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최정희
  • 조회 수 2312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7년 7월 16일 09시 01분 등록
[ 모임명 : 풀밭을 사랑하는 모임 ]
정기모임 결정 사항 알림
일 시 :2007. 07. 01
장소: 대관령 목장
결정사항 :
1. 30박 31일 일정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 걷기여행)
2.여행 인솔 및 책임 : 최정희 총무 - 다산 정약용, 그 외 칭기스칸, 백 범 김구, 이순신
3.출발일시 : 2007 07. 08 인천공항 2층 대합실 G와H 사이 14시 까지 집결

그동안 몇 번의 정기모임을 통해 우리의 주 관심사인 ‘생태보전’에 대해서는 몇 번의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인생사를 비롯한 개인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기 때문에 인생의 중반기에 접어든 우제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함에 있어서 하나의 길라잡이를 찾고자 걷는 중간 중간에 몇 가지 질문지를 만들어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본 산티아고 여행의 특징이 다른 순례자들과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언제 누가 우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올지 아무도 모른다.

2007. 07. 14
밀밭을 양 사이에 두고 걷는다. 황금빛 밀밭을 지나온 바람이 구리 빛으로 변한 우리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바람 속에 포도 향이 숨어 있다. 출발지 생장피드로프를 떠난지 5일 째, 칭기스칸은 벌써 지쳤다. 무릎 통증이 심하단다. 그러나 순례의 길을 멈출 수는 없다. 알베르게를 나선 시각이 새벽 5시었으니까 3시간은 족히 걸었다. 시장기가 돈다. 잠시 올리브 나무 그늘아래 쉬기로 했다. 10킬로그램이 넘는 가방을 내려놓으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의 문을 두드린다.
가. 질문1
우제 : 산티아고를 향해 가고 있는 5일째 되는 날이군요. 여러분들의 순례의 목적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나요?
정약용 : 떠날 때는 ‘종교적인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야고보가 예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예루살렘에서부터 걸어왔던 길, 이 길은 바로 그 길이였지요. 그래서 첫날은 매형 이승훈을 비롯하여 조카사위 황사영, 형 약전 등을 가슴에 담고 출발 했더랬습니다. 그러나 하루를 걷고 나서 매형을 떠나보냈습니다. 내 영혼을 가볍게 하고 싶었지요. 다음 쉼터에서는 형을 비롯한 내가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을 모두 떠날 보낼 작정입니다. 저를 다들 경학자, 예학자, 실천적 교육자 그리고 의학자 , 과학자라고 칭송하지만 이 길을 걸으면서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니 나는 줄곧 말로, 글로 가르치려고만 했네요. 현장에 뛰어들지 못했어요.
나라고 이 고행길이 왜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내가 살았던 그 수많은 촌부들의 노동의 힘겨움을 생각하면서 기꺼이 달게 받아들였습니다. 저 영혼이 점점 맑아갑니다. 이 길을 걷는 목적이 종교적 이유가 아닌 ‘영혼의 치유’라고 수정해야겠습니다. 몸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왜 천국행이 많은지 이제 알았습니다. 체득하는 인생, 행동하는 삶, 현학적 글 놀음보다 수백 배 값어치 있습니다.

칭키스칸 : 발바닥에 물집이 7개나 생겼습니다. 무릎통증은 갈수록 심해지구요. 말을 타고 달려버리면 한 방에 달아날 길을 왜 걷고 도 걷는지 모르겠습니다. 동행하는 몇몇 사람을 비롯한 노랑머리, 빨강머리 저 사람들, 왜 나의 말발굽아래 있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걷기는 왠 그렇게 천천히 걸어요. 말은 지독스럽게 많구요. 그러나 150킬로미터를 걸어온 지금, 저들이 그냥 걷는 것은 안라는 생각입니다. 다산선생이 앞서 이야기 했듯이 무엇가가 있을 것입니다. 보셨다시피 저의 발 물집과 무릎 통증은 걷기 첫날 저의 달리는 습관으로 인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달리듯 걸었던 것이 화근입니다. ‘달리고 이동하는 것’에서 최고의 답을 찾았 던 저는 걷기를 통해 무엇가를 새로이 찾고자 합니다.

