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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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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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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9일 08시 34분 등록

아빠는 제가 대학원 졸업을 몇 달 앞둔 12월 마지막 날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집에 옷들을 챙기러 가는데 택시 안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 다운이 들려오며 다들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 들렸습니다. 그 때 저는 아무리 좋은 날이라 할지라도 모두에게 다 기쁜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기쁨의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에는 아픔을 삼키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제 일을 통해 배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 오랜 시간 아빠의 죽음을 사람들 앞에 꺼내놓지 못했던 저는 비로소 스승님을 만나 변경연 죽음편지에서 처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그러하겠지만 저 역시 회한과 미안함 그리고 그리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맏이로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그 끝에 만난 스승이었기에 당연히 선생님은 제게 스승이요, 정신적 아비이며, 가야 할 길을 보여주시는 등불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 스승께서 아프신 와중에 제 첫 책 추천서를 써주실 때만해도 전 그냥 좀 아프신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평상시 (제가 그렇게 믿고 싶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크게 아픈 적 없이 건강함을 유지해오고 계셨기에 당연히 가볍게 털고 일어나실 거라 여겼습니다. 스승님은 제게 아름드리 큰 나무셨고, 큰 나무는 절대 쓰러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첫 책이 나오자 들뜬 마음에 앞뒤 생각 없이 스승님과 출판사 대표님께 점심 대접을 하겠다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그 때까지도 제 힘으로 돈을 벌기 전 돌아가신 아빠에게 받기만 하고 밥 한번 못 사드린 게 가장 큰 아픔으로 남아있었기에 제 마음은 더 바빴던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받은 계약금으로 선물까지 준비하는 제 마음은 뿌듯함으로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스승님의 모습은 건강해 보이셨고 이미 스승님과는 오랜 인연을 쌓아오신 출판사 대표님과 함께하는 화기애애한 식사 시간은 제겐 지난 4년간 애쓴 모든 수고로움이 씻기는 것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윽고 아이같이 순수한 면이 있으셨던 스승님께서 식사를 마치시더니 그 자리에서 선물을 끌러보십니다.

 

~ 먼 별아. 멋지다. 좋다, 녀석아.”

다행히 정말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덩달아 기분이 붕~ 뜨는데, 곁에서 보시던 대표님께서 한 말씀 거드십니다.

 

그렇게 좋으세요? 어린애처럼 좋아하시네요

웃음에는 정말 전염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승님이 기뻐하는 모습에 대표님도 덩달아 얼굴 가득 웃음이 번집니다.

 

그럼 좋지. 좋고 말고. 이 녀석들이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거든. 내가 알지. 잘 알아

 

사부님, 다음 책도 꼭 써서 점심이랑 선물 또 사드릴게요.”

스승님 앞에선 늘 겁없이 미래를 다짐합니다.

 

오냐. 꼭 그래야 한다. 오래오래 그래야 해.”

 

그 날 이후 스승님을 다시 뵌 건 출판 기념회 때랑 신년회 때였습니다. 출판 기념회 때까지만 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저는 신년회 때 비로소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은 수술이 잘 되셨다 하며 오히려 놀란 제자들을 다독이셨습니다. 그리고 정 약용 선생의 독서법을 예로 들며 끝까지 공부하는 글쟁이가 되라는 신년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강의 후 피곤하시다며 평상시보다 조금 일찍 귀가하시는데 마침 저랑 집 방향이 같은 연구원 동기가 스승님을 모시게 되어 운 좋게 저도 그 차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스승님께서 책 출간 이후 뭐하며 지내시냐고 물어오십니다. 그래서 변화경영 실행의 장으로서 그려보았던 1인회사 연구소를 시작하였는데 혼자 조용히 다음 책이나 준비할걸 괜한 일을 시작한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이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사부님께서,

 

먼 별아. 너는 지금까지 말 타기와 활 쏘기 그리고 창 던지기를 각각 연마했잖니. 그럼 책이 나왔으니 이제 말에 올라타고 달리면서 활도 쏘고 창도 던지면서 앞으로 나아가야지. 괜찮으니 달리면서 해 봐.”

