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余海 송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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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냥...
의외의 반전은 항상 흥분과 충격을 안겨준다. 때로는 그 반전이 통찰력까지 일깨워 주어 나 자신을 들뜨게도 한다.
태규는 심심한 것을 못 참는다. 혼자 놀다 심심해지면 나와 장기를 두자고 한다. 오늘도 책을 읽다 태규의 성화에 못 이겨 장기를 두었다. 매번 둘 때마다 져주는 바람에 태규는 자기가 장기를 꽤나 잘 둔다는 귀여운 착각 속에 으스대곤 한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자신의 실력을 깨닫게 해주고 이 참에 지는 법도 가르쳐줄 요량으로 냉정하게 두었다. 그동안 형하고 장기를 두어서 그런지 말을 놓는 폼이나 말을 부리는 기술이 제법이다. '그래도 어린애 실력인데'하고 느긋하게 장기를 두어 나갔다. 차(車)를 잡고 포(包)도 먹고 물리는 것 없이 칼같이 진행했다. 싸움은 중반전을 지나 종반전에 이르렀을 때 두 수만 두면 내가 이길 형세가 되었다. 이럴 때 예전 같았으면 벌써 울고불고 난리가 났을 텐데 오늘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띠어가며 여유를 부린다.
'이 녀석 제법이네. 나중에 떼를 피우려나.' 오히려 나중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내가 초조해진다.
그러던 차에 포를 가지고 나의 왕을 따버렸다.
"내가 이겼다요. 아빠가 졌지요? 그렇죠?"
순간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듯 당황스러웠다.
'내 수만 보다 허를 찔린 건가?'
정신을 차려 상황을 파악해보니 직선으로 움직여야 할 포를 대각선으로 움직여서 왕을 따버린 것이다. 어이가 없어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하면 안돼. 포는 직선으로 움직여야지"
"왜요?"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지."
하고 장기의 룰을 따라 다시 두어 내가 결국 이기긴 했지만 어른의 사고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창의적인 발상이어서 태규에게 어떻게 그 수를 두었는지 물어보았다.
태규왈, '그냥요!'
참으로 우문에 현답이다. 무슨 다른 생각이 있었겠는가. 단지 정해진 룰을 무시하고 다른 길을 생각한 것인데. 이 점이 정해진 틀에 얽매여 있는 어른과 순수한 아이의 생각 차이가 아닐까 한다. 사람은 어른이 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규칙에 제한되고 구속되어 얽매여 가면서 자기 스스로를 그 속에 가두어 자충수를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상에는 지켜야 할 규칙도 있지만 지키지 않아도 되는데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규칙도 많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고정관념이라는 놈이다.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알면서도 매번 구속당한다. 그 뿌리는 너무 깊어 싹을 잘라내어도 어느새 또 자란다. 한 예로 '성공하려면 약점을 없애야한다'는 생각이다. 이 관념 속에는 사람은 장점과 단점이 정해져 있고 단점만 보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장점과 단점은 스스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처한 상황과 시점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적에게 뒤를 보여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적절한 시점에 이용만 잘하면 오히려 적의 자만심을 자극하여 큰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맞는 장점을 재능으로 살려서 이를 강점으로 극대화하는 접근방법이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생산적인 방법이 된다.
개인이나 조직은 목적을 달성하려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한다. 이 때 성공한 사람이나 성공한 조직의 접근 방법을 비교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최선을 다하되 주어진 환경을 바꾸어 나간다는 점이다. 주어진 환경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혹은 고정관념으로 스스로 제한을 두어 만들어진 규칙들도 있다. 이런 규칙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 규칙을 깬다면 성공으로 이르는 길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진다. 태규의 수처럼 황당하지만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액자 안에서는 액자의 틀을 볼 수 없다. 지키지 않아도 되는 틀을 은연중에 지키고 있다면 이 틀만 깨더라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서 원하는 방향으로 훨씬 더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복잡한 문제를 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도 문제를 바라보는 관념의 틀을 깰 때 나오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인생의 행복도 은연중에 우리가 스스로를 가두어 놓은 것들에 의해 구속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애초에 없었던 잣대로 생각을 쪼개고 가두고 얽매어서 우리 자신을 옴짝달싹 못하게 붙들어 맨다. 이런 것들만 없어도 우리의 행복과 성공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고정관념, 평소에 우리를 가두어 놓지만 이용만 잘하면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나를 가두어 놓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자. 그리고 그 가둠의 문을 열고 가끔은 그냥 밖으로 나가보자. 혹시 이런 것들이 나를 행복의 길로 인도해 줄지도 모르지 않는가?
