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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7일 21시 25분 등록
6월에 한 달간 우리는 4분의 역사 속의 인물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한 시대를 장엄하게 통치하거나 꿈을 키우며 개인의 역사는 물론, 시대를 변혁시키는 일에 앞장 선 인물들이었습니다. 대부분 글을 통해 자신들의 후손에게 그들의 남다른 신념과 소신, 인생의 경험담 등을 진솔하게 남겨주었습니다. 나라를 통쾌하게 지배하거나, 때로는 장부의 눈물을 쏟으며 오열하는 인생의 굴곡을 견딘 일화들을 털어놓으며, 후대에 길이 남은 영웅들의 삶과 세상살이였습니다. 오늘은 그분들을 모시고 차를 나누며 담소를 나눠볼까 합니다. 이 시간과 함께하며 이 자리를 지켜보시는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그들과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기로 하겠습니다.


주제 하나. 당신들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었으며 스스로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시나요?

징기스칸: 처음에 나는 세계를 지배하는 영웅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여 초원을 본능적으로 강하게 질주하며 오직 불굴의 신념과 투쟁으로 정벌의 희열을 맛보며, 당당하고 거칠게 숨 가쁘고도 긴박한 삶을 살았지요. 그러나 내 마음 깊숙이에는 따뜻한 정주마을에서 말이나 소 등의 가축들을 키우거나 농사지으며 다만 한가로이 평온하게 살고 싶기도 하였소.

몇 가지 불편을 제외하면 차라리 지금보다 그때가 더 풍부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에 좋았고, 그것들이 주는 천혜의 혜택과 향유를 나는 실컷 누리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나의 궁극의 신념은 내가 지배하는 모든 영토와 더불어 가장 평화로이 유유자적하며, 인생을 마음껏 편히 쉴 수 있는 제국을 만들고 싶었소. 여러분들께서도 책을 통해 익히 아시다시피 쿠빌라이처럼 모든 종교가 벽을 허물고 서로를 인정하며 어울리도록 하고 싶기도 하였소.

써니: 네, 우선 징선생의 허를 찌르는 듯 예상 밖의 말씀에 약간 의아한 감이 없지 않으나, 한편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며, 몽골제국이 이루어낸 일련의 통치이념들이 기억에 떠오르는 군요. 그 부분 몹시 감동적이었습니다. 정말 그 정도라면 마르코 폴로의 주장대로 아담의 시대 이래로 지상의 낙원이라 할 만하지요. 그러면 이 자리에 함께 계신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의 몇 구절을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어떠십니까? 여러분, 좋으시죠?

모인 사람들 : (아주 큰 소리로) 네.

써니: (미소를 띠우며) 역시 멋진 분들이 함께하시는 자리이니만큼 힘이 절로 납니다. 우리도 몽골제국의 징기스칸처럼 질주하듯 말달리는 상상과 더불어, 르네 구르쎄가 그의 저서『유라시아 유목제국사』에 담은 가장 기억에 남는 몽골제국의 통치이념과 체제의 한 단면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장면은 책의 7장 쿠빌라이와 중국의 몽골 왕조편에서 <쿠빌라이의 정치 : 몽골과 중국의 정책>을 담은 내용입니다.

전중국의 소유자, 투르키스탄과 몽골 지배하에 있는 러시아의 이론적 종주, 그리고 이란의 진정한 종주인 쿠빌라이는 마르코 폴로가 진술한 대로 진정코 ‘위대한 주군’, ‘아담의 시대 이래 오늘날까지 일찍이 세상에 나왔던, 사람과 땅과 보물의 가장 강력한 주인’ 이었다. p427

상처를 아물게 하는 그의 통치는 한 세기에 걸친 전쟁의 상처를 붕대로 감쌌다. p427

그는 땅을 정복한 다음에는 마음까지 정복했으며, 그가 명성을 주장할 만한 가장 큰 권리는 아마 그가 역사상 중국 전역을 정복한 최초의 사람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중국에 평화를 회복시켰다는 사실일 것이다. p427

다음 구절은 <쿠빌라이와 계승자들의 종교정책 : 불교> 편에 실린 내용입니다.
쿠빌라이는 마르코 폴로가 명백하게 진술한 대로, 1279년 무슬림관습과 상치하는 가축 도살과 관련된 칭기스칸의 규율을 잠시 부활시켰고, 한때『쿠란』이 무슬림들에게 부과한 ‘이교도들’에 대한 성전수행의 의무에 대하여 극도의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모든 종파에 대하여 폭넓게 관용적이었다. p429

써니: 그가 중국에 평화를 회복시켰다는 사실과 모든 종파에 대하여 폭넓게 관용적이었다는 부분이 전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이장군께 마이크를 옮겨 보도록 하지요.