 

선생님 댁에 도착하여 들어가시기 직전 저에게 주신 말씀으로 지난 5년동안 1인회사 연구소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마다 꺼내보던 말씀입니다. 환히 웃으시며 다 큰 제자들 조심해서 가라 끝까지 손 흔들며 배웅해주시던 그 모습이 아직 생생합니다. 그 땐 그 모습이 제가 뵙는 병상 밖 스승의 마지막 모습일줄 전혀 짐작도 못했지만 말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제자들에겐 스승을 아비처럼 여기며 살라고 말씀해주셨던 큰 나무 같았던 스승님. 말씀으론 어지간해선 꾸짖지 않으셨지만 언행일치된 모습으로 그 어떤 어른보다 어렵고 무서웠던 스승님. 그러면서도 생을 뜨겁게 사랑하고 불꽃처럼 자신을 다 태우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 저만…………………..치 앞서서 횃불 같은 등불이 되어 길 밝혀주셨던 스승님. 그런 분의 제자였다는 사실이 참으로 가슴 먹먹하게 감사합니다

 

이제는 뵐 수 없고, 여쭐 수 없지만 스승님의 가르침은 돌아서 더 새록새록 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신년회 독서법 강의가 끝나고 내밀었던 스승의 마지막 작품이 된 <그리스인 이야기>에 남겨주신 한 줄 사인은 그 자체가 스승님께서 걸어가신 길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먼별.JPG

 

그리하여 저 또한 오늘도 그 말씀 늘 마음에 새기고 이제는 그만 저만의 북극성을 향해 걸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스승님을 가장 빛나게 해드리는 제자의 길일 테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부터 마음편지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온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입니다. 올해로 1인 지식기업가로 전향한 지 10년차가 되는데 변경인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며 지난 10년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제 인생에서 참 의미 있는 일들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제 편지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과 댓글로 메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그럼 저는 스승님의 말씀에 힘을 얻어 드디어 1인 기업 5년차 힘차게 말에 올라타며 시작한 1인회사 연구소였지만, 수없는 밤 후회한 이야기와 함께 다음주 금욜에 찾아 뵙겠습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연은 봄을 준비하고 있을거란 생각입니다. 여러분들 또한 편한 주말 보내시고 새해를 맞아 더욱 자기다움을 찾아가시는 다음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blog.daum.net/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http://cafe.daum.net/CoreMarket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공지] 변경연 팟캐스트 크랭크인

2018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추진 프로젝트의 하나로 팟캐스트가 <팟빵>에 업로드되었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에서 구본형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책을 써낸 작가들의 이야기로 채워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첫방송으로 <위대한 멈춤>의 홍승완, 박승오 두분 작가분들을 초대하였습니다. 다음주부터 방송은 2주분량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라고 하니 많은 관심과 공유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37475

 

  1. [공지] 2018년 변화경영연구소 12기 연구원 모집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2018년 함께 놀고, 배우고, 사랑할 12기 연구원을 모집합니다. 변화의 핵심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하신 구본형 선생님의 말씀처럼 2018년 진짜 나를 찾아 자기다움을 꽃피우는 진정한 변화의 시작을 준비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일년간 알차게 꼭꼭 채워진 커리큘럼에 따라 떠나는 영웅 여정을 통해 하루하루 새로운 나의 역사를 써나가는 한해를 만들어 가고자 하시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36340

 

  1.  [안내] <신사와 숙녀의 품격> 2기 모집

함께성장인문학 연구원장이자 변화경영연구소 4기 정예서 연구원이 <신사와 숙녀의 품격> 2기를 모집합니다. 하물며 인공지능과의 경쟁도 불가피해지는 시대에 인간으로서의 ()’를 잃지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한발만 내디뎌도 우리의 일상이 훨씬 즐거워질 것입니다. 지난 1기에 이어 개인의 품격을 회복하여 일생 간직할 수 있는 소통이라는 자산을 저축하여 너그러움이 배가 되는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고 싶은 분들의 지원과 관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37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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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16:00:07 *.223.2.118
별님, 벌써 5년차시군요~
길 잃은 이들의 별이 되주시길 빕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02.19 10:09:00 *.111.178.155

넵. 1인회사 연구소 올해로 6기 연구원과정 진행중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의 별이되어

올 한해도 아자 홧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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