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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6일 00시 14분 등록
몽골에서 가장 거룩한 산인 부르칸 칼둔의 바위덮인 비탈을 천천히 올라가는데 바람이 불어 말발굽 주위에서 새로 내린 눈이 춤을 추었다. 말은 상쾌한 공기를 향해 축축한 콧김을 신경질적으로 뿜어댔고 머리를 자꾸 젖혔다.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 오랫동안 힘겹게 산을 오르다 보니 말의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바람소리를 뚫고 내 귀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말의 심장이 다리를 타고 내 심장까지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침내 수정처럼 맑고 환한 빛 속에서 발을 멈추자 시야가 사방으로 지평선까지 막힘없이 탁 트였다. 산꼭대기, 너덜지대, 굽이치는 강, 언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칭기스칸은 일을 마친 뒤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는 승리를 거둘 때마다 이곳으로 와서 쉬면서 기운을 되찾고 마음을 새롭게 다졌다. 그는 세상을 바꾸었지만, 자신이 태어난 땅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게 했다. 지금도 칭기스칸이 살았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봄이면 매가 머리 위로 솟아오르고, 여름이면 벌레가 노래를 한다. 가을이면 유목민은 산으로 이동을 하고 겨울이면 이리가 배회한다. 눈을 감자 중국, 유럽, 인도로 달려가는 칭기스칸의 말밥굽 소리가 들려온다.

낯선 곳이다. 사방을 둘러보니 여기가 바로 칭기스칸이 태어난 부르칸 칼둔이다. 잭 워더포드가 실제 말을 타고 올라온 길을 구름처럼 순식간에 올라간다. 정상위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영기를 앞세운 든든하고 매서운 칼을 차고 있는 사람, 아. 칭기스칸이다. 그 옆에는 단아한 선비복장의 다산선생, 그리고 갑옷에 큰 칼을 차고 있는 충무공 이순신, 그리고 한복 저고리와 뿔테 안경이 어울리는 백범선생이 한지리에 앉아 계시다. 정말 꿈은 이루어지는구나. 간절한 기도는 이런 우연한 만남의 기회도 주는구나. 멀리서 칭기스칸이 빨리 오라는 손짓을 한다.

(칭기스칸) 오서 오시게. 한참을 기다렸다네..아직도 서울은 차가 많이 막히는가?

(소전) 예. 금요일 저녁은 새벽까지 막힐 때가 있답니다. 정말 저의 기도가 받아들여졌나요?.

(칭기스칸) 그렇다네. 부랴부랴 여기 있는 세분 모셔오느라고 정신이 없었지.

(충무공) 반갑네. 이순신일세. 자네는 내 밑에서 군관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몸을 보니딱 무인체격인걸..아주 좋은 몸매야..

(다산) 소전 선생. 어서 오시게. 반갑네 그려. 충무공 어른, 제 생각에는 눈에 총기도 있고 오히려 책을 보고 시를 짓는 학자가 되는 것이 좋을 듯 한데요.

(백범) 소전선생. 빨리 오게나. 반갑네. 충무공 어른, 그리고 다선 선생님, 제가 보기에 소전은 튼튼한 다리와 체격이 좋으니 만주로 와서 왜놈들과 싸우는 독립투사가 되는 것이 적격일 듯 하온데요.

(소전) 네 분 선생님들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정말 이렇게 뵈올 줄은 몰랐습니다. 먼저 제 절부터 받으시죠..

(칭기스칸) 자넨 요즘 젊은이들과는 다르게 예의가 바르구만, 요즘 젊은 얘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 쯧쯧

(소전) 혹시 저 말고 찾았던 사람이 더 있었을 텐데요

(칭기스칸) 그렇다네. 그리고 자네 연구원들 말야. 보기보다 똑똑하기도 하고. 하여튼 죽고나서 이렇게 긴장하면서 대화를 나눈 것이 처음이라네...

(충무공) 이번 달처럼 바쁘기는 처음일세, 내 생일날(4월 28일)이 좀 바빠서 쉬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불러내는 사람들이 많은지 말야.. 자네 혹시 도윤이라고 아나. 고향이 통영이라고 하면서 만나자 마자 반갑다고 부둥켜 앉으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얼마나 울던지, 참 나도 오랜만에 눈시울이 좀 뜨거웠지. 그리고 거기는 우는 남자들이 많던데..옹박이라고, 그 젊은이도 보자마자 울어서 내 참 난처했다네, 그리고 키 큰 여자, 써니라고 했던가. 난중일기에 마누라 얘기는 하나도 없다고 얼마나 호통을 치던지, 진정시킨다고 한참을 절절매었다네.

