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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1일 01시 17분 등록

학교폭력 전문 상담사에게 듣는다

11기 정승훈

 

 

나는 초보 학교폭력 상담사다.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전화상담 자원봉사를 한 지 4개월째다. 여러 상담사들이 있지만 내담자가 지명해서 상담을 원하는 특별한 상담사가 있다. 옆에서 겪어보니 왜 그런지 짐작이 간다. 햇병아리 상담사가 베테랑에게 전수받는 마음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

 

밖의 혹독한 추위를 느낄 수 없는 따뜻한 햇살을 전면 유리창으로 받으며 초록 식물 옆에 두고 질문을 시작한다. 어제 잠을 못자 피곤하다는 말과는 달리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눈을 마주한다.

 

정승훈(이하 훈) ; 청예단에서 전화 상담을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전효숙(이하 숙) ; 20091월부터였으니 10년차가 됐네요. 84학년으로 심리학을 전공을 했어요. 정신보건임상심리사 2급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고, 폐쇄병원에서 실습도 하고 시험을 봐서 합격을 하고 결혼을 했어요. 전업주부로 육아만 하고 살다가 둘째가 중학교를 가고 그래서 봉사를 하고 싶은데 설거지하는 것보다 상담을 조금 더 잘 할 것 같았어요. 마을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우연히 상담 자원봉사 모집 공고를 봤어요. 찾아와서 면접을 보고 시작했어요.

 

;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전화 상담을 하고 계신데, 계속하는 동기는?

; 제가 굉장히 내성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 오면 사람들이 좋아서 잘 해줘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구나. 몇 년째 연하장을 보내주는 분이 계셔요.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인사를 하세요. 다양한 정보로 그 분한테 의미 있는 도움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목소리에 예민해요. 처음 전화할 때 목소리와 끊을 때의 목소리가 다른 게 최소한 내가 그 분한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했구나. 그런 게 날마다 뿌듯했어요. 작은 기여. 나에게 효능감으로 느껴져서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목소리가 남달리 부드러운 상담사라 그랬을까. 내담자의 목소리에 예민한 건 대면상담으로 확인할 수 없는 표정과 몸짓을 목소리로 헤아리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도움을 주지 못한 안타까움이 기억에 남아...

 

; 지금까지 상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담자는?

; (잠시 생각 후) 굉장히 많았는데.... 작년 여름에 학교밖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왜 저만 이렇게 피해를 당해야 하나요?” 하며 정말 꺼이꺼이 울었어요. 영재였던 아이가 주위의 시기심으로 피해자가 되고 결국 학교를 자퇴했대요. 지금은 고3 나이로 연극 활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상담하던 중간에 전화가 끊겼어요. 다시 전화를 했는데 통화를 못했어요. 지금도 그 아이 전화번호를 스티커로 붙여놨어요.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고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아쉬웠어요.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많이 하지 못해서... 전화상담의 어려움이에요.

 

; 10년 넘게 현장에 계셨는데 학교폭력이 어떻게 변했나요?

; 저 연령화가 가장 큰 변화에요. 요즘은 초등 저학년, 유치까지 내려갔어요.

 

이어지는 질문에도 선배 상담가가 후배에게 전해주는 어조로 담담하게 말했다, 오히려 가해자 엄마로 상담봉사를 하는 나에게 대단하다며 칭찬으로 마무리 하는 걸 보며 역시 몸에 밴 상담가구나 느꼈다. 왜 전효숙선생님과는 1시간에서 3시간씩 오랜 시간 상담을 하나 싶었는데 내가 이야기를 해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선생님은 단지 그때는 어떠셨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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