이순신: 나는 그저 무인으로서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마땅한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소. 사나이 장부로 태어나 나라 위해 한 목숨 초개와도 같이 버릴 수 있는 것이라 늘 염두에 두었소. 나는 여한이 없소. 내 힘껏 다 살아냈고, 더군다나 생각지도 못했거늘 후대에 이르러 나의 사람됨이 널리 현양顯揚되고, 나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여 줌은 물론, 영광스럽게 칭송하여 주고 있으니 내 무엇을 더 바라겠소. 나는 죽음으로써도 내 삶을 더할 나위 없이 충분이 행복하게 만들었소. 이만하면 가히 만족하오.

다산: 내 인생은 그야말로 한 많은 인생이었소.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굴절의 인생을 경험하며 운명의 길을 거치는 동안, 그나마 나는 삶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찍이 깨달을 수 있었소. 더군다나 멸족하고야말 생사고락生死苦樂에 처하고서는 내 인생과 삶의 애련함에 목이 멜 정도로 감사와 기쁨의 은혜로운 나날을 보내기에 이르기까지 하였소.

그리하여 비록 당장에야 어쩔 수 없이 아무런 쓸모도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신념과 꿈을 잃지 않고 내 마음을 수양하며 기꺼이 최선을 다해 성실히 집필하기에 이르렀으며, 후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기쁜 마음으로 저술하여 남길 수 있었소. 나는 삶이 곧 천국이요, 나의 참된 하루가 바로 이 나라의 왜곡된 역사와 새로운 전통을 세워나가는데, 일조하는 것이리라 굳게 믿고 또 믿었소. 게다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미 천주의 힘과 사랑이 지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오.

써니: 네, 이 대목에 이르니 구선생님의 주장대로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을 치열하게 찾고 갈고닦아 빛내며 이승에서 다 쓰고 가자는 말씀과, 부산의 초아선생님께서 이르시는 바, 삶이 곧 극락이요 죽음은 쉬러가는 즐거운 여행이라 이르시는 가르침이 절로 생각이 나는군요.

향인: 써니, 내가 중간에 말 끊지 말라고 그랬지. 아직 다산선생 말씀 다 안 끝났어. 얘.
MBTI 분석에서 우리 I들은 절대 안 그러는데, 저 대책 없는 E들은 중간에 꼭 끼어들어요.

써니: 아, 알았어. 쳇, 자기도 E면서...

향인: 어? 어, 근데 그거 말이야, 신뢰도가 무척 낮게 나왔거든, 그래서 믿을 만한 것이 못돼. (그녀 특유의 가느다란 눈뜨기와 입술 모으며 눈으로만 웃기 작전에 돌입)

써니: 얼씨구? 자기가 카멜레온처럼 요리조리 변신에 능한데다가, 그 카리스마(칼 있음)로 무게를 잔뜩 잡는 바람에 사람들이 헛갈리고 있을 뿐, 내 눈은 못 속여요. 얼른 마음껏 벗어보시오.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칭송받을 것이야.

향인: 그, 그래. 그렇다면야. 좌우당간 다산선생 왜 이렇게 말씀이 기시와요. 빨랑빨랑 얼른 후다닥하고 우리 맛있는 와인파티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저가 손수 복분자주도 준비해 오는 센스를 발휘했답니다.

모두 들: 하하하, 호호호, 짝짝짝....

다산: 이거 분위기가 너무 빗나가는 바람에 좀 멋쩍게 됐소만 계속 아까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미처 조정에 나아가 내 신명을 다 하여 목민을 다스리지는 못하였으나 최선을 다한 삶이었기에 아쉬움은 없소. 인생이란 각자가 저마다에게 주어진 길을 사는 것 일뿐, 그밖에 다른 무엇이 있겠소.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몹시 안타까워하며 몸은 매어있어도 마음은 한량없이 무한창공無限蒼空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나름 즐거운 인생을 살았소. 만약 다시 한 번 삶이 내게 주어진다면 내가 정립해놓은 그 많은 이론들을 바탕으로 일상적 취향과 철학으로 삼으며, 정책에 입안하여 멋진 나라를 만들기에 힘껏 살아보고 싶을 뿐이오.

