온 고양이의 따스한 온기가 바로 소확행이라고 합니다랑겔한스섬에서 머물며 책을 쓰고 있는데아침 운동을 마친 뒤새로 문을 연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부엌에 서서 그걸 부엌칼로 자르면서부스러기를 뜯어먹는 느낌아직 아무도 수영하지 않은파문하나 없는 아침의 풀장에 들어가 고글을 쓰고발로 벽을 살짝 찰 때의 감촉.

 

가을의 오후의 태양빛이 하얀 장지에 나뭇잎사귀의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또한그의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그럼저의 소확행은 무엇일까요?

 

특히이번 주처럼 회사에서 이해할 수 없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저에게는 이런 소확행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했습니다작지만 소소한 행복여러분은 어떤 것이 있으세요?

 

저는 회사에서 일이 있고 난 뒤에 집에 가니제 딸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고 있더라고요잠시 식사를 하는 틈을 타서 딸이 보던 책을 뺏어 읽기 시작했습니다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제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였습니다정확한 동기는 생각이 나질 않지만이 책을 읽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이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결혼이 뭐길래?’ 였습니다결혼에 목을 매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너무 수다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15년이 지난 지금이 책을 다시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래서 결혼이 중요 하구나입니다제가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딸아들처럼 소소하게나마 투정부리고 어리광부릴 수 있으니까요.

 

하루끼가 느꼈던 소확행은 다른데 있지 않고바로 제 곁에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억울한 마음을 억누르고 잠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보며 깔깔대고 웃는 일도 저에게는 소확행입니다. “---결혼으로 치닫는 소설의 구성에 사실은 결혼 이후가 더 많은 일들이 생겨요’ 라고 작가인 제인 오스틴에게 쓰는 소박한 편지 속에도 행복이 배어있습니다그리고 <오만과 편견이후에 주인공 제인과 리즈가 어떤 결혼 생활을 했는지를 상상하며 그려보는 한 장의 낙서 한편에 존재합니다15년 전결혼을 앞두고 뒤숭숭한 마음에 읽었던 <오만과 편견>을 읽었던 일을 떠올려보는 것도 저만이 느끼는 소확행입니다다시 읽었을 때전에 느끼지 못하는 인간관계의 새로운 벽이 보이게 되는 것그리고가독성 있고 몰입하게 하는 깨끗한 번역에 놀라게 되는 것조차도 새로 느끼는 소확행입니다.

 

무라까미 하루키는 작지만 소박한 행복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른 저녁 장어집에서 장어를 주문하고나올 때까지의 시간을 혼자서 맥주를 마시면서 읽는 주간지의 느낌이 바로 작지만소박하다고저도오늘 저녁에는 장어를 주문하고 나올 때까지 시간을 혼자서 맥주를 마시고바로 <오만과 편견>의 마지막 부분을 읽겠노라고 다짐해봅니다.

 

정재엽 (j.chung@hanmail.net)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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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에 하나인 팟캐스트가 드디어 크랭크인, <팟빵>에 업로드 되었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에서 구본형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책을 써낸 작가들의 이야기를 방송할 예정으로, 첫 편으로는 <위대한 멈춤>의 홍승완, 박승오 두 작가를 초대하여 구본형선생님과의 에피소드, 책에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일청과 함께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2. [공지]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12기 연구원 모집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2018년 함께 놀고, 배우고, 사랑할 12기 연구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변화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점점 자기다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지금까지 당신의 삶이 고루하고 무의미하였다면, 이 과정을 통해 무엇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제대로 알아 가는 것, 제대로 된 인생의 시작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용기를 내어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3. [안내] <신사와 숙녀의 품격> 2기 모집
함께성장인문학 연구원장이자 변화경영연구소 4기 정예서 연구원이 <신사와 숙녀의 품격> 2기를 모집합니다. 인공지능과의 경쟁도 불가피해지는 시대에 인간으로서의 ‘예(禮)’를 잃지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한발만 내디뎌도 우리의 일상이 훨씬 즐거워질 것입니다. 지난 1기에 이어 개인의 품격을 회복하여 일생 간직할 수 있는 ‘소통’이라는 자산을 저축하여 너그러움이 배가 되는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고 싶은 분들의 지원과 관심 기다립니다.
IP *.131.22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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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8 22:01:27 *.148.27.35
소확행.
휘게, 욜로 문화와 일맥상통하네.
좋은 질문, 행복한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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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9 09:02:45 *.210.112.106

맞습니다. 


작년에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단어가 욜로라면, 올해는 소확행- 이라고 하죠. 

모닥불앞에서의 따스한 담요를 뜻하는 '휘게'가 바로 소확행과 같은 의미라고 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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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9 08:12:54 *.36.141.151

퇴근후 아내와 아이들과 깔깔대며 웃으면서 지극히 평범한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도 저에게는 소확행 이네요.

늘 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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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9 09:03:27 *.210.112.106

하하하- 벌써 튀근 후 가족들과 함께 하시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평범한 저녁식사, 정칼 최고의 소확행인데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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