(다산) 나도 그랬지. 나하고 고향이 비슷한 양평에 사는 박사님이라고 하면서 얼마나 집요하게 물어보던지, 말리기도 그렇구. 희석이라고 키 큰 양반도 내 생가에 와 보았다며 아주 절절하게 물어보더군.

(백범) 오윤인가는 무슨 밧통을 이어받았다고 하면서 재잘거리는 것이 기억나고..암튼 연구원들 하나하나가 아주 재밌네..민선인가 하는 연구원은 상해 임시정부까지 다녀왔다고 아주 자랑이 대단하더군...

(소전) 귀한 시간을 내주셨는데,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네분 모두 이구동성으로) -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Go~~

질문 1. 어떤 시대에 살았나?

(소전) 네 분의 살았던 시대가 궁금하였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혁신이다, 세계화다 해서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삭막하고 각박하게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백범) 소전 자네는 뭔가 모르는 모양인데, 내가 살았던 시대는 수탈의 시대였네, 나라를 빼앗기고 사람도 빼앗기고, 자식들도 빼앗기고 나의 죽음도 빼앗긴 시대라네. 소전 자네 말대로 아마 편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아무런 흔적이 없었을 것이네. 내 시대에 만났던 사람들은 그런 수탈의 시대에도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하여 헌신한 사람들이 많았네, 물로 그 반대로 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내가 선뜻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 때문에 더욱 더 수탈의 시대를 항전의 시대로 알고 최선을 다했네, 동포의 총에 죽었지만, 죽으니 모든 것이 편해졌네.

(다산) 내가 살았던 시대는 파벌의 시대였고, 파벌로 인하여 사람이 변하던 시대였네, 성리학의 대세에 따라 사람들이 죽고 살았던 시대였네. 파벌을 해소하기 위한 탕평책이 오히려 당파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 시대였고,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의 말 한마디로 가문이 없어지는 시대였네.

(충무공) 내가 살았던 시대는 다산 선생과 별다를 바 없었네. 다만 일본의 침략으로 환란의 시대였고, 그 고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힘들었던 시대였다네.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네, 백범 선생이 만주나 중국등 여러 군데에서 왜놈과 싸웠다면 나는 남해안 일대 바다에서만 왜놈과 싸웠으니까.

(칭기스칸) 내가 살았던 시대는 끊임없는 약탈의 시대였네. 땅은 넓었지만, 부족끼리 끝도 없는 싸움을 해야 했네, 요새 말로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거든..그것을 종식시키고 싶었다네

(소전) 제가 보기에도 네 분 모두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런 시대를 살아온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었나요?

(백범) 그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고 온 몸의 울림을 느껴보면 알 것 같네. 나는 치하포에서 왜놈을 칼을 찌를 때 손으로 전달되는 떨림을 느꼈다네. 우발적이기는 하였지만 그 사건과 재판을 받으면서 내 나라의 소중함을 알았고, 왜놈이라는 적에 대하여 정확히 알았으니까.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은 재미가 없다네.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기분을 느껴보게나

(칭기스칸) 백범 선생의 말도 일리가 있네, 살았던 시대를 돌아서 보니 그것은 끊임없는 노력과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인 것 같아. 유목민인 몽골이 어떻게 가장 큰 나라를 가질 수 있겠는가. 강점과 재능을 정확히 알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지.

(다산) 멀리 귀양을 가서 정말 죽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네. 내 시대가 그렇다면 나는 그 시대에 타협하지 말자는 오기가 생기더라구. 나한테 온 커다란 난관이 계기가 되었고, 자유롭게 학문을 탐구하면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네.

(소전) 참으로 좋으신 말씀 가슴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지금 나를 둘러싼 시대를 살아가고자 하는 길을 찾기 위한 생각과 여러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 2. 사람에 대하여

(소전) 네 분께서는 많은 일을 이루었고 역사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러한 사람들에 대하여 한 말씀 해주십시오.