써니: 다산선생께서는 당시의 상황으로는 성공적인 삶이라고 할 수 없어, 역시 개인적인 아쉬움을 토로하시는군요. 심서로만 남길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철학으로 투영하여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며 일선을 개혁해 나가지 못한 안타까움이 왜 없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선생의 어떠한 역경에 처하여서도 굴하지 않는 정신력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묵묵히 행하신 그 열정과 꿈은 선생의 열망과 의지대로 후대에 이르러 가히 더욱 빛나지 않습니까. 훌륭한 인생을 사시었습니다.

다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구료. 감사한 일이지요. 고맙습니다.

백범: 모두 아시다시피 나의 소원, 내 삶과 꿈은 오직 우리나라 조선의 자주독립이었고 하나 된 통일 국가였소.
자유대한의 땅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 나가며 사는 남한의 사람들이야 조금 덜하지만 북한에서 억압된 공산주의체제의 한계상황을 겨우 살아가는 북한의 동족들이야말로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하겠소. 어서 하나 된 통일국가로 거듭 나아가 민족의 대 숙원을 완성할 수 있기를 땅속에서나마 길이 외치고 있는 나의 심정을 깊이 헤아려 주기를 바라는 바이오. 오천년 유구한 역사와 통일을 이루어 찬란히 빛날 우리 대한조국이 되는 날, 나는 그때야 비로소 눈을 감고 편히 쉴 수 있을 것이오.

써니: 네... 우리 조선의 독립에 그토록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으시고 공헌하시었건만, 독립은 하였으되 끝내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맞이해야 했던 안타깝고 비통한 심경이 아직도 생생이 남아계시는 군요. 통일이 아니고는 완전한 자주독립을 이루었다 하기에 미흡함이 남아있는 작금의 상황을 온 국민이 깨닫고 절실히 원하는 날, 그리고 선생의 그 통렬한 염원이 뜻을 발하는 그 날이 하루 속히 다가오기를 저히도 간절히 바랍니다. 하여 당신의 뜻이 이 세상에 완전히 명맥을 드러내는 힘찬 그날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살아 생전처럼 저희를 일깨우는 그 마음 그대로 간직하사, 부디 남은 꿈을 이루실 수 있도록 저희에게 힘과 깨우침을 주소서. 저희 또한 선생의 뜻을 살펴 헛됨이 없도록 하기에 게으르지 않기를 글로나마 조아림이오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찬란한 그날이 기어이 오고야 말지 않겠습니까.

백범: 그래야지요, 그래야 하고 말고요. 그때야 비로소 이 몸이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오.


주제 두울. 당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였나요?

징기스칸: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쿠쿠추의 아버지인 현명한 노인 뭉릭이었다고 역사는 말을 하더군요. 그러나 내가 사랑한 사람은 나의 아내 부르테라고 말하고 싶군요.

써니: 네, 그러시군요. 뭉릭은 확실치는 않지만 과부가 된 당신의 어머니 후엘룬 에게와 결혼하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지요.(p 321) 징선생께오선 책의 두께와 상관없이 언제나 그 대답이 단순하고 명쾌하십니다. 제국을 이끈 대단한 힘이 오히려 간결한 단순함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럼 백범선생께서는 누구를 꼽으시겠습니까.

백범: 내가 가장 사랑한 분들은 당연 가족이지만,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이 막연하기 그지없고 답답한 한낱 인생길에서 헤매일 때에, 나의 목마른 삶을 이해하고 내가 그나마 사나이 대장부로서 뜻을 세워 내나라 조국을 위해 큰일을 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 스승 고능선선생과의 만남은 개인사의 한 분수령分水嶺이요, 그분을 생의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뽑고 싶습니다.

써니: 네. 그러하시겠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철없이 세상을 살다가, 인생의 중년에 이르러 난데없이 소용돌이를 만나 삶의 길에서 허덕일 때에, 평생의 염원이던 스승 한 분을 모시게 되어 남은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답니다. 하여 백범선생께서 스승 고능선과의 만남을 인생 최고의 존경하는 인물로 뽑는 것이 진심으로 이해가 됩니다.