최정희 : 저도 급하게 달려보았습니다. 그러나 집사고, 차사고, 나서 돌아보니 달린 사람이나 천천히 걸어온 사람이나 결과는 같더군요. 두 아이 엎고 달릴 때 아이들이 불안해 했던 모습을 돌아보니 참 미안하네요. 걷다보니 달릴 때 보이지 아니하던 것이 보이더군요. 초고속 인터넷에서 찾지 못했던 해답이 길가에 있고 걷다보면, 나의 내면에 모든 해답이 있더이다. . 달리지 말고, 그늘에 앉아 쉬면서 걸으면서, 땀 흘리면서 해답을 구해보십시다. 신이 자연 속에 모든 해답을 숨겨놓았다는데 우리 걸으면서 함께 찾아보지요..

나. 질문2
산타아고를 향해 출발한지 8일째 되는 날 우리의 동행이 생겼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여대생이다. 우리 일행과 하루를 함께하기로 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잃었단다. 이 길은 그녀의 슬픔의 치유길이다. 하루를 마감할 때, 그녀는 석양을 등지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온 슬픔을 다 토해내었다. 10분 후의 그녀의 얼굴에는 말 못 할 평화가 깃들었다. 안녕을 고하면서 그녀가 던지고 간 말이다. ‘ 전쟁, 싸움, 인간의 욕망 그리고 허망한 것들 이러한 언어를 조합하면 뭐가되지요. 인간들을 싸움은 무엇을 위한 싸움일까요?
이순신: 나의 삶에 있어서는 ‘효자충신’이 제 일의 덕목이었습니다. 나의 중심은 나의 국가위에 서 있었지요. ‘세계인’을 내 중심에 두기에는 시대가 허락지 않았습니다. 전쟁터에서의 살생은 천국 가는 길에 장애요인이 아니 되는 줄 알았는데 그 착각이더군요. 왜놈을 비롯한 명령 불복종을 가차 없이 처단한 저는 그것이 용기요 나라를 위하는 일의 저부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내가 죽인 일인의 여인이 저 팔레스타인 여인처럼 통곡하리라는 생각을 미쳐 못했어요. 세계에서 전쟁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언어로 행동으로 인간의 욕망을 잠재울 시간입니다. 욕망을 쫒아 갈 것이 아니라 모든 문명의 흐름의 방향에서 거꾸로 걸어가는 용기를 발휘해야 할 시간입니다. 제 삶은 결코 만족스러웠던 것이 아닙니다.

김구 : 전쟁, 싸움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저의 ‘백범일지’에서 말했듯이 그것은 ‘높은 문화’가 해결해 줄 것이며 서두름을 멀리하고 최소한의 욕망을 채워주며 서로 돌아보고 보듬을 때
싸움, 전쟁, 죽음은 한걸음 뒤로 물러설 것입니다.

최정희 : 현재의 싸움은 생존의 위해서 보다 ‘더 많이, 최고, 최강을 위한 싸움입니다.
말하자면 인간의 욕망을 쫒아가기 위한 싸움과 전쟁이지요. 전쟁 뒤는 참담한 슬픔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앞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고 있습니다. 브래이크가 필요합니다. 그 브래이크의 이름은 ‘돌아보기’ 이지요. 조국을 위함에서 떠나 ‘세계인’이 되는 것이 전쟁의 종말을 위한 ‘서곡입니다.