(다산) 사람이 참 중요하지. 네 명중에서 내가 가장 활동력이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시대와 더불어 사람의 역할과 도움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네. 가족, 지인, 임금님, 제자들, 이 모든 사람들이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 특히 약전 형님과는 형제였지만, 학우였고, 선의의 경쟁자였다네. 내가 강진으로 와서 사람들과 단절이 있었지만, 책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나의 사람으로 만들었고,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네.

(충무공) 사람이라..참 좋은 지적이네. 나 역시도 나를 믿고 따라준 부하들이 있었기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가 있었지. 사람사이에는 믿음이 중요한 것 같아. 리더십이라는 말처럼 부하들을 사랑하는 만큼 부하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임무를 부여해준 것도 중요하다고 보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네.

(칭기스칸) 인생 대부분을 전장에서 보낸 나 같은 경우에는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데. 내가 물론 약탈과 정복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그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 바로 사람이었네, 나는 사람을 많이 아꼈다네. 그 사람의 능력을 믿었고. 진심으로 예우를 해주었네. 배운 것은 없지만, 사람을 많이 만나보고 실전을 겪다 보니 사람을 보는 안목이 생기게 되었고, 몇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로 사람을 다루는 방법이 생기게 되었다네. 또 남자간의 의리라는 것도 빼놓을 수가 없었다네.

(백범) 사람이라. 나는 좋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이 윤봉길 같은 훌륭한 젊은이들을 단지 원수를 죽이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임무에 내보낼 때였다네. 덕분에 빼앗긴 나라를 찾기는 하였지만, 정말로 사람이라는 것은 알면 알수록 오묘한 것 같아. 그런 용기와 배짱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고, 사람의 능력은 거의 무한대라고 생각하네.

3. 여자에 대하여

(소전)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약간 소재를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여자는 어떠하였는지요. 지금은 거의 양성평등이라는 말처럼 대등한 관계이면서도 남자에게 있어서는 아주 어려운 존재가 되었는데요.

(백범) 나한테는 여자라는 말은 꺼내지도 말게. 나처럼 처복이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네. 중국에서 약간 마음을 움직이는 여자가 하나 있기는 있었는데, 내 사명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단호하게 연민의 정을 잘라버렸다네.

(소전) 어머니는 참 좋으신 분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백범) 그거야 당연하지. 일기에도 적었듯이 대단한 여장부가 아닌가?

(칭기스칸) 여자야 말로 내 전문이지. 여러 나라를 정복한 대가로 수많은 여자를 취했고 재미도 많이 보았지. 소전 자네 말대로 여자들은 아주 어려워. 며느리들이 싸우는 통에 나라가 거의 망할 뻔도 했잖은가. 좀더 강한 남자가 되게나. 그것이 여자를 가장 효과적으로 대하는 방법이 될 것이네. 더 자세한 얘기는 있다가 조용히 얘기함세.

(충무공) ‘어머니는 위대하다’ 라는 말에 공감한다네. 지금도 어머님의 임종를 보지도 못하였고, 시묘살이를 못한 것도 늘 한으로 남아있다네.

(다산) 내가 살았던 시절에는 여자는 존재했어도 여성은 존재하지 않았다네. 그래도 마누라가 최고인 것 같아.(마누라와 60년을 살았음- 회혼식 거행)

4. 난관극복에 대한 이야기.

(소전) 제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니 그 순간에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그리 큰 고비는 아니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과 그 순간을 벗어난 방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칭기스칸) 나는 맨 처음 메르키트 부족의 습격으로 마누라를 빼앗기고 되찾아 오는 과정이었다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병사들의 숫자는 크지도 않았고 작은 전투였지만, 가장 힘이 들었던 상황이었다네.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부인을 다시 빼앗아 오는 과정을 겪으면서 전쟁의 방법과 사람을 다루는 비결을 배운 것 같아. 벗어난 방법이라면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되받아 치게. 운명에 순종하지 말고 그것을 이겨내라네. 거기에서 모든 방법, 새로운 방법들이 생긴다네.

(충무공) 나는 마지막으로 백의종군하던 때였다네. 막막하더군. 나의 생명과도 같은 수군은 모두 죽었고, 모친도 저 세상으로 가셨고, 세상에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러다가 나를 깨운 것은 백성들이었네. 백성들을 살리자는 목적이 있었으나, 가진 것이 너무 없어서 망설였다네. 현장으로 가서 맨 몸으로 다시 시작했네. 다행이 12척의 배가 있었고, 그 배로 명랑에서 왜놈과 한판 벌여서 기막힌 승리를 거두었지. 칭기스칸의 말대로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은 맞지만 많은 전력과 행동과 결과에 대하여 심사숙고 해봐야 하네. 며칠동안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생각하다 보면 어느 한 순간에 모든 것이 그린 것처럼 명료하게 떠오른다네.