IP *.211.61.248
의외의 반전은 항상 흥분과 충격을 안겨준다. 때로는 그 반전이 통찰력까지 일깨워 주어 나 자신을 들뜨게도 한다.
태규는 심심한 것을 못 참는다. 혼자 놀다 심심해지면 나와 장기를 두자고 한다. 오늘도 책을 읽다 태규의 성화에 못 이겨 장기를 두었다. 매번 둘 때마다 져주는 바람에 태규는 자기가 장기를 꽤나 잘 둔다는 귀여운 착각 속에 으스대곤 한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자신의 실력을 깨닫게 해주고 이 참에 지는 법도 가르쳐줄 요량으로 냉정하게 두었다. 그동안 형하고 장기를 두어서 그런지 말을 놓는 폼이나 말을 부리는 기술이 제법이다. '그래도 어린애 실력인데'하고 느긋하게 장기를 두어 나갔다. 차(車)를 잡고 포(包)도 먹고 물리는 것 없이 칼같이 진행했다. 싸움은 중반전을 지나 종반전에 이르렀을 때 두 수만 두면 내가 이길 형세가 되었다. 이럴 때 예전 같았으면 벌써 울고불고 난리가 났을 텐데 오늘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띠어가며 여유를 부린다.
'이 녀석 제법이네. 나중에 떼를 피우려나.' 오히려 나중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내가 초조해진다.
그러던 차에 포를 가지고 나의 왕을 따버렸다.
"내가 이겼다요. 아빠가 졌지요? 그렇죠?"
순간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듯 당황스러웠다.
'내 수만 보다 허를 찔린 건가?'
정신을 차려 상황을 파악해보니 직선으로 움직여야 할 포를 대각선으로 움직여서 왕을 따버린 것이다. 어이가 없어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하면 안돼. 포는 직선으로 움직여야지"
"왜요?"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지."
하고 장기의 룰을 따라 다시 두어 내가 결국 이기긴 했지만 어른의 사고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창의적인 발상이어서 태규에게 어떻게 그 수를 두었는지 물어보았다.
태규왈, '그냥요!'
참으로 우문에 현답이다. 무슨 다른 생각이 있었겠는가. 단지 정해진 룰을 무시하고 다른 길을 생각한 것인데. 이 점이 정해진 틀에 얽매여 있는 어른과 순수한 아이의 생각 차이가 아닐까 한다. 사람은 어른이 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규칙에 제한되고 구속되어 얽매여 가면서 자기 스스로를 그 속에 가두어 자충수를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상에는 지켜야 할 규칙도 있지만 지키지 않아도 되는데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규칙도 많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고정관념이라는 놈이다.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알면서도 매번 구속당한다. 그 뿌리는 너무 깊어 싹을 잘라내어도 어느새 또 자란다. 한 예로 '성공하려면 약점을 없애야한다'는 생각이다. 이 관념 속에는 사람은 장점과 단점이 정해져 있고 단점만 보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장점과 단점은 스스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처한 상황과 시점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적에게 뒤를 보여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적절한 시점에 이용만 잘하면 오히려 적의 자만심을 자극하여 큰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맞는 장점을 재능으로 살려서 이를 강점으로 극대화하는 접근방법이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생산적인 방법이 된다.
