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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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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2일 09시 14분 등록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신문사에서 근무하시는 유모선배님을 만났습니다. 낮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지는, 추위로 약간은 짜증이 나기도 하는, 겨울 바람과 함께한 날이었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불어대던지 하마터면 날아갈 뻔 했습니다.

선배님과는 오래만의 점심시간 이었습니다. 뜨끈한 국물과 아주아주 오랜만의 낮술. 체온과 기분을 적당히 올려주더군요. 사실 선배님을 만나뵌 건, 1년여 방향성을 짚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와 개인적인 궁금함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함이었습니다. 선배께서는들을 만한 이야기가 없을 거 같다며,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뭘…’이라고는 하셨지만, 찬찬히 잘 들어주시고 따뜻한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궁금해 하던 부분에 대한 의사결정에 충분한 조언까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식후커피와 대화.

 

글을 잘 쓰는 비결이 뭔지 아냐?”

글쎄요?”

글을 잘 쓰려 하지 않는 거야!”

말장난 같지만, 이해가 가는 대목이라 한참 웃으며 뼈 있는 말씀을 자세히 들었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가 뭐겠어?”

전달하려는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 맞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읽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게 잘 쓰는 거야. 글을 잘 쓰려고 이거 저거 억지로 껴 맞출 필요는 없어. 그러다 보면 오히려 힘도 많이 들어가. 나중에는 뭔 말인지도 잘 몰라지기도 하지. 그건 좋은 글이 아냐

"내 방법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난 미리 설계도를 그려놓고 대부분의 글을 쓰고 있어. 일단 A4지 한장을 꺼내 놓고 맨 위에 전달할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쓰는거야. 그런 다음 기둥이 될 만한 한 문장씩, 한줄로 쭉쭉 써 내려가. 그리고 마지막에 어디에 핵심 메시지를 넣을 지 고민하고, 메시지와 문맥이 맞는지를 점검하면 설계도가 완성되지. 그런 다음에 글을 쓰면 최소한 길을 잃지는 않거든."

그냥 점심한끼의 자리에서 선배께서는 이것 저것 알려주셨습니다. 뜻 밖에 감사한 말씀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글의 설계도 만들기

 

1. A4지 한장을 꺼낸다.

2. A4지 상단에 전달하려 하는 메시지를 적는다.

3. 기둥이 될 만한 글들을 한 문장씩 한 줄로 써본다.

4.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어디에 넣을지 고민한다.

5. 문맥에 적합한지 생각을 다듬어 본다.

6. 설계도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

 

선배께서는 마지막에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정답이다'라는 건 없어. 그냥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택하는 거지"라고 말씀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저에게는 필요했었습니다. 저도 먼저 종이에 적어놓고 글을 쓰는 타입인지라 하나의 방법론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선배님의 방식은 일목요연했습니다.

「뼛속까지 써 내려 가라」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일단 쓰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여기에 선배의 방식을 슬쩍 올려놓으면 괜찮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르쳐 주신 방법대로 한번 써보니 저에게는 비교적 수월하더군요.

 

선배님을 만나 뵙는 날, 날이 차가워 좋았습니다. 바람이 불어 좋았습니다. 사람의 온기를 더 채울 수 있는 그런 날이라 더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IP *.226.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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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2 10:01:16 *.226.22.184

누구라고 말할 수 없는 선배께서 비슷한 주제로 글을 남기셨네요.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mailing&document_srl=838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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