(백범) 나한테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치하포 사건이후 인천 교도소에서 사형집행을 하던 그날 이었다네. 고종황제의 전화한통으로 사형이 정지되었는데, 그 하루가 정말 길었고 힘들었다네. 죽음에 앞서 나의 생을 돌아보니 그 날 이후 김구는 죽었고, 또 한 번의 새로운 삶을 부여받았다고 생각을 했더군. 내가 사형집행이 정지된 날이 바로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은 날이라고 보면되네

(소전) 저도 백범 선생님의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다.’ 라는 말이 가슴을 치며 들어옵니다. 뭔가 선택을 할 경우에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만 새로운 것을 얻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저의 능력과 재질을 계발하는 것이 가장 큰일이라고 봅니다. 연구원 생활이 새로운 나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좀더 용기 있는 연구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산) 소전선생, 연구원은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네. 나도 유배지인 강진에 가보니 참 어이가 없더군. 나를 다시 깨운 것은 바로 책이었다네. 책을 읽는 즐거움에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네. 가르치는 기쁨도 있더라고, 가장 힘이 들고 큰 고비를 만날 때가 좋은 기회라는 것. 변할 수 있는 순간이라네. 고비를 즐기고 역경을 기회로 삼게나.

5. 죽음에 대하여

(소전) 좀 외람된 말씀이지만, 다산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세분께서는 죽음에 대하여 비밀이 많은 것 같은데요. 충무공께서 자살하였다는 소리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충무공) 다른 사람들이 만나면 가장 많이 묻는 것이라네. 왜 이리들 죽은 사람을 못살게 굴던지..자살이던 타살이던 뭐가 그리 대수라고. 지금도 가끔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백의종군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전쟁의 승패에 관계없이 나한테 돌아올 것이 훤하게 보이더군. 유성룡 영감이 그렇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였지만, 끝내는 정치인들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보고 만감이 교차하더군. 하지만 죽음과는 별개로 나는 왜놈들을 모조리 죽여서 다시는 쳐들어오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고, 그러다가 죽었다고 생각하게.

(소전) 백범 선생님 생각만 하면 너무 슬프고 아쉽습니다..

(백범) 일지에도 적었듯이 중국에서 동포에게 총격을 당한 사건 후에 어머님이 병문안을 해오셔서 하신 말씀이 있질 않은가? 한인의 총을 맞고 살아난 것이 일인의 총에 죽은 것보다 못하네 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대한민국 군인한테 죽은 것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네. 지금 와서 경위를 밝힌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는 바꿀 수가 없다네. 내가 믿는 것은 나의 죽음이 먼 훗날에 나의 소원을 들어주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네.

(칭기스칸) 나는 길에서 죽어서 할말이 없다네. 후계자를 선정하지 못해서 조금 후회는 하지만, 그것이 나의 운명이니 어쩌겠는가. 혹 자네는 나를 음해하는 세력들이 여자와 자다가 죽었다는 소문을 냈다고 하던데. 그런 헛소문에 현혹되지 말게나.

6. 깜짝 이벤트 - 역사속의 인물들이 만나고 싶은 역사속의 인물들.

(소전) 오늘같이 귀한 시간에 한 가지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분의 책을 읽다가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그 당시에 대립의 관계나 경쟁의 관계에 있던 사람들과의 실제 관계가 궁금했습니다.
충무공과는 선조임금과, 다산 선생은 이기경과, 칭기스칸은 자무카와 백범 선생은 운암선생과의 만남을 한번 주선해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넷 모두)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소전 자네가 알아서 하게.

(소전) 그러면 선조임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잠시후 선조임금이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선조) 충무공 오랜만이네. 자네의 화려한 등장과 드라마도 잘 보았고, 김훈씨가 쓴 칼의 노래에서 자네의 심도있는 이야기를 잘 보았네. 처음에는 후손들의 평가가 견디기 힘들었다네. 후손들의 평가는 자네의 리더십과 군권에 대한 나의 견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나도 전란 내내 심기가 불편하였다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적통을 이어받지 못하여 왕으로써 힘도 부족하였고, 왕을 물려받은 초기에 채용하였던 많은 인재들이 사림과 훈구로 나누어진 정국에서 나로서도 한계가 있었다네. 조일전쟁때 내가 좀더 리더십을 발휘하고 용기를 가졌다면 더 빨리 전쟁이 끝이 날수도 있었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후회가 된다네. 내가 왕으로 있던 시대보다 충무공 자네가 더 많은 인기와 정당한 평가가 있어 마음이 조금 편하구만.