주제 세엣. 인생에서 가장 기뻤거나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징기스칸: 사랑하는 내 아내 부르테를 적들로부터 다시 찾은 그 순간이었습니다. 지극히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하기위해 적을 쳐부수고, 나에게 사랑과 기쁨의 얼굴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아내를 바라보는 내 얼굴이 그녀만큼이나 뜨겁게 기쁘더이다.

다산: 귀양살이에서 풀려날 때 한편으로 기쁘고도 허허롭게 만감이 교차하더이다. 나는 책을 보고 쓰면서 나름대로 주어진 일생을 즐겁고 기쁘게 살려고 최대한 노력하며 감사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많은 인생을 덧없이 살다가 죽어간 내 형제들과 친지들을 생각하면 한시도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는 생의 애착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더이다.

독서를 통해 책속에서 성현들의 지혜와 슬기를 만날 때 마다, 기쁨과 즐거운 흥에 젖어들어 귀양살이의 답답함과 서러움을 달래고, 삶 전체를 감사와 기쁨으로 받아드리려 의식을 전환시켜 나갔습니다. 하여 귀양살이조차 기꺼이 순응하며 날마다 책보는 즐거움과 기쁨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恨이 한恨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매 순간을 꿈으로 가득한 기쁨을 소망하였고, 마침내 근 500여권에 가까운 책을 집필 해 나갈 때 마다 무엇보다 기꺼이 기쁜 마음 이었습니다.

써니: 네. 모진 현실 속에서 숨통을 티우고, 나름 그토록 일상을 기쁘게 살아갔다고 하시는 말씀에 공감을 합니다. 책과 소통하며 진리를 만나고 깨달음을 얻는 순간들의 기쁨을 감히 이해한다고 하면 너무 외람될 런지요. 하오나, 그래서 결코 외롭지 않으며 꿋꿋한 모습으로 기쁘게 그 많은 책들의 탄생을 이루어 낼 수 있었으리라 가히 짐작을 하고도 남겠습니다.

백범: 첫째는 스승 고능선을 만난 때였습니다. 그리고 상해 임시정부에 현판식懸板式을 거행할 때입니다. 또한 대륙을 진동시킨 두 사건, 이봉창과 윤봉길의 거사로 이 나라 독립을 위해 희생과 헌신으로 역사의 장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를 이룰 수 있었던 일입니다. 기꺼이 사라져가는 젊은 넋들의 찬란한 꿈을 지켜보면서 실로 형용하기 어려운 벅찬 감동을 느꼈으며, 독립에 대한 지고지순至高至順의 처절한 희망과 염원이 담긴 혼연일치된 우리의 불의의 항거는, 치명적인 흥분과 전율로 뼛속깊이 전류가 흘러들게 하고 마침내 활화산처럼 타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인생을 영원한 즐거움과 기쁨으로 영생을 누리듯, 오직 대한독립을 위하여 뜻한바 대로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리면서도 웃는 모습으로 마지막 영정사진을 남겨놓고 간 윤봉길의사의 선택적 삶도 영원한 기쁨의 삶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나 역시도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살아간 매순간 어려움도 많았지만, 나라위한 일들의 감동과 보람이 내 일상을 즐겁고 기쁘게 하였다고 하면, 여러분들께는 이해 할 수 없는 다소 억측으로 보일까요.

이순신: 억측이라니요, 아닙니다. 누가 그리 생각하겠습니까. 저는 무엇보다 모함에서 벗어나 명예가 회복되어, 다시 선조임금의 신뢰와 부름을 받고 왜적을 무찌르며, 소신껏 저의 능력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의미와 기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기쁨으로 인해 그때까지 답답한 가슴이 한편으로 속이 뻥 뚫리면서, 목숨도 받칠 각오로 전력투구全力投球하여 적들과 싸우겠노라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써니: 그러하셨군요. 선조임금께오서 이장군을 좀 더 제대로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을 갖고 있었더라면 속되게 낭비하는 시간 없이 나라와 역사에 길이 빛나는 더 많은 좋은 일을 하고, 개인에게는 큰 기쁨과 영광 또한 더하여 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하지만 오늘날 아쉬울 것 없으리만치 후대에 길이 빛나는 불멸의 영웅이 되었으니, 그 또한 큰 기쁨이 되지 않을 런지요.

