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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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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4일 00시 24분 등록

 일상에 스민 클래식


왼손의왼손에 의한왼손을 위한

라벨왼손을 위한 협주곡

 

얼마 전, TV에서 본 패럴림픽 개막식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식보다 더 감동적이었습니다여러 장면들이 기억에 남지만특히 시각장애인 소녀가수 이소정양이 고운 목소리로 무대를 가득 채우더니첨단기술을 이용한 파라보트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또한궁중에서 귀한 손님이 오면 행하는 환영의식이른바 빈례(賓禮)를 재해석한 타악공연도 인상적이었습니다선수단 입장도 달랐습니다원형 트랙을 돌며 입장하는 기존과는 달리, 선수들은 태극기의 파란색과 붉은색을 가르는 동선을 따르듯 운동장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입장했습니다.

 

또한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역경을 딛고 일어나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룹 클론의 무대는 저는 눈물짓게 만들었답니다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그들의 모습에서 패럴림픽의 의미에 뜻을 더하는 듯 했습니다패럴림픽이 진행되는 지금승부에 집착하지 않으면서전 세계 장애인들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열정의 축제가 되기를 빌어봅니다.

 

문득저는 유투브에서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라장조를 찾아들었습니다언젠가 이 곡을 처음 들려준 제 대학 선배는 이 곡에 대한 감상을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저는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아주 웅장한 피아노 협주곡인데요?” 

 

라고.

 

거대한 오케스트라 전체가 화려한 악상을 펼치는 가운데화려한 피아노의 선율이 쉴 새 없이 펼쳐졌기 때문입니다그러자 입고리가 살짝 올라간 선배는 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이 웅장한 협주곡이 사실은 왼손으로만 연주된 거라니까!"

 

모리스 라벨의 친구였던 피아니스트 폴 비트겐슈타인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친형입니다그는 1차 세계대전 중 큰 부상을 입고 오른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피아니스트로서는 치명적인 수술이었습니다절망에 빠져 신음하는 연주자를 위해 동료 작곡가들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라벨은 이 피아노 협주곡을 그에게 헌정했고, 그 외에도 브리튼과 슈트라우스힌데미트 같은 당대 작곡가들이 비트겐슈타인의 왼손을 위해 여러 작품을 작곡했습니다. 장애인이 된 피아니스트는 그들의 헌정된 곡에 자신감을 얻었고그 중 라벨의 곡을 가장 즐겨 연주했습니다.

 

마지막 결승선까지 힘차게 스키 폴대를 저어가는 바이에슬론 신의현 선수의 거친 숨소리도개막식 성화 봉송을 했던 서보라미 선수의 터질 듯한 질주도 아름답게 보였습니다특히서보라미 선수는 무용수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후천성 신체장애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아픔이 활주하는 그들의 땀방울 속에 전부다 현실을 극복하는 뜨거운 열정이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의 아름다운 질주 속에 웅장하게 펼쳐지는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오늘 한번 들어보시면 어떠세요?

 

정재엽 (j.chung@hanmail.net드림.  

 

*****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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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오픈된 팟캐스트가 이제 세번째 방송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방송에서는 <숲에게 길을 묻다>의 김용규 숲철학자를 초대하여 숲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나답게 살고자 떠난 숲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있었던, ‘냉이는 수선화가 되려 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고 많은 공유 바랍니다.

3. [알림] <카모메 그림책방> 오픈!
변화경영연구소 7기 양경수연구원이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카모메 그림책방>이라는 작은 서점을 오픈했습니다. 서점 주인장은 그의 아내이자, <이 나이에 그림책이라니>의 저자인 정해심 작가라 하네요. 이 서점에서는 ‘어른(+아이)를 위한 그림책’과 ‘타로’를 통한 그림책 추천까지 해준다 하니 그림책을 좋아하거나 마음의 힐링이 필요할 때 꼭 한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IP *.210.11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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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4 10:27:44 *.36.145.54

많은 장애인이 후천적 장애인인 현실에 비춰 볼때

우리나라는 아직도 장애인으로써 살기에는 많이 불편하고 힘든 나라인것 같습니다.

이번 패럴림픽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장애인에대한 인식이 많이 선진국화 되었으면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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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4 10:45:06 *.131.225.124

맞습니다.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몇 개, 은메달 몇 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에 지하철에서 전동기를 타고 다니시는 지체부자유분들을 볼 때

인상 찌뿌리지 않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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