(충무공)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저의 정당한 평가라니요. 성은을 입어 파격적인 승진을 하여 전라좌수사에 임명을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강산이 왜놈들의 손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소전) 지금은 보통사람이 대통령이 되던 시대이고, 그 당시에는 왕권이 전권을 가진 서로 다른 상황에서 잘못된 통치행위를 가지고 임금을 일방적으로 욕되게 하는 것도 불충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칭기스칸) 내가 끼일 자리는 아니지만, 내가 정복한 대부분의 나라가 바로 조선과 같은 상황이었소. 변화와 혁신이 없는 계속 그런 태평성대가 지속될 것 같았고, 어느 누구하나 위험을 예견하지 않았소. 선조와 이순신 장군의 관계가 질투와 시기로 보는 견해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오. 그래도 선조는 한 나라의 임금이었소. 또한 조선이전인 고려시대에도 28년간 항전을 하였지만 끝내 항복을 한 적이 있질 않나? 나에 대한 평가도 내가 살았을 당시에는 한마디도 못하던 사람들이 내가 죽자 악평을 한 적이 있다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 맞다고 보네.

(소전) 너무 첨예한 이야기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개인적인 추정의 논리로 단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좋은 교훈을 배웠으면 합니다. 이렇게 선뜻 초대에 응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조임금님

(다음에는 칭키스 칸의 친구인 자무카가 눈물을 그렁거리면서 등장한다. 칭기스칸이 몸소 앞으로 나가 서로 얼싸 안는다.)

(자무카) 잊지 않고 불어줘서 정말 고맙다. 친구야. 너와 내가 마지막 만나던 그날 사실은 너의 제안에 솔깃했었다. 하지만 걸어온 길이 너무 멀었다. 딸린 식구와 부족들이 없이 친구와 친구대로 만났더라면 너와 함께 한 세상을 살고 싶었지만, 한 부족의 족장으로 이름을 걸고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너한테 진 패인이 바로 너의 용병술이라는 것을 알았다. 능력이나 배경으로 보면 내 부하들보다 한수 아래였지만 싸움에서 만난 네 부하들은 참으로 용맹하였고 그런 부하들을 가진 네가 부러웠다.

(칭기스칸) 친구여 그런 소리 하지 말게나. 너는 나에게 새롭게 웅비할 수 있는 둥지와 날개를 주었다네. 그때 네가 나한테 준 은혜가 너무 컸다. 경쟁을 통해서 더욱 나의 조직을 더욱 더 견고히 할 수 있었다. 네 부하들에게 잡혀왔을 때 너무 당황했었다. 천하의 자무카가 부하들의 손에 포박당해 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기는 부족이니 족장 계급도 없으니 못다한 우정을 나눠보자꾸나.
(다시 둘은 서로 안는다)

(이 때 멀리서 이기경 선생이 들어온다. 다산을 보자 슬슬 눈치를 본다)

(다산) (냉랭한 표정으로) 척암선생, 지금 와서 천주학의 모습을 보니 감개가 무량한가? 자네 덕분에 멀리 강진까지 가서 학문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사실이네만 자네의 알량한 학문적 우월감으로 인해서 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다. 약전형님도 승훈 매형도 다 죽었고 다 잊었다. 하지만 너한테는 잊지 못할 한가지가 있다. 겨우 종교가 아닌 순수한 한문으로서 연구한 천주학으로 너의 이름을 알렸을지는 몰라도 그놈의 벽위편은 무엇 때문에 남겼단 말이냐? 성리학의 우수성으로 천주학을 이기려 하였단 말이냐? 아니면 나를 없앤 그 기념으로 간직하기 위하여 지었단 말이냐?

(이기경) 할말이 못하고 슬슬 피해 도망을 놓는다.

(운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들어온다.)

