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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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같은 삶
'봄은 언제 오는가'했는데 벌써 우리곁에 왔습니다.
우리는 벌써 지난 겨울을 잊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났더니 땀이 납니다.
우리 집은 시골이라 일주일에 한 번, 매주 목요일날 쓰레기차가 옵니다.
지난 주에 비가 와서 한주 쉬었더니 정리해야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하루 쉬면 회복한는데 사흘이 걸린다고 합니다.
사흘이 아니라 영영 펜을 놓을 수도 있습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 4년째 타던 스케이트를 한달 정도 쉬었습니다.
어제는 큰 마음 먹고 빙상장에 갔는데 그새 몸이 많이 둔해진걸 느꼈습니다.
악의 고리를 끊은 기념으로 집에 와서 맥주를 한잔 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의 그림 전시회에 갔습니다.
강과 산만 그리는 친구입니다.
친구는 오랫 동안 강을 그리더니 강을 닮았습니다.
오래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살아가면 그리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전시회장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싯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폰으로 찍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바닥에도 있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글을 적어봅니다.
짧은 글이 시의 일부일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인 것도 있습니다.
오늘 전국적으로 봄비가 온다는데 시 몇 수 감상하고
오늘도 시같이 사세요.
알아?
네가 있어서
세상에 태어난 게
덜 외롭다.
-일요일의 노래, 황인숙
나는 꽃이기를 바랐다
그대가 조용히 걸어와
그대 손으로 나를 붙잡아
그대의 것으로 만들기를
-연가, 헤르만 헤세
눈 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었어
가시투성이 삶이 온 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라고
-김승희, 장미와 가시
나는 그 애만 보면
무조건 놀린다
아니면
무조건 때린다
그러면 그 애도 나를 때린다
그 때는 아프지가 않다
-장곡초 5학년 홍승기, 안 아프다
행복한 일이 있을 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일이
행복이 되었으면
-최대호, 만나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 속에 이미 피어있기 때문이다
-한상경, 나의 꽃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당신이 무척 좋았습니다
-조병화,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엄마는 아빠를 사랑해?"
내가 물었다
내가 뺨을 대고 있는 엄마의 등이 잠시 굳어졌다
"사랑은 하지, 그런데 좋아하지는 않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돌아보지 마라
돌아보지 마라
뒤에는 꿈이 없다
-테라야마 슈지
내 마음에 드는 여자들은 모두
너의 표절이다
-작자 미상
꽃을 가까이 하면 향기가 배고
시를 가까이 하면 시같은 인생이 됩니다.
오늘도 향기로운 삶이 되길 바랍니다.
김달국 (dalkug@naver.co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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