개인이나 조직은 목적을 달성하려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한다. 이 때 성공한 사람이나 성공한 조직의 접근 방법을 비교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최선을 다하되 주어진 환경을 바꾸어 나간다는 점이다. 주어진 환경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혹은 고정관념으로 스스로 제한을 두어 만들어진 규칙들도 있다. 이런 규칙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 규칙을 깬다면 성공으로 이르는 길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진다. 태규의 수처럼 황당하지만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액자 안에서는 액자의 틀을 볼 수 없다. 지키지 않아도 되는 틀을 은연중에 지키고 있다면 이 틀만 깨더라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서 원하는 방향으로 훨씬 더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복잡한 문제를 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도 문제를 바라보는 관념의 틀을 깰 때 나오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인생의 행복도 은연중에 우리가 스스로를 가두어 놓은 것들에 의해 구속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애초에 없었던 잣대로 생각을 쪼개고 가두고 얽매어서 우리 자신을 옴짝달싹 못하게 붙들어 맨다. 이런 것들만 없어도 우리의 행복과 성공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고정관념, 평소에 우리를 가두어 놓지만 이용만 잘하면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나를 가두어 놓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자. 그리고 그 가둠의 문을 열고 가끔은 그냥 밖으로 나가보자. 혹시 이런 것들이 나를 행복의 길로 인도해 줄지도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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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수료식 때에 궁둥살이 가장 빽빽해진 사람에게 시상식할까요? ㅎㅎ
여해님, 글이 노골노골 나긋나긋해지면서 정감있게 잘 묘사되고 있구려.
윗글 김신웅님!
분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차치하고 사태 수습을 딴에는 서둘러 한답시고 전혀 상관않고 넘어가려는 것이 상대에게 외려 얕잡아 본다는 오해와 밉쌍을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모든 것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따로 또 같이 해야하고, 의도파악을 먼저해줄 수 있는 관용 내지는 아량이 있어야 마음놓고(?) 창의성이 살아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창字 꺼내기도 전에 몰매 맞아 죽는 경우가 있거든요.^^
여해님, 글이 노골노골 나긋나긋해지면서 정감있게 잘 묘사되고 있구려.
윗글 김신웅님!
분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차치하고 사태 수습을 딴에는 서둘러 한답시고 전혀 상관않고 넘어가려는 것이 상대에게 외려 얕잡아 본다는 오해와 밉쌍을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모든 것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따로 또 같이 해야하고, 의도파악을 먼저해줄 수 있는 관용 내지는 아량이 있어야 마음놓고(?) 창의성이 살아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창字 꺼내기도 전에 몰매 맞아 죽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고뭉치
써니님^^/ 아아, 제가 오랫동안 사람들과의 교류 없이 혼자 골똘히 지내온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면이 많이 모자란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그런가, 요즘 들어 부쩍 상황판단능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써니 님이 그 점을 제대로 짚어 주셨네요. ( 돗자리 깔으셔요~ ! )
이번처럼 글의 의도파악을 잘 못하고, 제 생각만 너무 앞세우는 경우가 요즘 참 많았거든요. 다른 사람의 말을 먼저 차분히 들어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겠어요. 그리고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것도 많이많이 반성해야겠구요. (제가 이 곳에 남긴 얼마 안 되는 글을 되돌아봐도 너무나 극단적인 표현이 많아서.. 이 극단성이란 녀석은 정말 하루바삐 고쳐야 하는데.. ^^;;)
* 써니님 말씀을 듣고 다시 보니 제 댓글이 왜곡되어 들릴 수 있었네요. 저는 그냥 창의력과 관련해서 말을 한다고 하는 것이 그만 표현이 잘못 되어지는 바람에 실수를 하게 되었네요. 모두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
써니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 ( 크크크.. )
이번처럼 글의 의도파악을 잘 못하고, 제 생각만 너무 앞세우는 경우가 요즘 참 많았거든요. 다른 사람의 말을 먼저 차분히 들어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겠어요. 그리고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것도 많이많이 반성해야겠구요. (제가 이 곳에 남긴 얼마 안 되는 글을 되돌아봐도 너무나 극단적인 표현이 많아서.. 이 극단성이란 녀석은 정말 하루바삐 고쳐야 하는데.. ^^;;)
* 써니님 말씀을 듣고 다시 보니 제 댓글이 왜곡되어 들릴 수 있었네요. 저는 그냥 창의력과 관련해서 말을 한다고 하는 것이 그만 표현이 잘못 되어지는 바람에 실수를 하게 되었네요. 모두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
써니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 ( 크크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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