주제 네엣. 모두 훌륭한 인생을 살아오신 분들이지만 혹시 일생의 한恨이 되는 상처라도 가지고 계시는 것이 있으셨다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다산: 폐족廢族이 되어 한 집안이 풍비박산風飛雹山에 이름은 도저히 씻을 수 없는 상처입니다. 하루아침에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여 특히나 형제들을 잃는 등의 뼈아픈 상처와 한스러운 귀양살이는 이루다 말로 형용하기 어렵지요. 또한 인명은 재천이라고는 하나 자식을 앞세울 때의 부모의 무너지는 억장을 어찌 다 설명할 수가 있겠습니까.

써니: 그 애타는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다산 선생께서는 그토록 어려운 인생의 고비와 시기들을 남다른 기지와 처세로 당신의 인생을 가꾸며 잘 살아내셨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가 좌절의 늪을 헤쳐 나가기가 여간하여 쉽지 않았을 터인 데, 그 어느 인생보다 귀감이 되는 아름다운 생애를 만들어 내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나 그토록 많은 책들을 남겨주시고 생의 살뜰한 애착을 보여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만, 혹여 외람될 말씀이 될지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여나 죽고 싶은 심정이 들지는 않으시던 지요.

다산: 왜 아니 그랬겠습니까. 여러분들도 보다시피 수천 번도 더한 애증이 교차하는 인생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지 그 어떤 인생도 살만한 것이, 제게 다행이도 글을 쓰는 재주가 있어 나의 신념과 의지를 놓지 않고, 칼을 품고 사대부집안의 명맥命脈을 이어갈 수가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어찌해서라도 그 상황들에 맞서 의연해지고픈 반대욕구도 절로 생겨나더이다.

이순신: 저도 다산선생의 그러한 심경이 절로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굳이 비교한다면야 제 경우가 그래도 다산선생보다야 훨씬 수월하였다고 해도, 원균 등의 모함이며 임금의 오해와 귀양살이 등을 몸소 체험한바 있으니까요. 나라의 국운이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시기에 원수 놈들 앞에서 동료들로부터 하루아침에 배반당하고 소신을 외면당한 채 신념을 굴하여야 하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장부의 설운 한을 뉘라서 짐작이나 할 수 있겠소. 내 인생을 돌이켜보니 누구보다 다산선생의 입장이 참으로 이해가 되오.

백범: 두 분께오서 한을 운운 하시오니 나 역시 국맥國脈의 한을 되새기게 되오이다. 나라가 왜놈의 손아귀에 들어가 식민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구하기 위해 독립운동을 전개해 나가면서, 저도 누구 못지않은 인생의 역경과 한을 남겼지요. 비록 독립을 하였으나, 더군다나 내 동족 믿은 사람으로부터 허망한 죽임을 당함과, 끝내 이 나라 하나가 된 자유대한민국의 건설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 하지 않았습니까. 또한 나라를 살려보자고 가정을 등한시 한 채 제대로 가족을 돌보지 못하거나, 자식을 앞세울 때의 심정 등은 두 분들의 한과 전혀 다를 게 없지요. 물론 후회를 하거나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말이에요.

징기스칸: 저에게도 인생의 고뇌와 한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있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전혀 없이 사막의 불모지에서 태어나, 더군다나 일자무식一字無識의 문맹인文盲人으로 거름마도 익히기 전 떠돌이 유목생활을 하며, 삶이란 것이 또 다른 나를 정벌하는 것으로 시작된 인생의 굴레에서 세계를 정복하기에 이르기까지, 그 숱한 역사를 이루고 맞서 살아낸 동안, 인간적인 한이 없이 어찌 온전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나는 12살에 아비를 여읜 고아가 되어 친척들에게 조차 강도를 당하고, 어머니와 카사르ㆍ카치운ㆍ테무게 3형제와 이복동생들인 벡테르ㆍ벨구데이의 가장으로서 척박한 초원에 버려져 사냥과 고기잡이로 연명하여 살며, 급기야 이복형제를 내 손으로 죽임도 거리낌 없이 자행하며, 겁 없고 기구하게 억측으로 제국을 건설하며 그야말로 한 많은 인생을 살았는걸요.

