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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8일 16시 58분 등록



[마음을 나누는 편지] 졸업식날은 역시 짜장면!


큰 딸이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식이 금요일이었는데 저는 회사일로 참석을 못했습니다. 아내와 두 딸은 졸업식을 마치고 졸업식날은 역시 짜장면!’을 외치며 평소 자주 가던 중국집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짜장면을 포기했답니다. 졸업식 날 짜장면 먹는 전통이 저희 집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두 딸들은 짜장면은 주말에 아빠랑 같이 먹자면서 돌아섰습니다.


일요일이 찾아왔습니다. 토요일에도 일이 있다며 집을 비워서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지 못한 아빠가 드디어 집에 있는 날이 온 겁니다. 어느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을 것인지 두 딸과 아내는 며칠동안 고심했습니다. 그리고 일산의 어느 중국집을 골랐습니다. 일산 주엽역 근처 태영프라자에 있는 중국집 이라고만 조용히 알려드립니다


중국집을 향해 차를 몰고 가는 동안 아내와 두 딸이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 합니다.


당신도 이 집 짜장면 맛을 보면 반할 거예요. 어릴 적 먹던 추억의 맛이에요. ”


아빠! 수린이가 짜장면 매니아잖아요. 수린이가 이 집 진짜 맛있다고 했거든요. 아빠도 맛있을 거예요!”


! 그 집! 짜장면 진짜 맛있어요!”


테이블이 7개 있는 아담한 식당이었습니다. 식당의 여러 물건들이 정갈하고 소박합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적인 분위기의 중국음식점이 아닙니다. ‘응답하라 1988’ 세트장을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명색이 큰 딸 졸업식 기념으로 먹는 외식입니다. 넉넉하고 푸짐하게 먹어야 합니다. 저희 4명이서 짜장면과 간짜장, 짬뽕을 시키면서 탕수육도 주문했습니다. 제일 먼저 작은 딸 먹을 짜장면이 나왔습니다. 작은 딸은 아직 짜장면 비비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쓱쓱 비벼주었습니다. 큰 딸은 간짜장을 처음 먹어 봅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짜장을 볶는 간짜장 요리방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탕수육도 나왔습니다. 두툼하게 튀겨낸 탕수육을 하나 집어서 새콤달콤 소스에 찍습니다. 입천정이 데일까 조심스럽게 베어 뭅니다. ‘아삭소리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제 짜장면을 먹을 차례 입니다. 한 젓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습니다.


! 기억이 납니다. 제가 어릴 적 살던 대전 문화동 천근 오거리에 중국집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맛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주신 천 원 한 장 손에 쥐고 동생과 천근 오거리로 갔습니다. 가파른 시멘트 계단을 올라 중국집에 들어서면 짜장 볶는 냄새가 저희를 맞아주었습니다. 한 그릇 오 백 원 하던 짜장면을 사 먹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날에도, 동생이 초등학교 졸업하던 날에도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습니다.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큰 딸이 삼 십년 후 엄마가 되어 손주가 졸업식 날이 된다면 오늘처럼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러 중국집을 찾을 겁니다. 그리고 삼 십년 전 오늘을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 때에도 분명 짜장면과 탕수육은 맛있을 겁니다. 빙그레 웃어봅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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