반갑기 그지없다. 부르고스의 알베르게에서 1988년생의 한국인 여학생을 만났다. 그녀는 단번에 우리 모두를 알아본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과일 몇 개를 저녁으로 하고 우리는 마을을 접어들어 길을 걷는다. 걷는 것에 익숙해졌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그녀의 최대 관심사는 이 번에 처음으로 선거권을 행사하는데 있다. 그것도 대통령 선거다.
다. 질문 3
학생 : 이 번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기준으로 인물을 바라보아야 할까요?
정약용 : 인물의 주변에 몰린 사람을 잘 살펴 보십시요. 그들의 알려진 이름과 실제 삶이 같은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 다음 지도자가 그들을 보는 눈이 있는지 더더욱 자세히 보아야 하지요. 수재를 시골 샌님으로 만들지나 아니할지 염려하고 뽑으십시요.

김 구 : ‘아름다운 나라’ ‘다 같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사람이 누군지를 보세요. 몇 몇 사람의 나라가 되면 아니됩니다.. ‘ ...한 국가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사람보다 ‘..한 나라 어떻습니까? 저와 동참할 분은 손을 내밀어 주십시요. 함께 나아갑시다.’ 하는 사람이 바로 참다운 지도자 입니다.. 그러나 말의 사악함에 넘어가지 말기를 신신당부합니다.

최정희 : 위의 두 분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되 믿으세요.
공약이 너무 많은지도 알아볼 일입니다. 이 번의 선거는 우리 모든 역사를 돌아보고 그 향기가 뿜어내는 심연에로의 초대에 들어가는 것 일 것입니다. 그 다음 우리 본질을 찾아갈 ‘방향’의 선택이겠지요. ‘새 시대’라는 방향성에 내가 동참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 잊지마십시요..
이순신 : 다 좋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무능하여 당장의 양식거리가 없으면 자식을 어떡하겠는지요. ‘강인함’ ‘추진력’, 그리고 냉철한 현실을 바라보는 지도자야 합니다. 전략이 치밀해야 이 냉혹한 국제 현실에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부강한 국가로 만들 수 있나, 우리나라를 잘 지킬 수 있나 보세요.

칭기스칸 : 함께 뛸 수 있고 달릴 수 있는지 보세요. 앉아서 호령하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지요. 그리고 지도자는 믿을 수 있는 아랫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진실한지 아니면 잠시 모여든 사람들인지 알아보는 것은 당신의 몫입니다.

라. 질문 4
최정희: 우리 한국은 100을 번다면 20은 먹는데 사용하고 15는 먹은 것 배는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에 대한 해결 방안은 무엇이옵니까?

정약용 : 굶어 죽는 자는 게으름에 대한 벌이라고 내 자녀들에게 말했지요. 그러나 그것은 부분에 불과하더이다. 10만 먹고 10은 돌려주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20이 우리의 몫이 아니오이다. 10은 빼앗아 온 것, 그리고 잡식성보다 초식성이 더 좋소이다.

김 구 : 반반씩 나누어 드시오. 나누면 배는 더 부르고 , 굳이 뺄 필요가 없소이다.. 윤봉길이 저 혼자 나라라서 목숨 걸었더이까. 우리 주위의 굶주린 자도 우리의 생명 끈이외다.

최정희 : ‘먹음’의 즐거움 대신 ‘나누어 주고 바라보는 즐거움’을 찾는 것의 중요함을 아는 것을 이야기 하시는 거죠? 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잘 되지 않는 일, 곧 도를 실천하는 일이겠지요

마. 질문5 ( 산티아고 걷기 20일째, 영국 고등학생이 동행하다가 던진 질문)

인생을 걸어오리까, 뛰어가오리까?
이순신: 타기도하고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여라. 그래야 삶의 모습을 다볼 수 있다.
칭기스칸 : 타고 달려라. 그러나 내가 가지 않았던 길이 있느니 그 길이 곧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다. 이 길에도 해답은 있을 법하다. 하루를 굶었더니 지나가는 순례자가 건빵을 주더구나. 달게 먹었다. 그리고 걸어가니 쫓아오는 자 없다. 내가 달리니 뒤쫓는 자가 그렇게 많았는데.
우 제 :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여라. 그러나 내 경험으로는 걷기가 진수더라. 그렇다고 타거나 달리기를 가금 해보지 아니하면 걷기가 좋다는 것을 망각한다는 사실.