하지만 내가 산 시대와 현실적 여건이 내게 보여준 어쩌면 당연한 삶이었고, 나로서는 최선을 다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랑일 수만은 없는, 개인적 한이라고 하기보다 인류의 역사가 제시한 한계적인 한恨의 한 저편에 내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써니: 네 분께는 그야말로 남다른 역사와 시대적 한계를 살아간 동안의 동변상련同病相憐의 한이 흠뻑 느껴집니다. 이 대목 아마 이 자리에 초대된 여러분들도 우리와 함께 시대상에 공감하고, 개인에게 제시된 유한한 삶의 선택과 미약한 인간이 겪을 수밖에 없는 운명적 한계를 모색하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제 다섯. 끝으로 오늘을 사는 후손들에게 생활의 지침으로 삼거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써니: 누구보다 다산 선생께서 해주실 말씀이 많이 있으실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만, 다소 시간이 길어 질 수 있으니 우선 백범선생과 변.경.연을 이끌고 계신 일산 구본형 선생께서 먼저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백범: 나의 경우에는 스승 고능선이 내게 해준 말씀을 일생 간직하며 가장 아름다운 정신의 지표로 삼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지를 잡고 나무에 오르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나,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마저 놓는다면 가히 대장부/사람(이)로다. (백범일지 p48)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서산대사의 <답설야(踏雪野)>

일산: 언젠가 나의 칼럼에 인용한 글귀를 짧게 소개하여 드리겠습니다.

“발전은 생명의 법칙이다. 사람은 아직 사람이 아니다.” -로버트 브라우닝

그러면 써니가 좋아하는 다산 선생께로 얼른 마이크를 옮겨 우리도 함께 선생의 귀한 지침들을 귀담아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다산: 이거 왜 이러 십니까들, 이사람 쑥스럽기 한량없습니다. 일산양반이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혁명적 변화경영의 둘째가라면 서러울 분이신데, 오늘날 혼돈의 사회를 살아가는 보다 많은 젊은이들과 목마름을 호소하는 분들께 좋은 말씀으로 인도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뭐 잘난 사람이라고 할 말이 많겠습니까.

다만 누구보다 험난함과 고뇌로 한평생을 살아가게 되다보니 남다른 삶의 애착이 생겨나고, 또한 작게는 한 집안의 가장이요 아비이며, 나아가 한때나마 한 나라의 국록을 먹으며 정책 입안과 결정에 관여하거나 여러 저서를 집필하는 등 일생을 학자로서의 생을 살았으니 조금이나마 해줄 말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특히나 요즘 사람들은 누구보다 현명하고 아름답게 다들 열심히 잘 살고 계신데, 내가 딱히 드릴 말씀이야 뭐가 있겠소만, 저의 두 아들들에게 남긴 이야기나 여러분들께 드릴 말씀이나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으니 몇 가지 일화 등을 통해 일부를 소개하여 드리도록 하지요.

취몽재기醉夢齋記
병이 위독한 사람은 병든 것을 그 스스로 알지 못하고, 병이 들었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은 병이 심한 것이 아니다. 미친 사람은 미친 것을 그 스스로 알지 못하고, 미쳤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은 진짜 미친 것이 아니다. 간사함ㆍ음탕함ㆍ게으름에 빠진 사람은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지 못하며,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잘못을 고칠 수 있다.
굴원屈原은 취한 사람이다. 그는 성질이 강직하고 곧으면 몸을 망치고, 재능이 뛰어나면 끝내 화를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비록 취한 것은 아닐지라도 이 사람은 크게 취한 자이다. p14

장자莊子는 이미 깬 사람이다. 그러므로 아주 장수한 사람과 어린 나이에 죽는 것을 한가지로 여겨 오래 사는 것과 짧게 사는 것을 같은 차원에서 보았으니, 이는 환하게 깨어 있는 자이다. 그러므로 그는 “꿈속에서 또 꿈을 꾼다.”고 말한 것이다. 대체로 몸소 본 것을 또다시 돌이켜 살피면서 말하기를, ‘깨었다惺惺’, ‘각覺했다’. ‘오悟했다’고 하는 것은 깊이 취하고 잠들었다는 증거이므로 스스로 재齋에 취몽醉夢이라고 이름을 붙인 자가 있다면, 이는 혹 술과 잠에서 깰 기미가 있는 사람이다. p15

여유당기與猶堂記
노자老子의 말을 보건대, “겨울에 시내를 건너는 것처럼 신중하게 하고與,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경계하라(猶).”