(백범) 오랜만이네 운암. 늘 한번 보고 싶었네. 삶과 죽음을 떠나서 만나니 과거지사가 생각나는구만. 나는 내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믿네. 자네가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네. 내 꿈대로 공산주의자나 여하한 주의자를 막론하고 외곽을 벗기면 동일한 피와 언어와 조상과 도덕을 가진 한민족의 나라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하여는 아쉬움이 많다네. 이념적인 대립으로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싸움을 했다는 것이 너무다 마음이 아프다네. 또 자네의 망명생활도 그렇고.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니 그 혼란의 시기가 참 중요했던 시기였고 신중한 결단을 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나는 나의 자랑스러운 후손들이 정말로 대견하다네. 어서 통일이 되어야 할 텐데..

(운암) 자네한테는 참 할말이 많네. 이념이 아닌 동지로 생각을 하였고 일본이라는 공동의 적을 싸운 전우였는데 , 먼저 가게 해서 미안하네 그려. 건국의 책임자로 그러한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꼈네 그려. 정작 우리 둘이 이념 때문에 맞지 않았음에도 나는 한 가지 주의만 있으면 나라가 잘 돌아갈 줄 알았네. 미국이 그러하듯이 미국식 자본주의를 가지면 온 백성이 잘 살줄 알았네 그려.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서야 다양성이 중요한지. 그러한 국민적 합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네. 그리고 내가 조금 양보를 해서 자네 같은 투철한 행동주의자를 부통령이나 총리로 임명해서 나를 도와주었더라면 참 좋았을 걸세. 나도 역시 후손들이 자랑스럽다네. 세상에서 우뚝 서지 않은가.

7. 저를 비롯한 연구원들에게 들려줄 한마디 말에 대하여

(소전) 저는 네분과 관련있는 사람들을 불러놓고도 걱정을 참 많이 했습니다. 특히 다산 선생님은 워낙이 잃은 것이 많았기에 부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척암선생님이 너무 눈치가 빠르신 것 같습니다. 이제 서서히 먼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저를 비롯한 연구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칭기스칸) 리더가 되고 싶다면 자기절제를 하게나. 특히 자만심과 분노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만심을 누르는 것은 들의 사자를 제압하는 것보다도 어려우며, 분노를 이기는 것은 가장 힘센 씨름꾼을 이기는 것보다 어렵다네. 자만심을 삼키지 못하면 남을 지도할 수 없음을 명심하게나.

(충무공)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늘 절박한 마음으로 열심히 정진하게나

(다산) 책에서 눈을 떼지 말도록 하게. 책에 세상의 모든 보물창고가 다 들어 있다네

(백범) 조국이 하루 빨리 통일이 되도록 노력해 주게나.

네 분에게 배웅의 인사와 6월 내내 그분들과 함께 있음을 감사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단잠에 깨서 보니 다시 내 방이다. 밤새도록 꿈을 꾸었고 묻고 또 물었다. 6월의 만난 역사속의 영웅들은 커다란 획을 그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최고의 것을 세상에 아낌없이 주었다. 세상은 그들을 때로는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갔으며, 그들 인생을 거칠게 다루었다. 하지만 그들은 시대에 순응하지 않았다. 시대를 뛰어넘었다. 광활한 영토에서, 수많은 책속에서 바다위에서 만주에서 훨훨 날았다. 그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비관하지 않았다. 고난을 슬퍼하지 않았다. 꿋꿋이 일어났으며,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났다. 그러한 나는 어떠한가? 그렇게 절박했는가? 그렇게 힘들었는가? 나라면 그렇게 살수 있었을 까? 사는 흉내라도 낼 수 있었을까?

다시 새로운 답을 얻었다. 다시 수많은 질문은 얻었다. 위인이라는 업적속에 숨겨진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았다. 답을 찾은 대신 많은 질문을 얻은 것을 몸으로 움직이면서 행동으로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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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16 00:32:17 *.72.153.12
수업에서는 들을 때는무척 재미났는데, 눈으로 보니 반감되네요. 역시 읽어주시는 게 더 좋아요.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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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7.18 18:59:38 *.99.242.60
나도 그 이유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라오.
수업때 읽었을 때는 나도 신이나서 막 읽었는데,
막상 정리를 할려고 하니 영 막히는 부분도 많고,
사람들 등장도 영 개운치가 않네요.
그래도 영웅들을 만났다는 것.
어려지만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햐서
기분이 좋았어요.
또 각기 다른 사람들의 대화도 경청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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