바. 질문6
울란바토르 대학생
한국은 우리의 선망입니다. 한국을 뒤따라 볼까요? 아님은 우리 안에서 참다운 삶의 방법을 찾을까요?
칭기스칸 : 한국은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멈추어야한다.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한 잔의 차를 음미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너 안에서 해답을 찾아라. 우리는 태초부터 달렸지만 한국은 아니다. 그냥 남이 달리니 함께 달린다.
우제 : 너 안에서 해답을 찾고 천천히 나아가라. 달림의 끝이 어디더냐. 서두르지 말아라. 천천히 찾아라. 너의 조상 칭기스칸도 지금 걷고 있다. 천천히 그것도 아주 천천히

김구 : 걷되 눈 크게 뜨고 걸어라. 두리번 거리고 있는 사이 너희를 넘보는 자 분명 있으리라. 사람을 무조건 믿지 말라.

산티아고 걷기여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순례가 끝나고 난지 칭키스칸은 과연 어떠한 느낌의 글을 쓸지 궁금하다. 우제도 나름의 길을 찾는데 커다란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하고 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IP *.114.56.245

프로필 이미지
도윤
2007.07.19 11:36:03 *.249.167.156
발표를 들으면서 두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산티아고는 어떤 풍경의 도시일까? 우리와는 정 반대편에 있는 도시라, 나도 참 가보고 싶으네.. 또 하나는, 천하의 위인들도 거침없이 이끌고, 가르치는 것을 보니 천상 선생님이시구나. 하는 생각^^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52 [칼럼 17] 나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7] 海瀞 오윤 2007.07.09 3586
4951 [칼럼017] '강점'이 화장실에 빠진 날! [10] 香山 신종윤 2007.07.10 2946
4950 (018) 나는 정상일까? [9] 校瀞 한정화 2007.07.12 3020
4949 (18) 역사속 영웅들과의 대화 - 옹박편 [1] 박승오 2007.07.14 3054
4948 [칼럼 18] 눈물 흘릴 줄 아는 마음 좋은 현명한 실천주의자 [2] 海瀞 오윤 2007.07.15 2474
4947 (18) 그들에게 물었다. [3] 香仁 이은남 2007.07.15 2216
4946 (018) 방황하는 젊은이 따듯한 영웅들을 만나다 校瀞 한정화 2007.07.15 2166
4945 [칼럼18]일장춘몽 [2] 素田최영훈 2007.07.16 2319
4944 [칼럼 18] 21세기에 나누는 역사 속의 위인들과 대화 송창용 2007.07.16 2335
» 위인과 함께 산티아고를 걷다. [1] 최정희 2007.07.16 2312
4942 -->[re](018) 4人4色 : 낙서 [4] 한정화 2007.07.17 2549
4941 (17) 네 인생을 껴안고 춤을 춰라 [8] 素賢소현 2007.07.17 2773
4940 [칼럼018] 영웅들에게 길을 묻다. [2] 香山 신종윤 2007.07.17 2171
4939 [18] 4人의 사내들과의 은밀隱密한 대화 [2] 써니 2007.07.17 2369
4938 (18) 내 안의 그분들을 만나다. 時田 김도윤 2007.07.18 2523
4937 -->[re](18) 덧붙임 - '죽음'과 '풍경' [4] 김도윤 2007.07.19 2118
4936 [칼럼 19] 글이 살아 숨쉬는 소리 [7] 海瀞 오윤 2007.07.20 3068
4935 (19) 독자의 귀를 쫑긋 세우려면 [8] 박승오 2007.07.20 4582
4934 (19)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6] 교정 한정화 2007.07.21 5477
4933 (19) 내 안의 당신 [4] 香仁 이은남 2007.07.21 2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