무릇 천륜에 야박한 사람은 가까이해서도 안 되고 믿어서도 안 되며, 비록 충후忠厚하고 부지런히 노력하여 온 정성을 다해 나를 섬기더라도,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끝내는 은혜를 배반하고 의리를 망각하여 아침에는 따뜻하게 대하다가 저녁에는 냉정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을 알아보려면 먼저 가정에서의 행실을 살펴야 한다. p62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에 대한 우애는 인을 행하는 근본이다. p73

군자가 책을 지어 세상에 전하려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이 알아주기만 하면 온 세상 사람들이 비난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 것이다. p77

써니: 우선 이 정도로만 하고 저처럼 다산 선생을 특별히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선생께서 당신의 저서『다산문선』에 남긴 몇 가지 귀한 글귀들을 더 담아 드리도록 할 예정이오니, 아쉽지만 오늘의 역사 속 영웅들과의 아름다운 대담시간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장시간에 걸쳐 귀중한 말씀을 아끼지 않고 진솔하게 내면의 의식을 나타내어주신 네 분 선생님들과 이 자리를 지켜봐주신 변.경.연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이 시간을 계기로 앞으로도 더욱 좋은 인연 이어나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좀 더 은밀隱密한 대화는 시간부족으로 인해 부득이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였습니다. 영웅 분들께서 의외로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네요. 정말 의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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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참조하고 싶은 다산의 글귀 추가 모음. 그의 저서 <다산문선>에서...

득월당기得月當記
다만 달이 예로부터 하늘에 있어 모든 사람이 그것을 얻었음으로, 본체만체하며 버려두고 돌아보지도 않는 것이다. 슬프다. 내가 참으로 그것을 갖는다면 이는 내가 얻은 것이다. 그 예로부터 존재하여 모든 사람이 얻었던 것이야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오로지 사사로운 욕심과 혼자만이 차지하려는 마음을 애써 버려야 할 것이다. p23

모든 마음에서 일어나고 뜻에서 싹트는 것은 매우 부득이한 것이 아니면 그만두며, 매우 부득이한 것일지라도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그만둔다. p25

학연에게 보여주는 가훈 示學淵家誡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아 수행하는 일은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에 대한 우애로써 근본을 삼아야 하니, 이 점에 자기의 본분을 다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비록 학식이 뛰어나고 문장이 아름답다 하더라도 이는 바로 흙담에다 색칠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 몸을 이미 엄정하게 닦았다면 그 벗을 사귀는 것도 자연히 단정한 사람일 것이다. 서로를 알아주는 지기는 서로 모이게 되는 것이므로 결코 특별한 힘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p61

선을 행하는 것이 복을 받는 도가 되므로 군자는 부지런히 선을 행할 뿐이다.
진실로 너희에게 바라노니, 항상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름없이 하라. p76

형체가 있는 것은 파괴되기 쉽지만 형체가 없는 것은 없애기가 어려운 것이다. 자기가 자기기 재물을 사용하는 것은 형체로 사용하는 것이요, 제 재물을 남에게 베풀어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된다. 물질로써 물질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변하거나 없어지는 낭패를 당하지 않는 법이다.

게으르고 사치스러운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기름진 곳에 살더라도 배고픔과 추위를 면하지 못할 것이니 옛 터전을 굳게 지켜야 할 것이다. p81

“우주宇宙 사이의 일이란 바로 자기 분수 안의 일이요, 자기 분수 안의 일은 바로 우주 사이의 일이다.”

사대부의 마음은 광풍제월光風霽月과 같이 털긑만큼도 가린 곳이 없어야 한다.
무릇 하늘에 부끄럽고 사람에게 부끄러운 일을 전혀 범하지 않으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윤택해져 호연지기가 생기는 것이다. 만일 포목 몇 자, 동전 몇 닢 때문에 잠깐이라도 양심을 져버리는 이이 있으면 그 즉시 호연지기가 없어지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사람이 되느냐 귀신이 되느냐 하는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p82

다음으로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체가 모두 완전하더라도 구멍 하나가 새면 이는 바로 깨진 옹기그릇일 뿐이요, 백 마디가 모두 신뢰할 만하더라도 한마디의 거짓이 있다면 이건 바로 도깨비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너희들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 말을 과장하여 떠벌리는 사람은 일반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법이니 가난하고 천한 사람일수록 더욱 말을 참아야 한다. p83

오직 하나 속일 게 있으니 바로 자기의 입이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식물이 속이더라도 잠깐 그때를 지나면 되니 이는 괜찮은 방법이다.

용勇이란 지智ㆍ인仁과 함께 삼덕三德 가운데 하나다. 성인이 개물성무開物成務하고 천지를 두루 다스림은 모두 용으로 하는 것이다. p94

도량의 근본은 용서함에 있다. 용서만 할 수 있다면 좀도둑과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라 할지라도 아무 말 없이 보아 넘길 수 있을 것인데 하물며 그 밖의 일이야 말할 게 있겠느냐? p95

근본을 두터이 배양하고 소소한 공채 따위는 드러내지 말기를 지극히 바란다. p109

폐족 중에 종종 뛰어난 인재들이 많은데, 이는 다름이 아니라 과거 공부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니, 절대로 과거에 응시할 수 없다하여 스스로 좌절하지 말고 경전에 힘과 마음을 써서 책 읽는 사람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를 간절히 빈다. p111

밤낮을 가리지 말고 부지런히 글을 읽어서 이 애쓰는 마음을 저버리지 말라. p109

비로소 곤궁한 뒤에야 저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드시 매우 총명한 선비가 지극히 곤궁한 지경을 만나서 사람들과 수레의 시끄러운 소리가 없는 곳에서 종일토록 외롭게 있은 뒤에야 경례經禮의 정밀하고 자세한 뜻을 비로소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천하에 이처럼 공교로움이 있겠느냐. 옛 경전을 고찰하여 정현과 가규의 학설을 비교하여 보건대 거의 조목조목이 잘못되었으니, 독서의 어려움이 이와 같은 것이다. p112

책을 가려 뽑는 방법은, 나의 학문이 먼저 주관이 있어 확립된 뒤에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저울이 마음속에 있어서 취하고 버리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는 것이다. p112

부자간에 스승과 제자가 되는 것 또한 즐겁지 않겠느냐? p113

천지 만물에는 자연적으로 완전하고 좋은 것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기이하다고 할 것이 못 되며, 오직 무너지고 훼손되었거나 깨지고 찢어진 것들을 잘 보수하고 다스려서 완전하고 좋게 하여야 만이 그 공덕을 찬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을병을 치료한 자를 양의라 부르고, 위태로운 성을 구출한 자를 명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오늘날 공경公卿의 훌륭한 집안 자제들이 벼슬을 하고 가문의 명성을 계속 잇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너는 지금 폐족인데 만일 그 폐족의 처지를 잘 대처해서 본래의 가문보다 더 완전하고 좋게 한다면, 또한 기특하고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느냐? p114

독서에는 반드시 먼저 근기根基를 세워야 한다. 무엇을 근기라 하는가? 학문에 뜻을 두지 않으면 독서를 할 수 없으니 학문에 뜻을 둔다면 반드시 먼저 근기를 세워야 한다. 무엇을 근기라 하는가? 효孝ㆍ제悌가 그것이다. 모름지기 먼저 효ㆍ제를 힘써 근기를 세운다면 학문은 자연히 몸에 배게 되는 것이다. 학문이 몸에 배게 되면 독서는 그 충절忠節을 논할 것이 없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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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7.17 23:38:56 *.48.41.28
써냐, 은밀이라 단어의 의미를 다시 찾아보야겠구먼.그리고 그기 향인은 왜 나온디야.? 참말로 미치..


(쏙닥쏙닥)그나저나 우리끼리 야근데 다산 아저씨 좀 잔소리가 많았어. 맨 이거 하지마라, 저거 하지마라. 숨막히게 하는 거 있긴했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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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7.18 00:35:21 *.70.72.121
비도 오고 하길 레... ㅋㅋ 제목이 너무 선정적이었나? 4人의 사내가 그댈 실망시켰네벼. 그분들이 여간 쑥스러워하더랑께.

과제 다시 하느냐고 시간 음써서 은밀까지 못가고 서리 발병이 나불었다네. 테마는 여럿 정해 봤는 디 고놈의 팔목이 아파서 더는 못 쓰것더랑께.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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